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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묘점, 마츠모토 세이초 처



푸른 묘점

저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출판사
북스피어 | 2013-0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합쳐진 세이초 월드!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이라 일컫는 마츠모토 세이초. 미국의 애거서 크리스티나 앨러리 퀸, 애드가 앨런 포와 함께 일본의 추리소설 붐을 이끈 이중 한 명이다. 1950년대 전후로 일본 추리로설을 이끈 인물 중 <팔묘촌>의 요코미조 세이시, <음울한 짐승>의 애도가와 란포, <인간의 증명>, <청춘의 증명> 등 증명 시리즈의 대가 모리무라 세이치와 함께 늘 거론되는 인물이다.


41세라는 늦깍이로 데뷔해 82세로 숨을 거두기까지(1909~1992) 장편 약 100편, 중단편 약 1000여이라는 그야말로 엄청난 집필력을 내세우며 지금도 그의 작품은 연일 일본의 드라마로 재구성되기도 하지만 그가 쏟아낸 작품수와 작품성에 비하면 그는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감동과 달리 문학계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1976년부터 실시한 전국 독서 여론조사에서(마이니치 신문 주최) 연 10년 동안 '좋아하는 작가' 1위로 줄곧 선정되며, 명실상부하게 국민작가 칭호를 받게 되지만 나오키 수상은커녕 관에서 받는 훈장은 평생동안 단 하나도 없었다.




세이초의 장녀라 일컫는 미미여사(미야베 미유키)가 선정해 그의 단편을 모아 출간한 <마츠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콜렉션>(상/중/하)를 보면 그가 쓴 단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당시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그의 문장 하나하나는 묵직한 느낌과 함께 읽는 이로 하여금 한줄도 그냥 건너뛸 수 없는 무게를 준다. 모두 진지하다. 기발한 트릭보다 인간의 감성을 반전으로, 이것이 사건으로, 이것이 반성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는 독자는 더 가슴이 에릴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단편 중 '일년 반만 기다려' '지방지를 구독하는 여자'가 가장 기억 남는다.



이번에 읽은 <푸른묘점>은 대단한 장편이다. 무려 600 페이지가 넘는다. 이 책은 당시 출판사의 편집자와 작가의 분위기와 시대상 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원고를 받기 위해 학 여류작가를 찾아간 편집자 노리코는 그의 주변에서 이상한 현상과 사람을 목격한다. 그러다 폭로기사를 전문으로 쓰는 한 기자가 그곳에서 죽게되고, 이어 사건과 관련있는 이들이 하나 둘씩 실종된다. 그러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는 도작(표절)의혹. 형사가 아닌 출판사 편집자 콤비가 사건을 유추해가며 책은 이야기 실타래를 푼다. 사실 이 책은 어설픈 트릭과 곳곳 우연의 빈발, 느린 전개 등 조영일 평론가의 말처럼 트집을 잡자면 끝이 없지만(이 작품의 세이초의 대표작도 아닌 터라) 제목이 주는 여운과 다양한 인물의 연계성, 쉽지 않은 소재의 독특함, 전작과의 연계성, 사회적 교훈과 시대상이 주는 흔적 때문이리라.


마츠모토 세이초라고 해서 1,100여편 모두 작품성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북스피어와 모비딕에서 함께 출간하고 있는 '세이초 월드' 시리즈에서도 일부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배제하고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이 그럼에도 대부분 무게감과 진지함, 감동에 환호하는 이유는 그 역시도 다작 작가지만 작품 한 편 써내려가기 위해 히로나카 헤이스케(일본인 최초 수학노벨상 '필즈상' 수상자)와 다치바나 다카시(언론인, 문학평론가, 논픽션 작가)처럼 왕성한 독서량과 자료수집에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국내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믿고 선택해도 좋다. 특히 그의 문장은 간단명료하고 읽다보면 문뜩 하나의 옛 풍경이 쉽게 떠오르는데, 특유의 형상화, 입체화가 돋보이기 때문 아닌가 싶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 북스피어와 모비딕 등 두 출판사가 연합으로 함께 출간하고 있는 '세이초 월드 시리즈'는 환영한다. 픽션과 논픽션 등 40여편을 라인업하기로 한 것이다. 이 시리즈는 문학평론가 조영일 교수의 글을 게재하고 있는데, 그의 글도 심도 있다. 때문에 그의 책은 모두 추천한다.


참, 마지막으로 세이초의 책은 제목이 참으로 이색적이고, 개인적으로 제목을 많이 다워야 하는 편집자로서 욕심이 많이 난다. 가령 이번 작품의 <푸른묘점>이나 전작 <점과 선> <짐승의 길> <모래그릇> <얼굴> <일본의 검은안개> <공백의 디자인> <삭제의 복원> <진위의 숲> 등 한자문화권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한자풀이식 제목이나 심플하고 짧지만 임팩트가 있는 제목이 많다. 한 마디로 제목을 잘 짓는다. 작가로서 장점과 배울점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그의 늦깍이 데뷔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