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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2부 10~20권_야마오카 소하치 저, 솔출판사(정식 라이선스 본)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제2부인 승자와 패자. 지난 번 1부 9권을 마치고 후기를 올린 날이 8월 8일이니, 거의 한 달이 딱 걸린 셈. 11권 평균 3일 내외가 걸렸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여느 소설처럼 큰 줄거리를 토대로 굵직한 사건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주인공 주변의 인물과 상황까지도 일일이 페이지를 할애해 소개함으로써 내용이 많이 섞인다.

 

처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당장 수많은 다이묘 및 주변 인물 이름은 물론, 곁가지처럼 뻗어있는 사건도 크게 구애받지 말고 읽어나가시라 권하고 싶다. 굳이 모든 페이지를 정독하며 읽어나가면 크게 부담이 되고, 장장 3부작 32권을 건강하게 달릴 수가 없다. 예를 들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리큐 거사와 갈등을 일으키며 마침내 처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대략 2~3챕터 정도 소요된다.

 

또, 20권에 보면 이시다 미츠나리와 그를 감시하러 왔다가 오히려 그에게 빠져 목숨걸고 간언하는 오소데와의 장면이 2~3챕터 나온다. 페이지로 말하면 대략 4`~50페이지 정도. 장면 하나하나를 너무 잘개 쪼개놓는 느낌이랄까. 그런 부분도 읽기에 따라서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굳이 거기에 얽매여 부담갖지 않았으면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지난 1부가 오다 노부나가를 중심으로 이에야스와의 우정(?)이 그려지려는 순간, 혼노사에서 변을 당한 오다 노부나가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2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일대기가 그려진다. 책 제목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인데, 주된 흐름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시각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이유는 고민고민하다 생각을 단순하게 해보니, 이에야스는 참을 인, 인내의 아이콘 아닌가. 이렇다할 콘텐츠가 없다. 참고, 인내하며 주변을 챙기고, 화의하고, 인질을 보내고 받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야마오카 소하치는 도쿠가와의 탄생부터 전국시대를 끝내고 에도막부를 열 때까지의 장엄한 서사적 이야기에 그가 관통하고 있어 책 제목을 그렇게 잡지 않았나 싶다.

 

어찌 됐든 2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다의 혼노사의 변 이후 오다의 적자인 어린 산보시를 데리고키요스 회의를 통해 정권을 조금씩 잡아 나가면서 큐슈 정벌과 대륙 정벌을 위한 조선 침공(임진왜란, 18권), 그리고 내부 갈등과 히데요시의 죽음(19권), 마침내 정권의 야욕을 너구리처럼 서서히 드러내는 이에야스(20권)가 그려진다. 즉, 에도 막부를 열게 되는 '세키가하라 전투(양력 1600년 10월 21일) 직전까지의 이야기다. 여기서 시바타 카츠이에와의 줄다리기도 읽을 만하다.

 

임진왜란도 크게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 등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무장들을 조선으로 보내는 과정과 동시에 내부적인 갈등도 표면에 띄워진다. 왜 히데요시 키즈라고 불리는 가토 기요마사가, 히데요시의 총애를 받았던 이시다 미츠나리와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됐는지도 설명하고 있다. 어디서나 보면 꼭 중간에서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자신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부분 때문에 갈등을 조장하는 이가 있다. 여기서도 다르지 않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잘 알고 있는 대로 가토와 고니시는 내부적으로 마찰이 심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조선을 침공해서도, 또 명나라 사신 심유경이 와서도 화평 단계부터 정유재란이 끝날 때까지 둘은 시시콜콜 부딪친다. 또 재미있는 건 두 사람이 나중에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동/서로 갈려서 전투를 벌이는데, 이때 이시다 미츠나리 진영인 서군에 고니시가, 반대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에 가토 기요마사가 포진됐다는 사실.

 

2부에서 중점적으로 읽어내려갈 부분은 이시다 미츠나리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의 표면적인 갈등과 마찰이다. 이에야스는 어느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능숙하게 넘어가는 에이스 침대와 같은 대처가라면, 미츠나리는 고지식하고 고집이 있으며, 뭘 하나 하더라도 동료들에게 그리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그런데 이 부분은 이 서평 작성 후 읽어내려갈 시바 료타로의 <세키가하라 전투>(청어람 미디어, 절판)에서도 유사하게 나오니, 크게 다르지 않는 것같다. 특히 세키가하라 전투는 이에야스가 독을 엄청 풀어놓아 이것이 '승리의 발판'이 된다.

 

이제 3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간단히 2부에서 눈여겨 볼 부분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1. 도요토미 히데요시 vs. 시바타 카츠이에

2.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첩자오인 전술(시바타 카츠이에의 아들인 카츠토요를 극진히 대하며 첩자로 오인시켜 할복케 함)

3. 훗날 적자 히데요리의 생모인 요도 마님(차차히메)을 작업해 첩으로 삼는 장면

4. 도요토미가 이에야스의 가신 이시카와 카즈마사를 또 한번 첩자로 오인케 해 자신의 가신으로 삼는 장면(이것은 이시카와가 대의명분을 위해 히데요시를 설득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알고도 넘어가고, 이에야스도 이를 알게 됨)

5. 히데요시 사후 문치파(미츠나리)와 무신파(가토 등)와의 갈등

6. 히데요시와 천주교의 갈등, 마침내 박해로 이어짐. 정치적 이유가 불씨가 됨. 즉, 종교냐? 정치냐?가 아니라, 천주교냐? 히데요시냐?로 번짐

7. 히데요시의 양아들 히데츠쿠와 일족 잔인하게 말살

 

또한 이에야스가 임진왜란에 참전하지 않는 바람에 자신의 영지와 군사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이것이 큰 힘이 되어 세키가하라 전투와 오사카 전투에 승리 원동력이 되며 에도 막부를 열게 된다. 이는 예전 오다가 아케치 미츠히데의 영지를 몰수하며 새로 개척해 빼앗으라고 말한 것이 오히려 아케치의 반란의 씨앗이 된 것과 같은 사례를 히데요시가 이에야스에게 청한다. 즉, 현재의 영지 미카와를 노부오에게 내주고, 이에야스가 동쪽 에도(당시는 척박했던 땅)를 가지라는 것. 결국 이에야스는 바다를 앞두고 있는 이 땅을 개척해 큰 영지로 만들고, 이를 핑계로 임진왜란 출병에도 빠짐으로써 병력과 자산 출혈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이것도 이에야스의 너구리 같은 책략.

 

이런 생각이 든다. 강한 자가 오래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세상 일은 자신의 고지식함이나 관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많다. 조금은 융통성 있고, 탄력있게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흥분하지 말고, 다시 한번 냉철하게 판단하는 힘도 평소 길러야 하고. "인내는 천하 태평의 근원이요, 고집은 지옥이니라" 이 말도 있더라 말이지.

 

<이하>는 내가 책에서 건지고 싶은 문장과 이야기들.

 

<이하>

10권 25페이지 : 한 가지 장점도 없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결과였다. 따라서 인간과 인간의 다툼은 그 결점의 충돌로부터 비롯되고, 인간과 인간의 화합은 장점이 만나는 곳에서 생겨났다.

 

10권 37페이지 : 우연이란 때때로 그 어떤 훌륭한 기획보다도 더 멋진 기회를 만들어, 결과를 통해 연역하려는 인간들을 야유한다.

 

10권 41페이지 : 몸을 지키는 것이 칼이라고만 생각하지 마라. 황금 하나로 한 번식, 이것으로 두 번의 목숨은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하라.

 

10권 115페이지 : 인간이 '살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투쟁의 씨앗이 된다. 생존본능을 탐욕이 상호간의 불안을 끊임없이 확대시켜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리기 위해서'가 되면 그 내용이 크게 바뀐다.

 

11권 197페이지 : 히데요시는 아시가루들에게는 "이제 이겼다"고 말하며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싱글벙글 웃지만, 본진으로 돌아와 간신을 소집하고 나서는 "여간해서는 이기기 어려워"라며 신중하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반 병사들에게는 긍정의 메시지로 돌격을, 무장들에게는 신중함과 냉철함을 주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