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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오상희 성남 동부새마을금고 지점장

 

 

 

 

 

오상희 성남 동부새마을금고 지점장

“동네분들 집안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알아요”

 

말로는 고객만족, 고객서비스를 외친다. 하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친절 서비스 강좌를 들어도 그때 마음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오상희 지점장은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월급쟁이 사고를 버리는 것, 그리고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는 것, 나아가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대폭설이 내린 어느 겨울. 출산을 앞둬 배는 만삭이었다. 하지만 기꺼이 운전대를 잡았다. 한 고객이자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딸의 자필서명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그녀는 차를 몰고 직접 대전에서 전라도까지 찾아갔다. 결국 서명을 받아냈다.

 

출산하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 딸이 베넷저고리를 사들고 그녀를 찾아왔다. 당시 사정을 설명했다. 왜 직접 어머니를 찾아가 서명하지 않았는지를. 그녀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다. 벌써 8년 전의 이야기다. 그렇게 그녀는 고객을 찾아간다. 못 하는, 못 가는 이유가 없다. 그것이 고객의 신뢰로 되돌아오는 첩경이었다.

 

 

 

 

바로 여기가 힐링캠프

 

오상희 지점장. 그녀가 머무는 곳은 늘 고객이 북적인다. 여신비율도, 대출실적도 높다. 전국 지점 곳곳에서 그녀에게 고객상담(?)에 필요한 자문을 구하는 전화도 빈번하다. 하물며 일부러 시간을 내 그녀를 만나러 찾아오기까지. 그럴 때마다 오 지점장이 강조하는 것은 한 가지다. 고객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들어주고 얘기하는 것뿐이다. 실로 그 안에 답이 있었다.

 

“늘 이곳 주변 고객님들과 유대관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어요. 그분들 애경사는 물론 일상의 소소한 얘기까지 나눕니다. 제 고객분들 집안 숟가락까지 기억할 정도에요. 퇴근해도 곧장 집에 가지 않고 주민행사가 있으면 꼭 참석해요. 그러다보면 그분들 얘기를 듣게 되고 저 역시도 많은 인생공부가 됩니다.”

 

그녀의 책상 한켠에는 흰색 운동화가 구비돼 있다. 틈나는 대로 부지런히 고객을 만나러 나선다. 발에는 물집과 굳은살이 배겨날 틈이 없다. 이런 습관도 벌써 10여년이 넘었다. 그렇게 오 지점장은 억척스럽다. 위로 오빠와 동생 학자금까지 혼자 도맡을 정도로 책임감도 크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기자와 동행한 직원이 거들었다.

 

“지점장님은 평소 저렇게 자리에 앉아 계시지 않아요. 지나는 고객분들이 자주 찾아오시기도 하지만 보통 곳곳마다 찾아다니시며 소소한 일상까지도 자주 나누세요. 그래서인지 저희 금고 창구는 늘 북적여요.”

 

그렇다면 오상희 지점장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것일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닐진대.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내가 월급 받고 일하는 만큼 일처리만 확실하면 된다고. 하지만 근속년수가 쌓이면서 생각이 서서히 바뀌더라고요. 그 분들과 소통하면서 진정성이 정말 중요하구나 생각했죠. 내 가족입장에서 일을 처리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할 일이었던 거죠.”

 

무조건 친절한 서비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이론처럼 겉은 미소 짓고 온화하게 말하지만 상대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오 지점장은 그런 마음 하나, 작은 차이 하나가 큰 결과를 불러온다고 했다. 취재 중에 근처를 지나던 한 상인이 기자를 향해 한 마디 했다.

 

“내 평생 저렇게 편하게 사람대하는 이는 내 처음 봤수. 딱 맏며느리 같습디다. 내겐 저기(성남 동부새마을금고)가 힐링캠프라오. 호호”

 

 

 

 

 

금융상담부터 마음치유까지 “제 할 일인 걸요”

 

그가 고객불만에 대처하는 방법도 한결같다.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거나 설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더 들어주고 차분히 대화를 하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일도 겪었다. 2년여 전, 늘 믿었던 한 고객에 의해 사기를 당했던 것. 본의 아니게 상황이 어려워졌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엇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박희선 전무(성남 동부새마을금고)는 큰 힘이 됐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그 때 전무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사람은 실수도 하면서 크는 법이라고. 제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분은 늘 수평적인 관계로 직원들을 리드하는 멋진 분이세요. 지금 생각해도 감사할 뿐이죠.”

 

해피 바이러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긍정적인 요소는 바로 전염되기 마련이다. 그녀를 따라서 직원 모두의 마인드도 변했다. 한 번 더 웃고, 대화하려 한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지금의 불평불만이 조금씩 더 사라질 거예요. 고객분들의 감성과 마음을 잡을 수 있다면 그 분들은 결코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 믿어요.”

 

 

 

 

오 지점장의 올 한해 목표는 성남 동부새마을금고가 전국 최강이 되는 것이다. 그런 목표가 결코 두렵지 않다는 그녀는 주야장천(晝夜長川)할 기세다. 찾아가고, 대화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은 제1 금융권은 결코 할 수 없는, 새마을금고만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녀는 덧붙였다.

 

“이제는 금융 뿐 아니라 전반적인 재무설계는 물론, 그 사람의 마음 치유까지 할 줄 알아야 해요. 어렵다고요? 그렇지 않아요.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오 지점장과 얘기하는 내내 기자는 옛 ‘복덕방’이 떠올랐다. 음식을 분배하는 신성한 나눔의 집. 그 안에서 모든 희로애락을 나눴던 모습이 성남 동부새마을금고와 오버랩된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나보다.

 

MG새마을금고 사보 2013. 5월호

글. 허니문 차일드   사진. 송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