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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켄슈타인의 인생 노트, 이윤 엮음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회사에 취직한다. 오랜 시간 울고 웃으며 동지들과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른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 내 맘처럼 하지 않는 동료들, 원하지 않는 결과와 뜻하지 않은 행운에 인생은 말 그대로 일곱 색깔 무지개라 칭해도 가히 나쁘지 않다.

그런 인생의 굴레 속에 이런 생각도 해본다. 딱히 학창시절 연사만 스승이 아니다. 직접 나를 보고 하나하나 핸들링해주어야만 멘토가 아니다. 때로는 감명 깊게 본 영화 한 편에서, 좋아하는 연예인의 귀감이 되는 언행 속에서, 깨달음을 얻게 해준 한 권의 책에서 인생의 지침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어찌 훌륭한 스승이자, 멘토가 아니리오.

이 책은, 한 마디로 오랜 시간 포맷을 하지 못해 복잡하고 꽉꽉 채워진 허기진 인생을 깔끔하게 방향을 제시하고 삶을 정의해주는 스승과도 같은 책이다. 읽다보면 책 귀퉁이를 너무 많이 접었는지 책 반 정도가 두꺼워졌다. 뚜렷한 색깔 없이 생각만으로 첨절되던 것들, 그리고 당대 최고의 철학자라 불리는 비트켄슈타인도 나와 비슷한 생각과 나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언행을 보여줄 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가령 이런 부분들이다.

 

<001p>

우리는 먼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철학을 할 수 있다. (말로만 인생과 학문을 떠들어대지 말라는 얘기다)

<009p>

우리는 즐기기 위해 사는 건 아니라고 확신한다.

<018~019p>

만일 정적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면 달리면서 찾아라.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이클 선수처럼 계속 폐달을 밟으며 움직여야 한다. 행복한 사람은 존재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사람이다.

<022p>

삶이 견디기 힘들 때 우리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개선, 즉 자기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038p>

숭배되기보다는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라

<092p>

나는 박봉이지만 내 자신이 만족하는 노동을 할 것이며, 언젠가는 만족스런 인간으로서 죽을 것이다.

<095p>

돌아가도록 하자. 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데, 그 앞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공감력과 소통, 자아성찰을 주는 문장이 가득하다.

너무 살기 어렵거나 갑갑하다고 느낀다면 이 책 한 권을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위로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