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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송인혁 퓨처디자이너스 대표(TEDxSEOUL 오거나이저)

송인혁 퓨처디자이너스 대표(TEDxSEOUL 오거나이저)

“창의성의 비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다”

 

 

 

 

창의력. 어느 기업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외치는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눈에 보이지도 않아 잡히지도 않고, 무조건 짜낼 수도 없다. 과연 창의력은 선천적인 것일까, 후천적으로 계발이 가능한 것일까. 그에게 우문을 던지자 현답이 돌아온다. 송 대표는 “역으로 창의력이 무엇인지부터 접근해보자”며 “창의력은 절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을 찾는 데만 몰골하지 말고, 즉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판을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창의력은 우리사이에서 나옵니다”

그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내내 강조했던 말이 바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었다. 이제는 모든 가치가 연결에서 비롯된다는 뜻이었다. 조직의 내외부 연결의 가치가 기업의 가치가 되고 나아가 이것이 전사적인 트렌드 연결로서 글로벌 기업의 초석이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의 저서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를 보면 재미있는 실험 하나가 소개된다. 실험자는 원숭이들이 천장에 매달아 놓은 바나나를 먹으려 할 때마다 물을 뿌린다. 이를 반복하자 원숭이들은 이를 포기한다. 신참 원숭이가 한 마리씩 교체돼 시도해도 다른 원숭이들이 말린다. 마치 ‘헛수고 하지마’라는 듯이. 새로운 원숭이들이 모두 교체 투입되도 이는 변함이 없다. 아무도 천장에 있는 바나나에 손을 대지 않는다.

 

이는 조직의 만성화된 부정적인 태도와 학습된 무기력을 보여주는 실험으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조직과 너무도 흡사하다. 바로 이 실험이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 교수의 ‘화난 원숭이 실험’이다.

 

 

좋은 강연 백 번 들어도 기대만큼 큰 효과 없는 이유

 

그렇다면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왜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쳐있던 신입사원들이 입사 한 달 뒷면 모두 동태눈처럼 흐리멍텅해서 의욕을 잃어가는 걸까. 책을 인용한 이 질문에 송인혁 대표는 “비즈니스라는 것은 그냥 놔둬도 혼자 굴러갈 수 있어야 건강한 것”이라고 했다.

 

“수동적인 엑스형 인간과, 적극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와이형 인간이 있습니다. 조직은 엑스형이거든요. 리더는 와이형이고요. 매니저와 리더는 다릅니다. 매니저는 시스템과 비례해요. 리더는 사람과 비례하죠. 와이형 인간이 모여 있는 집단이 바로 공동체입니다. 사람은 비용(Cost)로 보면 답이 나오지 않아요. 개인의 내적인 동기를 유발해 살아있는 공간으로 스파크가 일어야 해요. 각자의 관심사와 기여하고픈 부분을 발견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연결입니다. 좋은 강연 백번 듣는 것보다, 그들과 연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합니다. TED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거죠.”

 

지금도 수많은 대기업이 TED를 도입하며 직원들의 창의력을 끄집어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기존 기업들은 TED를 도입하면서 훌륭한 강연자를 모시기에 급급해요. 그래선 안 돼요. TED는 강연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TEDxSEOUL을 보면 쉬는 시간이 한 시간이에요. 왜 그렇겠어요? 단순히 명함 주고받고 책 사인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아이디어를 주고 받고, 다른 분야 전문가끼리 무여서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연결을 시도하라는 뜻이거든요. 기업 TED는 그것이 약점이에요.”

 

 

 

 

우리 삼성이 달라졌어요

 

송 대표가 라이선스를 통해 TED를 2009년 처음 국내에 도입할 때도 이런 면에 반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모두 똑똑하고 학력도 높은데 그들이 굳이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그는 “단순한 강의방식으론 안 먹힌다”고 판단했다. TED는 달랐다. TED는 단순히 지식콘서트가 아니라 글로벌 연대를 표방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스테이지를 곳곳에 숨겼다. 첫 TED 행사가 국내서 대박이 났다. 공유를 통해 서로를 연결하는 취지가 소위 먹혔던 것. TED는 인생의 숙제를 얘기한다.

 

“누구나 똑같은 말을 하죠. ‘이 회사 별로야’, ‘저 팀장은 왜 저래’. 서로 프로덕트와 비용측면으로 접근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아요. 답은 우리에게 있어요. 부서를 나누고 쪼개는 것보다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해보세요. 회사를 바꾸기보다, 조직의 보이지 않는 것을 수면 위로 드러내 보세요.”

 

당장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자. ‘플래시몹 프로젝트’, ‘회사를 춤추게 하는 댄싱 프로젝트’, ‘빨간 풍선 프로젝트’. 놀라지 마시라. 이러한 혁신적인 실험들이 바로 삼성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빨간 풍선 프로젝트’의 경우 전 세계 삼성전자 사업장에 빨간 풍선을 숨겨두고 찾는 사람에게 상금을 걸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는 안 되며, 단지 사내 메일과 메신저만 활용 가능했다.

 

참가자 450여명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첫 풍선은 시작 5분 만에 발견됐다. 국내에 숨겨둔 풍선 다섯 개는 2시간여 만에 모두 찾았다. 바로 연결과 소통의 결과였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수년 전까지만 해도 출퇴근 시간 외에는 매점 이용조차 자제시키고, 사내 커피숍은 아예 없던 삼성그룹에 작은 변화가 인 것이다.

 

오랫동안 개인의 능력이라고 여겨왔던 창의성의 비밀이 바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 있었다. 그 가치도 바로 ‘사이’에 존재했다. 이것이 곧 생각과 생각의 연결이 되고, 혁신이 되는 것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갈 때 이 말이 귀에 맴돌았다.

 

“창의력과 혁신은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연결’이라는 점이죠.” 사람과 사람을 촘촘하게 연결할수록 그 결과물은 우리 상상을 뛰어넘지 않을까.

 

*TED란?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으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련된 강연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 영역은 교육, 미술 등 확대되고 있다. TED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개최하고 있다. TEDx란 형식으로 각 지역에서 독자적인 강연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글 허니문 차일드  사진 송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