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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칼럼 한 편 써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1)

함께 읽으면 좋아요! 2012/11/28 - [잡지기자 클리닉] - 칼럼 한 편 써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2)

 

 

칼럼 한편에 녹아 있는 기자 역량

중국 진나라 때 재상 여불위. 어느 날 당대 일류 문객들을 동원해 여씨춘추를 집필한 뒤 성문 위에 그 책과 천금을 내놓고는 큰소리쳤다.

 

"이 책에서 한 자라도 더할 수 있다면 내 저기 내건 천금을 가져가도록 하라"

 

대단한 자존심이다. 이 말은 읽을 때마다 조금씩 바람 빠지듯 빠지던 열정을 아프게 꽉 쥐어짜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 다시 정신 차리고 책상 위에서 열정을 불사른다. 기자라면 저 정도 자존심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곤 한숨 섞인 반성도 이어진다. '난 언제 저렇게 큰소리 쳐보나?'

 

이후 여씨춘추에 대해 이렇다 할 반론이나 시비할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물론 문장의 완벽함과 전혀 손볼 데가 없는 글이기 때문이라기보다, 당시 여불위의 권세에 지레 함부로 나설 생각을 하지 못했던 탓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글은 여전히 난공불락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글에 자존심이 없는 글은 이미 글로써 존재 가치가 없다.

 

난 각각의 기자의 기사와 취재력, 정보력, 취재력 등을 가늠하기 위한 한 가지 척도가 있다. 바로 칼럼쓰기다. 편하게 앉아서 몸의 긴장을 풀고 주마등처럼 스치는 자신의 일화를 한 편의 수채화 그리듯 쓰는 수필이 아니다. 기자의 연륜과 인사이트, 주관이 담긴 칼럼인 셈이다. 칼럼 한 편 쓰기 위해서는 현재 트렌드는 물론이고 앞뒤의 맥락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 전문가 코멘트, 객관적인 사실, 더불어 기자 자신의 주관이 끝을 장식해야 한다. 칼럼이 어려운 이유는 자신이 쓰고자 하는 소재에 대해 평소 관심과 정보, 주관이 있어야 기사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취재기사의 경우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를 1차적으로 가공해 객관적 정보를 중심으로 기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안에 관련한 사안이라든지 정보는 기사의 맥락에 맞춰 기자가 적절히 윤문해 삽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칼럼은 다르다. 칼럼 한 편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독자들에게 잘 어필할 수 있는 소재가 중요하다. 바로 시의적절한 이슈여야 한다. 당월호 게재하고픈 취재원 섭외 과정과는 또 다른 방식이다. 소재를 찾아도 기자가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독자가 납득할만한 수준의 결론을 맺을 수 없다. 요즘 독자는 상당히 지식수준이 높다. 그들 역시 SNS나 블로그 등을 보면 기자들 뺨칠 정도다. 전문성이나 정보성에서 기자들보다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 어떤 경우는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의 시민기자를 병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기자 편의가 우선한 어설픈 정보와 취재력, 주관으로 독자를 현혹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도 안일한 생각이 아닐까.

 

요즘 기자들을 보면 자신이 맡은 매체의 꼭지에 맞춰 스스로 정형화된 모습이 많다.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꼭지 수준에 맞춰 섭외를 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한다. 조금만 더 고민하면 임팩트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신문 제목만 조금 틀어도 시선 끄는 제목을 만들 수 있고, 정보만 조금 꿰차도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리드문을 작성할 수 있는데 더 나아가질 않는다. 자칫 그 과정을 소모적인 부분으로 여길까 우려가 된다. 칼럼과 사설, 전문가의 SNS만 평소 잘 스크랩해도 특정 이슈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충분히 다듬어 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본 기자 10명 중 7~8명은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당장 자신이 써서 데스크에 보여주는 기사에 특별히 수정할 사안이 없다면 그걸로 끝인 셈이다. 마감 후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취재원이나 정보를 하나라도 더 찾아내려는 악착같은 모습은 찾아보길 힘들다.

 

종합적인 사고방식 키우는 효율적인 툴

어떤 기자는 입사 1년이 다 되도록 현재 그 모습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을 시간인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기자를 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전혀 욕심이 없어 보일 때가 있는데, 선배로서 답답하다. 그러던 차에 그 기자에게 업무 중 한 마디 던졌다.

 

"A기자"

"네"

"A기자는 목표가 뭐야? 어떤 기자가 되고 싶어? 5년 후 너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 것 같아?"

"글쎄요.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우리회사 신입기자 중에 A기자보다 못하는 친구가 있는 것 같아? 기자생활 몇 십 년을 할 건데 아직 5년 후 설계도 안 해봤어?"

"당장은 제 이름을 단 꼭지를 진행해보고 싶고요, 그러고 전자책과 관련한 업무도 맡고 싶습니다. 책도 한 권 쓰고 싶고요."

"그걸 왜 해야 하는 건데? 왜 하고 싶은 거지? 무엇때문에?"

"......"

"내가 듣고 싶은 건 수단이 아니라 목표라고. 만약 후배가 어떤 문제에 대해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 거야? 글을 보면 알겠어. 무슨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있는지를... 위로 올라갈수록 밑을 쳐다보는 게 무서운 법이야. 업무도 마찬가지야."

"네. 알겠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반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기자들에게 늘 하는 소리 중 하나가 바로 "공부 좀 하라"는 것이다. 쉬는 시간에 쉬더라도 틈나는 대로 책도 읽고 인터넷 검색하면서 자신의 눈길을 사로 잡은 기사나 제목, 사진 등을 반드시 스크랩해서 써먹으라고 주문한다. 주요 일간지의 토요섹센을 추천하고, 도서평이나 시사잡지도 부지런히 읽으라고 잔소리한다. 특집도 직접 구상해 얼개를 짜보라고 한 뒤, 하도 답이 나오질 않아 내가 직접 관련 서적을 알려주고 서점에 내보내 책을 구입하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특집 주제를 정해도 세부적인 얼개, 결국은 카테고리마저 당장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끌 정도로 차별점이 보이질 않는다. 때문에 관련 잡지를 분석하고, 세부안은 도서의 중제와 소제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칼럼을 잘 쓰기 위해서는 사색, 명상, 숙고와 같은 사고능력도 중요하다. IT 미래학자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카의 말처럼 인터넷이 집중력을 빼앗고 있다. 책 한두 페이지만 넘겨도 금세 정신이 딴 데 가 있는다. 독서 자체와 정보 캐는 능력이 '투쟁'이 돼버렸다. 그래서 나는 기자들에게 먼저 자신의 기사에 전문성을 담아내기 위해 먼저 자신의 시간을 보호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넷에만 하루를 집중하다보면 사람을 평면적이고 지적 독창성이 떨어지는 흥미롭지 못한 존재가 되기 쉽다. 하지만 당장 인터넷을 하지 않거나 눈에 띄게 시간을 줄일 수는 없을 터. 검색을 하더라도, 스크랩을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단 한줄이라도 메모하라고 권한다. 웬만한 기자들도 요즘엔 스마트폰과 노트북 내지는 울트라북, 넷북 등을 갖고 있다. 기자간담회를 가도 회사 노트북 대신 자신의 노트북이나 넷북을 펼쳐놓고 기사내용을 정리하는 데 모두 여념이 없다. 간담회 처음과 끝이 마치 키보드의 소리의 장단에 맞춰 진행된다고 착각이 들 정도다.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의 뉴스를 통해 기사를 접하며 이를 토대로 자신의 기사를 완성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러한 모바일과 휴대성 기술이 보편화되다보니 자신의 시간을 아끼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오히려 아무 감각없이 인터넷을 클릭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의미 없는 검색과 같은 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정보화 시대에 정말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인터넷 홍수 시대에 자신의 사고를 장려할만한 도구는 스스로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니콜라스 카는 또 자신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뭔가를 찾고 스캐닝하는 동안 이를 관장하는 신경회로는 강화되는 반면, 깊이 사고하고 분석하고 통찰하는 능력은 감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시간을 아끼고, 그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나를 찾아내더라도 무턱대로 인용하거나 차용하지 말고, 자신의 주관을 남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의 정보만 찾기 보다 유사한 다양한 정보를 찾아내 하나의 주제 안에 다양한 카테고리로 묶어 스크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를 써먹을 수 있도록 수시로 들여다보고 외워야 한다.

 

칼럼 한 편 써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2)회에 계속...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