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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카멜레온 같은 감성 그라데이션의 시작 ‘이지식스’

‘VOX’ ‘Easiway’ ‘NOPP’
카멜레온 같은 감성 그라데이션의 시작 ‘이지식스’

 

독특함은 특별함이다. 그 특별함이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다만 그들은 수영을 하면서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용기를 내면서 용기 내는 법을 배울 뿐이다. 텍스트와 영상, 이미지를 관심사 기반으로 한 주제검색은 많이 봐왔지만, 오히려 사진과 영상을 배제한 채 본인의 솔직한 목소리로 생각을 나눈다니. 이 앱(복스(VOX))을 개발한 이지식스(Easi6)를 찾아가 제대로 된 얘기 좀 들어봐야겠다.

 


 

 

 

 

 


중국 시장과 북미 시장을 위한 전초전


5월 어느 날, 이지식스가 있는 서초동을 찾았다. 벨을 누르고 가만히 문이 열리기 기다리자 누구세요? 하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 문이 열리자 체이스(이지식스 마스코트 담당 애완견)가 와락 안긴다. 이처럼 벅찬 환영의식은 처음이다.


결국 우경식 대표, 그리고 체이스와 인터뷰를 함께 했다. 뭔가 질문이 예사롭지 않으면 어슬렁 다가와 안긴다.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은 자유분방하다. 인터뷰 중 살짝 엿들으니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데 막힘이 없다.

 

수평적인 소통문화? 최근엔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인지 홍콩세관과 중국 심천세관 얘기도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직원들 책상 위로 붙여진 한달 스케줄 표로 살짝 시선을 돌렸다. 우 대표가 눈치 채고 자세히 답했다.


“지금 한참 중국시장과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나는 이지웨이(Easiway), 또 하나는 ‘NOPP’ 서비스입니다. 이지웨이는 중국 시장 타깃인데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세관 통과시 이용 중인 차량에 앉아서 갈 수 있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습니다. NOPP는 북미 맥북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이고요.”


이지웨이는 이지식스가 중국에 야심차게 내놓는 O2O 서비스다. 즉 ‘vertical taxi application for private van’ 서비스인 셈. 심천에서 홍콩으로 육로를 통해서 건너가는 인구는 전년도 기준으로 2억 명이 조금 넘는데, 이때 이들이 홍콩세관과 중국심천 세관을 지나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대략 1시간 이상.


이지웨이를 사용하면 세관 통과를 이동 중인 차량에 앉아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교통수단을 여러 번 바꿔 타야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6월 중순경 정식 론칭 예정이다. 사용자에게는 이용과 예약의 편의성을, 사업자에게는 ‘Max-ride algorithm’ 제공으로 하루 평균 운행횟수를 늘려 효율성을 높였다.


또 하나, ‘NOPP’ 서비스는 카페에서 일하기를 즐기는 대학생과 프로페셔널들의 노트북을 지켜주자는 컨셉트로 한참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다. 빠르면 올 7월경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목소리 공유 앱 복스, 왜 12초인가?


사실 복스 앱을 소개하기 앞서 이지웨이와 ‘NOPP’는 복스(VOX) 앱과 함께 이지식스가 올 한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3대 사업군이다. 복스는 이미 출시돼 입소문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올 6월과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이 연착륙해야 이지식스가 모멘텀을 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앞서 소개한 두 사업을 말이 나온 김에 먼저 소개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복스는 12초 목소리 공유 앱이다. 12초의 녹음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복스의 시작이 흥미롭다. 우연히 우경식 대표가 지인에게 “뉴욕에 있는 사람이 서울의 소리가 문뜩 듣고 싶을 때 어디에서 들어야 하는 걸까?”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의 생각은 문자나 사진만으로 느낄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까지도 건들려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데까지 미쳤고, 그 해답은 바로 ‘음성’이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메인 디자인도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꾼다. 이를 디자인한 홍경선 디자이너 겸 파트너의 말이 재미있다. 이지식스 블로그에 남겨진 그의 포스팅을 재구성했다.

 

Q _ 왜 12초 컨셉트인가
A _ 적어도 금붕어가 순간 집중할 수 있는 9초보다 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_ 그럼 10초로도 할 수 있었을 텐데?
A _ 요즘 사람 관심을 끌 수 있는 시간이 5초라고 한다. 10년 전엔 12초였다. 10년 전 우리가 타인의 이야기를 집중해 들었던 그 12초를 떠올렸다.
Q _ 그라데이션 디자인을 택한 이유는 뭔가
A _ 음성을 시각적으로 봤을 때 어떤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Q _ 복스 로고가 어떤 기호 같다.
A _ 복스는 언제 누구와도 공유하는 컨셉트이기에 영문보다 특정 기호로 일반화했다.

 

 

“있잖아, 우리 꿈을 함께 이룰래?”


이지식스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다. 최근에는 O2O 서비스를 론칭하며 하드웨어도 접근하고 있다. 미국법인과 한국법인이 있다.


미국 현지엔 주재 파트너가 상주하고 있어 시시각각 현지 소식과 서비스 론칭에 따른 정보를 수집한다. 미국법인은 한국법인이 100% 소유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이지식스의 사명을 되짚어 보면 우경식 대표의 사업관이 아닌, 인생관이 잘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여섯 개의 감정, 즉 즐거움과 쾌락 등을 스타트업을 통해 신랄하게 느껴보자는 취지다.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전부터 늘 창업은 제 머릿속에 있었죠. 대학(서울대 전기공학과) 시절엔 아예 친구들에게 선포를 했어요. ‘난 사업을 할 테니, 너흰 공부 열심히 해라. 나중에 네가 니들 브레인을 살게’ 하고요.”


그 말이 현실이 됐다. 이지식스 홈페이지를 보면 프로필에 말가면을 뒤집어 쓴 인물이 한 명있다. 그의 정체는 CTO. 서울대 동문이다. 파트너 중에는 연봉 1억에 치과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친구도 있다. 그도 이지식스 멤버다. “돈은 언제든 벌 수 있다. 뭔가 나랑 의미 있는 꿈을 꾸자”는 한 마디로 스카우트했다.


홍경선 디자이너와는 처음 미국 현지에서 프리랜서로 인연을 맺었다. 우 대표가 인정하는 실력자. 그러다 우 대표가 작년 말 귀국하면서 홍 디자이너의 합류를 권했다. 뿐만 아니라 우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날 인터뷰 바운드리에서 벗어나 있는 동료 모두 “언제든 원한다면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능력자”라고.

 

우 대표는 그럼에도 이들이 이지식스에 몸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감사해 하며, 적어도 작은 보상이라도 주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지분 모두 나눠줬어요. 수익발생 시 스톡옵션도 정해놨어요. 우리회사니까요. 이것이 스타트업만의 매력 아닐까요?”

 

현재 이지식스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투자사와도 조율 중이다. 단, 투자를 무조건 받기보다 준비된 시기에 제대로 된 곳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루 앞도 예견할 수 없는 스타트업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라도 공익적인 앱 개발도 하고 싶다”며 “여기 있는 이 모두 몇 년 뒤에 자기 회사 차려서 나갔으면 한다. 여기가 모체가 될 수 있어도,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럼 그 때 이지식스는 누가 지키냐고요? 새로운 인물들로 또 잘 굴러갈 거예요. 그 날 다시 뵙죠.”

 


* 이 기사는 네이버 매거진캐스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