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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하는가, 최명기 저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가

저자
최명기 지음
출판사
필로소픽 | 2012-08-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MBA 겸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워크 테라피 어떻게 스트레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누구나 직장생활이 길어질수록, 연차와 경력이 늘면서 중간관리자가 된다. 그러는 동안 느닷없이 생전 처음으로 리더십 이라는 것을 발휘해야 한다.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면서 실적이야 말로 회사가 자신을 평가하는, 혹은 자신을 평가받는 주요 잣대가 된다. 하지만 이것을 피하고 싶다고, 거부하고 싶다고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서로 얽히고 섥히며 살아가야 하고, 조직을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무당의 신뢰가 작두타기에서 비롯된다면, 리더에 대한 신뢰는 실적에서 비롯된다. 점차 실무에서 손을 떼고 조직을 관리하면서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 달려왔던 도구들은 한 순간에 사치가 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되내이게 되고, 삶의 목적과 과연 자신이 하는 현재 이 일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지금의 내가 그렇듯이.


이 책은 필로소픽의 자매 브랜드인  e비즈북스 출판 관계자께 진작에 선물 받았지만 늘 읽어야지 했다가도 한장 한장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일전에 <아마존닷컴 경제학>처럼 매 구절 소개하는 구체적이면서 알짜배기 사례는 한 번 슬쩍 보고 책장을 넘기기가 영 내키지 않았던 터였다. 그래서 은연중에 '시간내서 제대로 읽어야지' 했다. 책을 읽을 때면 한 권 금세 읽다가도 별로 기억나지 않는 책이 있다면, 이 책은 '일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부제처럼 다양한 구절이 툭툭 튀어나오는데 아예 외우고 싶을 정도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이면서 특이하게도 미국 듀크대에서 MBA 과정을 취득한 마음경영전문의다. 책에는 그가 왜 MBA 과정을 이수했는지도 두 번인가 귀띔한다. 그 역시도 뭔가 욕구에 대한 힐링과 집중하고픈 대상이 필요했던 터였다. 그는 그 기회를 전공과 잘 승화해 마음경영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가령 돈에 관한 부분에서는 3억 만들기보다 중요한 3억 잃지 않기라는 파트가 있다. 3억원을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조기 암 발견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흔히 몸에 작은 이상이 생겨도 '설마 별 거 겠어?'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면의 대가는 혹독하다. 암은 운이 나빠서 걸리는 병이 아니다. 우리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또 작더라도 나만의 것 창조하기 부분에서는 뭐가 됐든 나만의 자그마한 창조공간을 만들면 돈과 관련 없는 창조적 삶을 만들어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직장인이 늘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인생의 종착역에서 늘 외롭고 후회되고 도구화돼가는 이유가 바로 먹고 살기 위한 수단 만으로 일을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일이 좋아서 하든, 자아를 찾기 위해서든, 먹고 살기 위해서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때로는 무작정 욕망과 성취만을 위해 살기 보다는 적절한 시점에서 포기하는 여유을 통해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인생의 짧은 브레이크도 필요함을 덧붙인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힐링을 느꼈던 부분은 후반부를 수놓는 '성장', '승부욕', '명령' 파트였다. 저자는 지나친 투사(근거 없이 잘못을 남에게 돌리는 심리학 용어)와 지나친 겸손을 경계해야 하며, 알렉산더 콤플렉스(누군가의 후광에서 벗어나고픈 찌그러진 욕망), 승부욕의 이중성, 잔잔한 즐거움 못지 않게 도전과 모험에서 오는 흥분의 소중함, 현재에 사로잡혀 매일매일 바쁘게 사는 삶의 충고(과거를 생각하고 미래를 구상하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 남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인 '페르소나'의 두 얼굴의 그림자, 그러면서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잃어가는 현실 경계, 살면서 미뤄서는 안 되는 것들(건강관리, 추억만들기, 죽음에 대한 인정),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났을 때 빚어지는 현상과 마음가짐, 자기효능을 강화시키는 자신감, 리더의 다양한 모습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풍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번 3월호 마감 즈음에 교정지를 기다리며 마저 다 읽었는데(한 10일 넘게 끌며 막판 하루 이틀만에 금세 완독), 내가 막연히 갖고 있던 생각과 고민을 딱 짚어주고, 공감하며 이유와 현상을 사례와 함께 설명하는 지라 말 그대로 힐링되는 듯한 느낌이다. '아, 이 생각과 미래, 현 직장의 존재이유에 대한 고민을 나 혼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동질감마저 느낀다. 그래서 책 한 권이 소중한 힐링도구가 되고, 지침서가 되며, 멘토가 되고 스승이 되는 것 같다.


그럼 여기서 내가 일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제 늦게나마 그 의미를 찾아 새로운 출발점에 설 생각이다. 마흔이 코앞인데 언제가지 먹고 살기위해서만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시도하고, 도전하고, 결과물을 내며, 마음이 풍족할 수 있는, 죽을 때 행복하게 눈감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일을 통해 죽음의 문턱에서 내 인생을 힐링받고 싶다. 그러면 그 인생, 행복할 것 같다.


가장 기억남는 문구는 이것.

 

"정신 없이 바쁘게 사는 대신 하루하루 제대로 산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살아야 한다. 인생이 나를 이리저리 휘두르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인생을 제어한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너무 바쁘고 정신없게 사는 삶은 모든 것이 현재에 사로잡힌 삶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보통사람은 하루의 80% 이상을 당면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쏟아 붓는다. 과거를 생각하기 위한 시간은 10%,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은 10% 이하일 것이다. 오늘의 시간을 배분하면서 모든 시간을 현재의 일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삶이 자리잡을 수 없다.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도 써야 한다.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야 삶의 방향성이 생긴다. 내가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디로 향하는지 알 때야 말로 지금이 의미가 있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다."


"인생은 무조건 열심히 살았다고 보상받는 것이 아니다. 건강관리 미루지 말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지 말고, 추억을 많이 만들고, 언젠가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을 가다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