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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태블릿 혁신, 미디어 환경 변화의 도화선 되다

마감 후 한가로이 점심식사를 한 후, A기자가 골몰히 뭔가를 하고 있었다.

나: A기자. 뭐해?

A기자: 네? 지금 아이패드로 우리 잡지 내려받아 보고 있어요.

나: 어때? 볼 만해? 아무래도 종이로 볼 때와 차이점이 있어? 색상이나 디자인 등….

A기자: 네. 아무래도 종이잡지만의 특성이 많이 사라져서 아쉽긴 하지만, 최대한 아날로그 효과를 많이 주려고 한 것 같아요. 책장 넘어가는 효과라든지. 다만 활자 크기가 비교적 작아서 늘려봐야 하는 불편함은 있네요. 어느 땐 침 묻혀가며 읽던 때가 그리운 걸요. 가위로 오려 스크랩하던 시절도 새록새록 하네요.

나: 그렇지. 종이잡지라고 해서 무조건 시대에 뒤쳐졌다고 생각하는 건 곤란해. 종이잡지는 그 나름대로의 가치와 매력, 장점이 분명히 살아있으니까. 반대로 디지털 잡지도 마찬가지겠지. 주위사람들이 특정 매체를 추종한다고 해서 자신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매체를 골라서 수용하면 되는 거니까.

A기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결국 최종판단은 독자의 몫이죠.

나: 그래. 나도 한번 보자고. (이것저것 만지다 아이패드 홈버튼을 눌렀다. 해당 폴더 속에 최신영화 두 편이 눈에 띄었다.) 으흐흐. 혹시 영화 보고 있었던 거 아냐? 어둠의 경로로?

A기자: 편집장님. 저 잠깐 편의점 다녀올게요. (바로 뛰어나간다)

 

 

방안 책상 위에서 공부하는 척하다 책 밑에 깔아둔 잡지를 한장 한장 넘겨보는 재미. 읽다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정보를 가위로 오려 스크랩하거나, 마음에 드는 부록을 갖기 위해 서점에서 잡지를 구매하던 그 스릴. 바로 잡지를 구매하던 때의 묘미가 아닐까.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저마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을 한 손에 움켜쥐고 게임을 하거나 만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데 여념이 없다. 서점을 가도 아직 랩핑을 뜯지 않은 책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경쟁지와 앞다퉈 설치하던 POP 이벤트도 갈수록 치열함이 덜하다. 독자는 굳이 책 발행일까지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설렘이 사라진 지 오래고, 잡지를 한두 권이라도 가방에 넣을라치면 무게와 크기 때문에 불편함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터였다. 하지만 이를 갖고 다니면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한 불편함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던 기회비용이었지만, 인류의 문명은 발달할수록 편의성만 우선적으로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문명이라는 것이 바로 편의성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를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재해석해 또 하나의 산업 툴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물론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잡지시장이 빠르게 축소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2010 콘텐츠산업백서'에서 국내 잡지산업 매출액은 2007년 이후 2009년까지 지속적으로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1 잡지산업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잡지사의 49.9%가 2010년에 비해 매출이 하락했다. 미국 잡지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ABC협회에 따르면 2011년 하반기 미국 잡지의 가판대는 낱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96% 감소했다. 판매량 감소 매체는 여성지와 가십지에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디지털 매거진의 판매가 그다지 높은 상황도 아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잡지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문제, 즉 인터넷 확장에 따른 포털이나 블로그를 통한 콘텐츠 유통상 시선이었지 절대 전자책 산업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전자책, 혹은 앱북 시장은 가시적인 성장세보다 성장 가능성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잡지사들은 태블릿PC 등 미디어환경 변화라는 외부적 요인에 미래를 맡겨야 하는 상당히 불편하고 수동적인 입장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태블릿PC라는 콘텐츠 기기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콘텐츠 유통과 편의성, 이동성, 실용성을 모두 만족한, 그야말로 막연히 인터넷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중간에 잡지 콘텐츠가 자리하고 있다. 이제 잡지사들은 한 번쯤 콘텐츠 유통과 종합 매거진 플랫폼, 기존 구독 독자의 관념을 면밀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동성이다.

 

한번은 취재 차 마났던 NHN 관계자가 했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통한 검색 빈도수가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에 가장 높더라"라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다. 일반인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하루 114분으로 조사된 바 있다. 평균 독서시간이 28분임을 감안할 때 이 수치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성열홀 경기콘텐츠진흥원장이 한 매체의 칼럼을 통해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신성장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의 혁신적인 미디어에 적용되는 스마트 콘텐츠"라고 말한 것처럼, 이제 혁신적인 미디어에 탑재할 콘텐츠의 중요성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인은 갈수록 바쁘다.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 조선시대 같으면 밖에서 농사 짓고 집에 와서 씻고 밥먹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마실 가거나 글공부를 하는 것이 하루일과겠지만, 현대인은 9시 출근, 6시에 퇴근해 한두 시간을 출퇴근 시간에 고스란히 바치고 나면 실제 자기계발이나 시간활용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 주어진 시간보다,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현대인에게 출퇴근 시간이나 잉여시간은 그야말로 자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콘텐츠를 무한 흡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 태블릿PC의 등장으로 웹진은 물론 앱북 시장은 더 넓어졌다. 바로 종합 매거진 플랫폼이다. 반대로 이것은 잡지산업의 하향세를 의미하기보다, 또 다른 잡지미디어의 변신을 꾀하는 대목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바꿔 말하면 잡지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다. 반대로 오래도록 인쇄를 담당하던 업체는 다소 어려움이 예상된다.

 

태블릿PC는 잡지를 그래도옮겨와 화면에서 구현한다는 것이 매력. 태블릿PC의 장점이라고 하면 단연 선명한 화질과 생동감, 멀티미디어(동영상) 체험, 실감나는 소리, 다양한 하면조정에 있다. 이처럼 기존 PC가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생산재로서 무게가 쏠렸다면 태블릿PC는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10년 전에도 e북이 이미 등장했었고, 이것을 모아 한 번에 독자에게 서비스하는 전자책 플랫폼이 있었지만, 단순히 PDF 수준을 넘지 못 했다. 독자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서 PC에서 e북을 봐야 하나' 할 정도로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장기불황에 몸서리치던 e북이 첨단 디바이스를 이번에 제대로 만나면서 태블릿PC가 갖고 있는 이동성과 유통적인 면에서 e북의 콘텐츠가 맞물리며 웹진으로서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놀랄 만할 정도의 수치는 아니지만, 분명 가시적인 성과였다. 게다가 SNS의 등장은 콘텐츠의 국경 마저도 깨버렸다. 시장 다변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기회를 마련한 셈이었다.

 

잡지 앱의 경쟁력은, 바로 잡지와 같은 유사한 경험과 동시에 웹진의 편의성을 꼽을 수 있다. 종이잡지는 처음부터 독자들에게 내용 자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사진과 텍스트를 배치한다. 아울러 표2(일반적으로 표지를 표1, 그 뒷면을 표2로 지칭)부터 목차면까지 광고물들로 구성된다. 반면 웹진은 태블릿PC를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 맞춰 때로는 레이아웃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잡지매체와 비슷하게 구성돼 실용성을 높이고 있다. 가령 책과 똑같이 페이지를 넘기는 현실감이나 잡지매체에서는 구현하지 못 하는 인터뷰 동영상이나 유투브 동영상을 링크를 통해 터치 한 번으로 구현할 수 있고, 음악삽입이나 즉석에서 SNS를 통해 친구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행보는 전반적으로 기존 잡지인들의 고정된 잡지구성 패턴과 디지털 환경을 하루 빨리 이해해 시장에 선순환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달러 노트북으로 유명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는 "종이 시대가 향후 5년 내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매체의 변화를 주도한 태블릿PC는 분명 기존 출판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교육출판 시장에도 큰 변화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 변화로 인한 미국 ABC협회는 태블릿PC로 인해 신문 부수 인증 규칙을 바꿔 시선을 끈다. 즉 ABC협회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전자책 등을 통한 디지털 구독도 유효 신문구독 부수에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흔히 인류 역사를 바꾼 3가지 사과로 아담과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꼽는다. 그 애플이 출시한 아이패드를 필두로 한 태블릿PC는 올해 전 세계 보급대수만 약 7000만 대에 달할 정도로 인기와 매출이 급상승 중이다. 이에 남효근 한글과컴퓨터 디지털콘텐츠사업실장은 태블릿PC 확장에 다른 국내 전자책 유통시장 규모를 약 85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더군다나 그 전자책이라는 것이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멀티미디어 기능을 활용한 다양한 '경험'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데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종이의 한계'는 종이만이 할 수 있는 '종이매체만의 가능성'도 안고 있다.

 

한 권의 책에, 페이지를 두껍게 구성해 '어느 면에, 어떠한 레이아웃으로, 어떻게 배치했는가'하는 문제는 태블릿PC가 해결할 수 없는 기능과 철학적인 면을 담고 있다. 잡지 구석의 작은 박스기사나 이미지 캡션에서도 값진 정보를 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편집의 힘'인 셈이다. 반면 웹진이나 포털을 통한 콘텐츠 공유는 지극히 평면적이다.

 

태블릿PC가 대중화됐다고 해서 종이잡지의 몰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디지털 매거진 유통사인 '넥스트 이슈 미디어'는 종이와 디지털 잡지를 함께 낼 경우 신규독자 유치에 큰 차이가 난다고 밝혔는데, 오히려 종이잡지와 디지털 잡지를 함께 발간했을 때 독자들이 잡지를 더 구독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종이잡지만 발간했을 때 5%에 머물렀던 신규독자가, 종이와 디지털 잡지를 함께 발행하면 무려 15%의 신규독자 유입을 확인했다. 그것도 전 연령에 걸쳐서 말이다. 물론 고민도 있다. 기존 유료 독자들에 대한 대우와 확장, 다양성, 새로운 광고모델의 등장과 안착 등이다.

 

독자의 성향에 따라 종이잡지의 손맛을, 혹은 디지털 잡지의 편의성을 더 유용하게 얼마든지 쓸 수 있는 일이다. 저마다 선호도는 다르기 마련이다. 종이잡지와 디지털 잡지는 대체제 개념보다 상호 보완제의 개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이잡지든, 디지털 잡지든 잡지사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사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다양한 콘텐츠 디바이스와 확장에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