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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7년 전쟁 2권_김성한 저

 

 

2권

 

"너는 무슨 기를 쓸 것이냐"

잠시 생각하던 유키나가가 그를 쳐다보았다.

"저는 붉은 바탕에 둥글게 태양을 그린 깃발을 쓰겠습니다."

"응, 일본을 다스리는 이 히데요시가 태양의 아들이니 나를 보듯 그 깃발을 쳐다보며 진진하라."

이것이 일본에 일장기가 등장한 시초였다.  -171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오. 우리가 쳐들어온다고 그렇게도 누누이 이야기했는데 방비라고는 아무 것도 없으니 당신네 조정은 정신이 빠진 것이 아니오?"

"......"

"하기는 조선에서는 엎어져도 시, 자빠져도 시, 그럴 틈이 없었겠지요."

"사략에 이르기를 유문사자는 필유무비라 문무를 겸비해야 하는 것인데, 승평(태평) 이백 년에 무를 잊었다는 말이외다. 성인의말씀을 삼가지 않았으니..."  -266

 

My Things-하루 종일 공부만 하고 앉아서 실무경험이 부족하거나 현장을 이해하지 못 하면 통하지 않는다. 당시 조선의 이런 사상이 현대까지 이어져 IT기술자나 실력이 있어도 정통성이 없는 이들을 배제하는 습관이 여전하다. 명분도 엄청 따지고. 아둔한 판단 하나가 정말 사람 여럿 잡는 건 일도 아니다.

 

 

군대양성을 주창하는 이율곡을 무슨 죄인이라도 되는 듯이 몰아세운 것은 바로 그들이었다. 국고의 비축미가 2백만 섬도 넘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안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성학을 실천한다하여 예법에 규정된 나라의 제례는 갈수록 거창해지고, 왕실의 혼례다 생신이다 하는 것도 세월과 더불어 사치를 더해갔다. 국고의 비축미는 강물처럼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상벌이 해이에서 걸핏하면 땅과 곡식을 상으로 내리니 그것도 엄청난 액수였다.  -314

 

My Things-위 내 생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조정의 신료들이나 국회의원들이나 무엇이 다를까.

 

4월 20일.

밀양이 떨어지고, 적은 낙엽을 밟듯 여러 고을을 짓밟고 폭풍같이 북상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어떻게 할 것인지 말들을 해보시오!"

임금이 두 주먹을 허공에서 떨었으나 모여 앉은 신하들은 대답이 없었다.

"붕당의 싸움질이라면 그렇게도 말이 많던 사람들이 국가의 존망이 목전에 다다른 이 때 어째서 말이 없소?"  -317

 

My Things-하긴. 지금도 똑같지. 내가 정치뉴스를 잘 보지 않는 이유도, 현대의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나 지금이나 자기들 입지와 붕당에만 쳐 싸움질만 하지 정말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느라 서로 싸우는 꼴은 볼 수가 없다. 임기 내내 상대 당의 누가 윤리가 어떻네, 범죄자네... 시간 아깝고, 세금 아깝고.

 

되건 안 되건 장수는 계책이 없을 수 없었다.  -347

 

군중 속에서 번갈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시오, 상감마마"

"당신 상감으로 앉아서 무얼했소?"

"후궁의 여자들을 부자로 만들었지."

"그중에서도 김씨 여인(인빈)에게 혹해서 사족을 못 쓴다지"

"김씨가 예쁘다보니, 그 오라버니 김공량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 들었구만"

"그래서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지요"

"백성을 들볶을 것이 아니라 그 희한한 김공량더러 나가 적을 막으라지요." -421

 

My Things-자기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치맛폭에 휩쓸리는 사람. 자기 듣기 좋고 편안한 사람들 얘기만 들으려는 사람, 정말 쥐약. 이것도 예나 지금이나 어찌 그리 변함이 없는지.

 

임금의 행렬이 개성을 떠난 것은 오후 4시였다. 졸지에 무작정 떠나다보니 모양도 안 되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어서, 당시의 기록은 임진강을 건널 때보다도 더 심했다고 적고 있다.

개성의 백성들은 거리로 달려 나와 드러내놓고 손가락질이었다.

"저런 것도 임금이야?" -443

 

My Things-순조와 다를 것이 있는가. 이 나라의 대통령들.

 

선전관의 졸개 두 명이 다가서고, 북소리와 더불어 그들이 번갈아 내리치는 칼날에 육십을 바라보는 노장군 신각의 머리는 땅에 떨어져 피를 쏟았다.

"잠깐, 잠깐만..."

멀리서 말을 타고오며 외치는 사나이가 있었다. 그도 선전관이었다.

"앞서 어명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신각 장군을 죽이지 말라는 새로운 어명이오."

그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조정에 앉은 양반들은 무슨 일을 이렇게 하시오?"

남병사 이혼은 자기 부하들을 걷어가지고 북쪽 함경도로 달리고, 땅에 주저 앉은 신각의 부하 10여명은 목을 놓아 울었다.

"장군!"  -461

 

My Things-신료들이 자신의 입지 때문에 고자질하는 것도 모르고(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섣불리 판단했다가 뒤늦게 충신을 죽이지. 어디 그 때 뿐이었겠나. 현대도 그런 충신을 바른 말 한다고, 언론통제하고 서서히 옥죄다 사회적으로 매장한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