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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모키(Moky), 키보드와 마우스의 공유경제

조은형 이노프레소 대표
모키(Moky), 키보드와 마우스의 공유경제

 

최근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서 펀딩 20일 만에 목표치 250%를 달성해 자신의 선택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몸소 증명한 한 남자이야기다. 반려된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이 남자. 분명 뭔가가 있다. 만나자 마자 "지금이 더 없이 행복하다”는 모션키보드 주인장 조은형 대표 이야기를 담았다.

 

 

 


성공 알고리즘 증명할 것

에어비앤비(airBnB)가 하나의 공간을 서로 다른 시간에 사용하고자 하는 두 사람을 만족시키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모델이라면, 모키(Moky)는 또 다른 공유경제의 모델을 제안한다. 바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사용할 일이 없다는 점에 착안, 키보드의 공간을 마우스와 공유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

 

이날 직접 살펴본 모키는 생각보다 더 섹시했다. 빨간 입술이 연상되는 짙은 오렌지빛 가이드라인과 수줍은 듯 조합된 키보드는 한번쯤 터치하고 싶은 설렘을 자극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다. 모키의 진가는 그 안에 녹아 있다.

 

블루투스 기능을 탑재한 키보드 자체가 터치패드가 된다. 워드를 작성하다가도 키보드 상의 센서를 터치하면 키보드가 마우스로 간단히 바뀐다. 그렇게 손가락으로 자판 위를 쓸면 화면상에 마우스 포인트가 움직인다.


일일이 마우스 때문에 휴대용 키보드 사용을 꺼린 이들을 겨냥하기도 했지만, 기존 태블릿 PC 가상키패드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한 평소 아이디어가 시발점. 적용기술은 심플하다. 심플한 것과 간단한 것은 다르다. 잭 웰치의 말처럼 자신이 있었기에 심플한 기능에서 효용성을 찾을 수 있었을 테니까.


조은형 대표는 자동모드 전환 알고리즘과 모션인식 기술 접목을 활용했지만 그 안에는 터치패드 키보드 작업에 필요한 모든 제스처가 녹아 있다. 광학센서 기술로 드래그와 탭, 클릭, 멀티터치를 구현해 블루투스 4.0 기반으로 개발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물론 일반 PC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현재는 센서 고도화 작업과 최대한 얇은 하드웨어, 몰딩 최적화에 여념이 없다. 아마도 인디고고에서 진행한 크라우드펀딩 참여자들은 당시보다 더욱 획기적인 모키를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그렇다면 인디고고에서의 반응은 어땠을까? 펀딩 마감 15일을 앞둔 6월 24일 현재 당초 목표금액이었던 3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7만 5,000달러를 기록, 목표 대비 250%를 달성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아이디어가, 조은형 대표가 LG전자 재직 시 회사에 제안했다 반려된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는 것. 그 때가 2012년. 남들은 안 된다, 왜? 하고 의문부호를 찍었던 아이디어를 그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현실에서 이를 증명해보이기로 했다.

 

홀로 창업진흥원에 지원, 우수창업사례로 선정돼 3,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프로토 제품 설계와 디자인에 들어갔다. 그 때부터 진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생각이 그의 열정에 더욱 불을 지쳤을 게다. 물론 그도 아무 준비 없이 세상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충분히 사업방향을 검토하고 고벤처 등 관련 모임에서 정보도 얻으며 차츰 꿈에 다가서기위한 단계를 밟아나갔다.


“실은 그 이전에도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라 창업진흥원에 지원했는데 안타깝게도 떨어졌어요. 차량동승시스템이었는데 지금의 카카오택시와 유사한 카풀서비스였죠. 지금 생각해도 아까웠어요.(웃음)”


안주하는 이와 도전하는 이의 성공기준은 다르기에 그가 뛰어넘어야 할 것도, 이겨내야 할 것도 겹겹이 쌓여있지만 지금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보면 분명 ‘해냈다’는 성공 알고리즘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조은형씨, 우리와 같이 특허부서에서 일합시다”


조은형 대표는 LG전자에 2003년 입사 후 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정성스레 메모하고 양식을 갖춰 회사에 제안하기를 여러 번. 그것이 쌓이고 쌓여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로부터 2년 후 덜컥 특허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조은형씨, 우리와 같이 일합시다.”


물 만난 물고기였다면 적절한 표현일까? 제대로 손뼉이 마주쳤다. 터닝포인트였다. 그는 아이디어 제안은 물론 특허에 관한 모든 보고서를 만들어 타당성 검증과 제품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업무를 도맡았다.

 

특허출원은 물론 특허 유지관리와 소송, 라이선싱 관련 업무도 모두 그의 몫. 그렇게 그가 LG전자 재직시 출원에 관여했던 특허만도 대략 350여개. 자신의 이름이 단독으로 들어간 특허만 250개 이상이란다. 미국특허청에만 60여개가 등록돼 있을 정도니 그가 바로 특허괴물이 아닐까.


그런가하면, 최근 일부 기사보도에 애플의 하이브리드 키보드(키보드와 터치패드를 결합) 특허가 언급됨에 따라 이노프레소의 ‘모키’ 특허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애플이 구현한 방식은 현재로써 매우 단가가 높은 방식”이라며 “모키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슈퍼 슬림(super slim) 광학센서를 사용해 터치패드 평면을 구성한 것과 키보드 모드와 마우스 모드를 전환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학습이 필요 없는 사용자 경험을 완성했다는 데 있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즉, 기존의 IBM 노트북처럼 터치패드 아래에 왼쪽 클릭, 오른쪽 클릭 버튼이 있는 터치패드를 사용하던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타이핑하다 마우스를 사용하기 위해서 왼손을 왼쪽클릭 버튼 위에 올리는 자연스러운 동작을 마우스 모드로 전환하는 명령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사용자는 모드 전환에 대한 특별한 학습이나 신경을 쓸 필요가 없도록 설계됐다.


기술구현 단가도 저렴하다. 최근엔 스타트업이 꼭 챙겨야 할 특허와 관련한 강연도 여러 번 제안이 있을 정도로 입소문도 났다.

 

 

 

기술을 엑싯하는 또 다른 사업모델


그렇게 조은형 대표는 2014년 6월, 자신의 길을 걷기로 했다. 이노베이션(Innovation)과 에스프레소(Espresso)의 합성어인 이노프레소. 기술 혁신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는 휴먼기술을 지향한다는 뜻을 담았다.


“제가 직접 이루고 싶었어요. 마침 3년 만에 현실이 되어서 설레지만, 한편으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요. 둥지에서 나왔다는 불안감보다는 앞으로 이뤄야 할 일이 많아 앞만 보려고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그가 혼자서 이루고자 했다면 지금까지 오기 쉽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가 고군분투하는 사이 여럿 지원군을 만났다. 그는 먼저 아내를 떠올렸다.

 

“아내가 주도적으로 함께 해줬습니다. 제 아이디어를 주변에 소개해 반응도 살피고, 제가 사업에 적당한 스타일인지 나름 분석과 조언도 하고요. 아내와 저는 칼과 칼집의 관계에요. 아내 말 잘 들어서 나쁜 건 없습니다.”


우연히 그에게 특허에 관한 조언을 구하다 오히려 엔젤투자를 하게 된 담담사무소 양시호 대표와의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막연했던 모션키보드가 이 때부터 ‘모키’로 불리게 된다. 모키의 BI도 담담사무소에서 맡았다. 디자인 전문회사 GO2 Units도 파트너로 참여해 지금의 모키로 완전 탈바꿈하게 됐다.


“하고 싶은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는 조은형 대표는 조만간 동영상 요약서비스인 플리플(FLIPL)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해 창조경제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Top 10에 올랐다. 이 역시도 100% UX 특허다.

 

앞으로 모키를 성공적으로 론칭해 엑싯(Exit)시키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기술을 엑싯하는 또 다른 사업모델을 꿈꾸는 조은형 대표. 인터뷰 후 기자도 그의 열정에 투자하기로 했다. 

 

 

* 본 기사는 <월간 app> 2015년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