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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사는 지혜, 배신_김용철 외

 

다섯 번째 <한겨례21> 인터뷰 특강을 책으로 묶어냈다. 당시 상성가의 비리와 우리 사회에 얽혀 있던 불합리한 점을 폭로해 화제가 됐던 김용철 변호사를 비롯해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중권 당시 중앙대 겸임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정태인 전 청와대 기조실장,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의 강연 내용을 담았다.

 

수년 전에 장화식, 임종인이 슨 <법률사무소 김앤장>과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기에 김용철 변호사의 강연 내용은 복습에 가까웠다. 그래도 매번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으로 답답하고 숨이 턱 막히며, 우리사회의 부조리와 치부를 여실히 느끼고도 남기에 충분하다.

 

정혜신 전문의의 내용은 좀 더 전문적이다. 신경정신과와 심리학이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은, 기껏 상담을 다 받았는데 신경정신과는 추가로 알약을 조제해준다는 것 정도? 두 학문은 유사하다. 사람의 정신을 위로해주고 해결점을 모색해줌은 물론,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원초적으로 접근한다.

 

정 전문의는 내 기대와 달리 상대가 나와 어긋난다고 해서 이를 두고 모두 '배신'으로 치부하며 감정 소모를 하지 말라며 선을 긋는다. 배신은 기본적으로 서로 합의하고 신뢰하는 데서 어느 한쪽이 이를 어겼을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령 학생 부모가 평소 아이에게 많이 투자하며 한껏 기대했는데, 아이가 갑자기 학원을 가지 않거나, 다른 길로 간다고 해서 그건 배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들이 나를 배신했다'가 아니다. 무늬만 배신이라는 얘기다.

 

그럼 우린 왜 그런 오해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내 행동은 동기부터 이해하고 타인의 행동은 현상을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렇다. 나도 내가 그렇게 신경 써서 상대를 챙겼는데,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택했을 경우 마음 속에서는 '네가 이럴 수 있어?'하는 오해를 하게 된다. 하지만 내 행동처럼 상대의 행위도 동기를 이해하면 얼마든지 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정 정문의의 말 중에 이것 중에 하나 기억남는다. 배우처럼 악역도 자꾸 맡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정말 자신의 진정성과 혼돈이 된다는 얘기다. 그런 평가가 반복되면 스스로 자신을 의심한단다. 그러면서 서양은 배우들이 악역이나 특별한 배역을 맡을 경우 몰입해야 하는 상황이면 정신과적인 보호를 한다고 한다. 중요한 얘기인 듯싶다.

 

진중권 교수도 좋은 얘기를 많이 쏟아냈다. 가령 깃발의 폭력성(집단이나 조직에 속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이를 통해 자기의 세를 과시하는 것)이나 지식인은 대중에게 자극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 또 지식인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야만 하는 사실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도 가슴 한켠에 자리잡는다.

 

정태인 전 청와대 기조실장의 "자신은 한미FTA는 당시 한나라당의 정책이었으며, 이를 노무현 정부에서 다시 끄집어낸 이는 이광재 의원"이란다. 한미FTA에 대한 당시 얘기가 상당수를 차지하며 미처 미디어 상에서 접할 수 없었던 사실이 많이 공개돼 혼란스럽다. 누구를 믿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