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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의 해우소

[No.15] 재미있는 심리회계장부 이야기

 

사람은 보통 1,000원짜리 한 장과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같은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또 그 돈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는지,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에 대해 다른 느낌으로 상반된 선택을 하는 것을 시카고 대학에서 행동과학을 연구하는 리처드 탈러 교수는 '마음의 회계장부(심리회계장부)'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일상생할 속에서 분명히 똑같은 액수를 지출하거나 수익을 얻었지만 이미 마음 속에서는 달리 구분해 다른 장부에 기록하는 것을 일컫는다.

 

피땀흘려 번 돈 100만원과 길에서 주운 100만원의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이면서 마침내 씀씀이가 달라지기도 한다. 즉, 수입경로에 따라 소비성향마저 달라진다. 마침 심리회계장부에 대한 재미있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내가 택시를 탔다. 가는 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고가도로를 타는 것(조금 돌아가지만 목적지까지 30분에 주파), 다른 하나는 일반도로로 가는 것(직선도로지만 정체가 심해 1시간 정도 지체)이었다.  기사는 내게 "고가도로가 1만5,000원, 일반도로가 1만원 정도 나온다"고 말하며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지금 가진 돈이 1만원이므로 당신 마음대로 가라"고 했다. 잠시 후 나는 기사에게 "어떤 길로 갈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일반도로로 가겠다"고 했다. 고가도로로 가면 원래 1만5,000원을 받을 수 있는데, 내가 1만원밖에 없으니 5,000원 손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자. 5,000원을 밑지더라도 고가도로로 가는 것이 더 이익이었을 테니까. 일반도로로 가면 1시간에 1만원을 벌 수 있다. 그러나 고가도로로 가면 30분 만에 1만원을 벌고 남은 30분 동안 다른 손님을 더 태울 수 있다. 그는 심리회계장부의 영향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이다. 손해보지 않는 선택을 하려다 실제로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처럼 심리회계장부의 영향으로 사람들은 각각 상이한 계산방식을 적용한다. 내수시장이 침체되면 정부는 일련의 경기활성화 대첵을 만들며 소비를 촉진하는데, 바로 세금감면이다. 그 방식도 두 가지인데, A.세율을 직접 낮추는 방식 B. 세금환급방식이다. 두 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B방식을 선호한다.

 

100만원 중 1만원과 10만원 중 1만원을 달리 받아들이는 것도 심리회계장부의 영향이다. 의외의 부수입이나 다른 수입경로로 들어온 일정 금액이라도 똑같은 교환가치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외의 부수입이라도 허투루 쓰지 말고, 힘들게 번 돈이라도 지나치게 아낄 필요는 없다. 다만, 모두 똑같은 교환가치일 뿐이다.

 

 

*본 내용은 크리스토퍼 시가 쓴 <선택의 기술>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