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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생활의 발견_와타나베 쇼이치, 위즈덤하우스



지적생활의 발견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11-09-1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20여 년간 일본 학계의 격찬을 받은 자기계발의 고전 이 책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퇴근 길에 '연극인 복지를 위한 기금마련 행사'에서 구입한 책. 평소 책소개나 공부하는 법, 인문학 강의 등 멘토적인 글을 좋아하는지라 구입. <일본전산 이야기>, <영혼이 있는 승부>, <학문의 즐거움> 등처럼 공부에 대한, 아니 지적생활이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가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한 책이다.


지적생활이라는 말이 우리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것을 노동의 반대개념이자 비생산적 소비생활을 하는 유한계급과 연관된 단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대영박물관에서 거의 살다시피하면서 지적생활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와타다베 쇼이치는 '지적생활'이 브루주아 계급의 산물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생활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 끌렸던 이유는 바로 중간제목에 있다. 


반복읽기가 독서의 질을 높인다/ 나만의 고전을 만든다는 것/ 무리해서 책을 사야 하는 이유/ 지적생활을 책을 사들이는 삶이다/ 나만의 지적공간을 확보하라/ 정년 후 지식의 누적효과를 발휘하라/ 조용한 지속이 대가를 만든다/ 기계적인 글쓰기가 걸작을 낳는다/ 영감을 기다리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 체질에 맞는 두뇌활동 시간은 따로 있다/ 지속적인 기록이 위대한 업적으로/


저자는 무엇보다 책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고, 읽는 동안 집중력을 흐트려트릴 만한 것에 여유를 주지 말며, 자신의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또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아는 체 하는 착각이야 말로 자신을 향한 치명적인 독이며,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보내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진정한 재미를 또 다시 느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꼼꼼하게 들여다보며 미쳐 생각지 못 했거나 놓쳤던 내용을 다시 담을 뿐더러 기억에도 용이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야쓰오카 쇼타로라는 작가가 내게 "내가 읽는다는 것은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게 반복해서 읽는 책이야 말로 스토리의 전개방식이나 문장력에 매료된 것이기 때문이란다.


또 그는 책을 빌려 읽기보다 사서 읽는 편이라고 한다. 돈을 들인다는 것은 판단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힘들게 번 돈으로 사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맛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고전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지적생활자의 자세라고. 덧붙여 좋은 책은 반드시 나만의 장서로 소장하며 반복해서 읽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재산이 추후 다작과 다상량에 상당한 도움을 줄 뿐더러, 노후에 좋은 친구가 된다고 한다.


백과사전이 없는 시대에 혼자만 백과사전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단연코 앞서갈 수밖에 없다. (중략) 아이의 공부방보다 부모의 서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면 훗날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서재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적 토론을 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이 비전문영역에 대해 책을 쓸 수 있었던 비결도 밝히고 있다. 그는 책에서 "비전문가일지라도 책을 모으고 연구하다보면 전문가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지식을 겸비할 수 있고 책까지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책을 쓰기 위해, 칼럼 한 편을 쓰기 위해, 그 열 배, 백 배의 책을 읽으며 자료를 섭렵하는 이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있다. 일본에서 그는 육해공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의학 등 모든 분야를 통털어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고 있다. <학문의 즐거움> 저자이자 수학의 노벨상인 '필드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도 한 분야에 최고 권위자가 되기 위해 고독하고 힘든 자신과의 싸움에 승리한 자다. 


와타나베는 또 "학생 때 공부하는 방법과, 성인이 돼 지적생활을 위한 공부는 그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서툰 공부 하나가 자신의 지적생활을 충분히 망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천재와 싸우는 법(?)을 소개했듯이 그들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말고 포기할 땐 과감히 포기하고, 배로 노력하라고 하는 부분도 비슷해서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기계적이고 꾸준한 글쓰기를 강조한다. 그것이 곧 걸작의 자양분이 되고, 베스트셀러의 첩경이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내가 첫 단행본 <앱 스토리>를 펴낸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던 송숙희 선생님의 말과도 같다. 얼마 전 인터뷰 했던 조연심 선생님도 1일 1칼럼을 쓰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말을 했었다.


글이라는 것이, 지적생활이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블로그를 하고, 글을 쓰고, 공유하고, 서점가는 재미를 느끼고, 책을 사는 뿌듯함과 완독했을 때의 뿌듯함,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을 있는 그대로 느낀다면 그것 자체가 지적생활의 발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