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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배드 시드_윌리엄 마치 저

 

설 연휴 동안 읽기 위해 구입했던 책 중 하나. 원래 계획 대로라면 다섯 권을 모두 읽었어야 했지만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한겨레출판에서 내놓은 <화>에 이어 오늘 완독.

 

1954년 출간된 책이다. 당시에는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 대한 이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으나, 저자인 윌리엄 마치는 당대 3대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 융, 아들러에 심취해 있던 터라 이를 빗대 이 책을 써내려갔고, 이후 1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연극, 영화화 됐다. 그러나 저자는 정작 이러한 큰 성공을 느끼기도 전에 책 출간 한 달여 만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내용은 이렇다. 8살 짜리 여자 아이 로다가 있다. 아 아이의 주변에는 알 수 없는 기괴한 사건이 일어난다. 엄마인 크리스틴은 매번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퍼즐을 맞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학교 소풍 때 한 남자 아이가 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일어나고, 그 현장에 로다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내가 모를 줄 알아? 친구가 죽었는데도 넌 조금도 슬프지 않은 거야"

"내가 왜 슬퍼해야 하지? 물에 빠져 죽은 건 클로드 데이글이지 내가 아닌 걸."

 

타인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없다.

 

"알았어. 할머니 한테는 아무 짓도 안해. 포사이드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아."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떠한 수단과 목표를 가리지 않고 추종한다. 감정을 학습하고 그대로 배출하지만 이 역시도 연기다.

 

그가 절박하게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문을 열워줘, 로다! 너한테 화내지 않을게"

아이는 앙증맞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믿고 싶지 않은 엄마, 크리스틴. 고민과 갈등의 나날이 이어진다. 이웃과도 소원해진다. 그러다 이 책은 한 번의 뜻밖의 사실과 마주한다. 크리스틴의 태생의 비밀, 거기서 동일하게 오버랩되는 할머니와 손녀의 인생 여정.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진단을 유전적인 성질의 것으로 진단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배드 시드, 곧 나쁜 종자인 셈이다.

 

이 책의 결론은, 내가 생각했던 혹은 독자 대다수가 원하는 결론과 보기 좋게 어긋난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에 대한 평소 감정이 궁금하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 쉽게 와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