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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미디어 환경 변화와 잡지기자의 소명

 

2009년 스마트폰의 대표격인 아이폰의 등장이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산업군과 미디어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 유통하기 시작된 아이폰과 태블릿PC는 국내 모든 인터넷 산업은 물론 미디어 저널리즘의 구조까지 송두리째 뒤바꾸기에 충분했다. 페이팔이나 페이스북, 유투브 창업자도 전자책 산업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실제로 유투브 창업자 스티브 첸도 얼마 전 디지털 잡지 ‘Zeen’을 공개해 화제를 뿌리고 있다. 이처럼 발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은 기존 종이잡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렇다면 잡지기자에게도 영향이 있는 걸까? 기존 광고시장에 매출을 의존하던 구조는 어떻게 변하는 걸까? 콘텐츠는 어떤 방법으로 확장해야 하는 걸까? 그것이 매출에 영향이 있을까?

 

사실 스마트폰이 국내 유통되기 전 피처폰 시장은 이통사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해외에서는 콘텐츠 전문 퍼블리셔가 있는 반면, 국내는 이통사가 콘텐츠 퍼블리셔 역할을 대행하는 형국이었다. 이 때문에 여러 모바일 콘텐츠 제공사들의 이통사 진입의 벽은 높았다. 결제방식마저 이통사가 도입하고 포털에 올리는 과정으로 이뤄지던 때였다. 불과 수년 전까지 버젓이 행해지던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폰이 국내 유통되고 나서 국내 휴대폰 시장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급격히 스마트폰 시장으로 재편됐다. 앱 생태계가 새로운 산업의 축으로 성장했고, 2000년 초에 이어 또 한 번의 스타트업 붐이 일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수천, 수만 가지의 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무한정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 속에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플랫폼 중심의 앱이 등장으로 사용자와 공급자의 소통근간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고, 늘 레드오션인 줄 알았던 인터넷 시장은 곳곳 블루오션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쟁은치열했다. 국내외 내로라 하는 포털과 글로벌 기업 재직자들이 줄줄이 퇴사해 앱 시장에 발빠르게 시작됐고, 이는 현재 새로운 스마트 산업의 1세대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의 영향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또 새로운 산업군을 등장시켰다. 바로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등장시켰다. 단순히 내 손안의 세계를 부르짖던 스마트폰을 넘어 SNS와 클라우드 서비스는 또 한 번 국내 인터넷 산업과 미디어 저널리즘의 변화를 촉구하기에 충분했다. 과연 국내 미디어는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했을까.

 

먼저 저널리즘과 블로그의 형태에 SNS를 결합시킨, 독특한 미디어의 등장을 재촉했다. 여기에 모바일 UI로 접근성을 반영하는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저널리즘의 콘텐츠 가공력과 블로그의 1인 미디어 가공력, SNS의 신속성과 파급력은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과 SNS는 미디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사실 SNS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미디어의 변화는 충분히 감지됐던 터였다. 간단히 말해서 저널리즘+블로그 형태의 미디어였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의 경우 처음에는 블로그 형태를 띠는, 처음엔 매우 독특한 형태의 미디어였다. 이후 수 많은 블로거가 참여하면서 오마이뉴스는 서서히 저널리즘의 한 목소리를 내는 미디어로 진화했다. 독자 개인이 마음에 드는 기사를 선택해 고료형식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이것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원고료로 지급되는 형태였다. 이와 유사한 개념의 인터넷 신문이 있다. 바로 허핑턴포스트(http://www.huffingtonpost.com)로 미국판 오마이뉴스인 셈이다. 뉴욕타임즈 역시 누구나 자신의 사진을 포스팅할 수 있어서비스를 개설했는데, 이것도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냈으며, IT 전문 블로그 저널인 Mashable(http://www.mashable.com) 역시 관련 블로그들의 실시간 정보참여로 웬만한 기동력과 신속성, 정보성에서 기존 매체는 따라잡기 힘들정도다. 국내 블로터닷넷 역시 블로거(Blogger)와 리포터(Reporter)의 합성어로 블로그 미디어저널에 한 몫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대로 스마트폰과 SNS 등장은 기존 미디어에 존폐를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먼저 가장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 미디어는 바로 종이신문을 찍어대던 신문사, 잡지사였다. 신문과 잡지는 구독보다 광고료가 수익의 대부분이었고, 이 비중은 점차 커지던 상황이었다. 이 찰나에 스마트폰과 SNS 등장은 신문사와 잡지사의 존폐를 위협했고, 이어 웬만한 신문사는 폐업과 인터넷 매체로의 전환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잡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깊이 있고, 큰 이슈를 깊게 다루던 잡지사는 블로그의 등장과 신문의 섹션 변화로 고전을 면치 못 하던 상황을 맞았다.

신문과 잡지의 독자는 거의 하루종일 자신의 분신과 함께 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었고, 굳이 종이매체를 돈 주고 살 필요가 없어졌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직접 가위질해 오리던 스크랩도, 클라우드 서비스(예를 들면 에버노트 같은)로 저장해 쉽게 꺼내볼 수 있었다. SNS도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의 미디어로서 자리잡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에 따른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다. 확인하지 않은 정보가 우후죽순 퍼쳐나가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고, 이미 한 번 퍼진 정보는 웬만해서는 원상복구하기 쉽지 않았다. 이것을 두고 ‘SNS는 양날의 검’이라고 까지 말하기도 한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타블로이드판 무가지들은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존의 신문과 잡지의 광고와 보도자료 제고에만 의존하던 광고주의 의식도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굳이 신문사와 잡지사에 특정 상품과 브랜드를 노출하던 습관을 저마다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을 개설해 맞춤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소셜마케팅 전문가를 기업마다 채용하는 사례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영향이 신문과 잡지기자의 생명을 단축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변화를 재촉하는 것일 뿐이다. 얼마든지 오랫동안 고정관념처럼 굳어왔던 의식을 깨고 새로운 미디어로서 탈바꿈할 수 있다면 충분히 새로운 미디어의 시각을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미디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잡지사를 비롯한 기존 미디어들은 자신들의 콘텐츠 확장에 적극성을 띄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언론사의 생존은 네트워크 확장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 매체 플랫폼은 꾸준히 늘고 있다. 탭진이나 네이버북스, 올레매거진 처럼 온라인 매거진 포털과 네이버, 다음과 같은 국내 포털과의 콘텐츠 제휴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일 매체가 아닌 크로스미디어 전략은 매체 전달력과 광고 전파력을 통한 자체 비즈니스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사는 격이다. 시대가 변화하고 산업이 재편되는 시점에서는 반드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산업의 한 축이 있기 마련이다. 이 축과의 발빠른 연대는 새로운 산업적 대안을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 기회를 벌어다 준다. 자칫, 그 중요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거나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 하면 사실상 비주류로 매체가 한 발 뒤로 물러나기 쉽다.

 

나는 월간 웹 편집장을 처음 맡게 됐을 때 시도했던 것이 바로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사와의 제휴였다. 현재는 이 두 포털과 검색뉴스 제휴를 맺었고, 단순히 뉴스제공을 떠나 잡지 표지에 이를 적극 마케팅 함으로써 매체력을 키우는 데 조금이나마 열과 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국내 유력 온라인 매거진 포털에 온라인 콘텐츠 제공으로 독자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도 쉽게 검색하고 접할 수 있도록 기기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로 콘텐츠 무료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1978년 기술서적을 중심으로 설립된 오라일리 미디어 대표인 팀 오라일리는 "파일 불법공유도 문제가 있지만, 사람들에게 잊혀지거나 일려지지 않는 게 더 문제 아닐까요?"하고 했던 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라나는 음악파일이나 기기나 플랫폼에 따라 다른 전자책에 DRM(Digital Right Management, 디지털저작권관리)를 적용해 확장과 공유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팀 오라일리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모든 전자책에 DRM을 씌우지 않고 판매한다. 출판사의 핵심이자 힘이 콘텐츠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그의 정책은 쉽지 않지만 그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에서 누구나 책 자체에 쉽게 접근하도록 한다"고 할 정도로 자신만만하다. 그는 참여, 공유, 개발을 모토로 하는 웹2.0 시대에는 오히려 콘텐츠를 널리 알림으로써 제2, 제3의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고 것이다. 나도 그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어차피 웹에는 수많은 정보와 유/무료 기사,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정보가 반복재생산되고 있다. 이때는 차라리 콘텐츠와 매체를 널리 알려 영향력을 먼저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광고주가 범접하지 못 하는 매체력을 키워가면서 다양한 온라인 광고수익 루트를 만들어 내고, 제2, 제3의 수익원 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세 번째로 기자 스스로 SNS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기자는 전쟁으로 말하면 최전선 보병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독자에게 있는 사실 그대로 알리는 사명을 띤 자다. 그들 한명한명이 파워블로거와 파워 트위터러가 된다면 그 기자의 영향력은 물론이고 매체력도 동반 상승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옛날 미디어처럼, 혹은 회사처럼 회사업무에만 집중하고 가욋일을 막는 것은 회사나 개인에 대해서 그리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이제는 어느 한 쪽도 종속되는 시대가 아니라, 제공한, 혹은 제공받은 용역만큼 비용을 받고 지불하면 끝나는 쿨한 시대다. 이에 기자 한 명이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키우면 키울수록 매체와 기자는 동반상승곡선을 타는 것이다.

 

사진으로 엄청난 돈을 번 두 기업이 있다. 하나는 코닥이고, 다른 하나는 인스타그램이다. 코닥은 131년의 장구한 역사를 뒤로 한채 올해 파산신청을 했고,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자그마치 1조1000억원에 매입됐다. 코닥의 정체성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진, 더 좋은 카메라를 만들 것이냐'라면,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하면 사진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스토리를 나눌 수 있도록 할 것이냐'이다(머니투데이 2012.6.12일자 '소니가 아이팟을 못 만든 이유'). 이제는 변신과 체질개선이 필요한 때다. 잡지사도 마찬가지다. 당신이라면 이것이 가능하다. 잡지의 새로운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퇴보다 아니라 개선이다.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