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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왜 읽습니까? 용인휴게소 살인사건의 사건 정황을 본 후

지난 1월 17일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첫 에피소드로 '용인휴게소 살인사건'의 내막에 대해 다룬바 있습니다.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을 당시에는 유명 공연예술과와 피아니스트 부인간의 이혼갈등으로 인한 사건 정도로만 보도됐습니다. 아울러 신고제로 인해 심부름센터가 만연하고, 이에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심부름센터의 각성을 촉구하는 여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지요.  

 

 

 

 유명 공연예술가 남편과 피아니스트 부인이 '용인휴게소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중심에는 심부름센터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중략)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면서 사건의 충격적인 내막이 드러났다. 비극은 채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아내 피아니스트 이모(41)씨가 이혼 과정에서 갈등을 겪다가 인터넷에서 '심부름센터'를 검색하면서 시작됐다. 이씨가 심부름센터에 '채씨로부터 돈을 받아달라'고 의뢰했고, 납치범들이 채씨를 납치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지자 살해한 것이다.

주 과장은 "죽은 채씨는 말이 없기 때문에 얘기를 들을 수 없다. 다만 부인 이씨는 이혼 후 채씨가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을 주변에 퍼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결혼해서 현재까지 어느 정도의 금액을 채씨에게 갈취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인 이씨는 심부름센터에 '전 남편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식의 상담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이 심부름센터는 납치범들과 부인 이씨의 중계 역할을 했지만 운영자 정체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하략)  -출처-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은 말이 없고, 살아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다보니 한 가지 제 눈에 띈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스크릿>이라는 책입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인 아내가 결혼 전 이 책을 읽고 자신을 위장한채 여러 사람에게 자신을 속이고, 마치 영화 <화차>의 주인공을 살아갑니다.

 

 

이 <시크릿>이라는 책은 제가 앞서 서평을 남겼던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보기>라는 책에 저자가 심히 우려하고 있는 내용이 현실이 됐떤 내용이기에 상당히 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2014/01/23 - [Booking Man] -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_이원석 저

 

<아침형 인간>과 함께 반감을 일으킨 책이 바로 <시크릿>이다. 물론 행간의 의미를 잘못 파악한 독자들의 입장도 있겠지만, 한때 그리고 지금도 유행하는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 차라리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이 모자에 쓴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와닿는다. 시크릿은 내가 원하면 이것이 주파수를 통해 우주를 울리고 그것을 이루게 만든다는 것인데, 참으로 뭐라 할 말이 없다.

 

저자인 이원석 씨는 이런 편지 내용도 소개하고 있다. <노 시크릿>에 실린 이지성 씨가 받았다는 편지 내용의 일부다.

 

-사례1-

"작가님, 그이는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입니다. 유부남이죠. 하지만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시크릿과 VD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왠지 사모님께 미안해지네요. 머지 않아 제게 남편을 빼앗기게 될 사모님의 마음까지 치료해 줄 수 있는 VD가 없나요?"

 

-사례2-

"작가님, 저는 오늘도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나 자신을 괴롭히고 학대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시크릿>과 <꿈꾸는 다락방>이 있으니까요. 저는 <시크릿>을 읽고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성정 향상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건 뭔가가 일어나게 하려는 의도적인 행동이었으니까요. (중략)

 

왜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어리석을까요. 책이 의도하는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책이 가져다주는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고 충실하려 노력합니다. 부자가 되는 책을 보면 부자가 돼야 하고, 투자를 잘 하는 책을 보면 투자가 잘 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물론 이 책은 결코 나쁜 의도나 불경한 책이 아닐 것입니다. 이를 출판한 출판사 역시도 사회에 긍정적인 힘과 에너지를 심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더 컸겠지요. 이제 문제는 독자입니다. 그저 간절히 원하다고, 소망한다고 모든 게, 바라던 것이 쉽게 이뤄질까요?

 

남편을 납치해달라고 사주한 아내는 이 책을 본 후 그대로 실천합니다. 이윽고 자신을 최면하기에 이르고, 나아가 주위에, 이웃에 자신을 과장해 속이고 홍보합니다. 그건 바로 거대한 '사기극'일 뿐입니다.

 

 

범죄심리학자는 말합니다. 실제적으로는 누구를 꿈꾼다고 이제 모델링이 돼 있는데 현실에 그러한 것이 없다고. 즉, 현실에서는 자기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말이죠. 자아존중감이 낮아서 만족도가 낮고 그 만족도를 채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혹은 허상, 허세를 갖다 붙인다고 말이죠.

 

책은 말 그대로 책입니다. 자신 마음의 식량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의도하는 바인 행간의 의미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책에서 시킨다고, 유명인사가 말한다고 그대로 자신의 신앙이 되어 버린다면 그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일일 뿐더러 판단력와 이성을 흐리고 오직 그것만을 위해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일 뿐입니다.

 

공자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지만, 생각하지 않고 배우면 위험하다고. 이번 기회에 저는 '책을 왜 읽는 것인가?' 스스로 반문하는 기회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