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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편집장이나 선배기자에게 깨질 때 현명한(?) 대처법

 

내가 신입기자 시절, 그렇게 하루 종일 고치고 고쳐 짧디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한 건 완성했다. 보고 또 보고 뿌듯한 마음에 '이 정도면 신입기자 치고 잘 썼다고 놀라겠지?'하고 자신있게 편집국 차장에게 제출했다.

 

안경을 쓰고 잠시 위 아래로 훑더니 머그컵 열필꽂이에서 빨간, 아주 새빨간 펜을 하나 꼬나들더니 내 원고를 휘갈기기 시작했다. 순간 내 감정은 소용돌이쳤고, 대체 이놈의 표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난감했다. 신입기자는 아무리 잘 해도 좋은 소리 못 듣고, 깨지고, 울고 웃기를 반복한다지만, 그 말로만 듣던 일이 내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 차장은 안경을 벗더니 한 마디 했다.

 

"일간지 신문인데, 지금 원고를 출력해서 제출하면 이거 내일 나가야 하는 거지? 내일이면 이 기사 시의성 잃지? 그럼 너나 나나 헛지랄한 거네. 그지?"

 

나는 침을 꼴깍 넘겼다. 완전 부동자세다. 하지만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빨간펜 선생님으로서 지적질만 남았다.

 

"여기 봐봐. 너 교정 공부하러 왔냐?"

 

나는 그 수정원고를 받으면 자리에 와서 수정하고 다시 천천히 들여다보며 다시는 이런 실수 하지 않겠노라고 마음을 먹던 그 순간! 원고는 그의 손에서 잘기잘기 찢겼다. "다시 해와!" "알겠습니다. 차장님. 더 완벽하게 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나도 자리에 돌아와서는 속으로 땅을 치며 통곡했다.

   

기자로서 기사쓰는 일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 하고 잘 못하고를 떠나 상사나 선배에게 지적이나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혼이 날 때가 있다. 이때 순간 감정 콘트롤하지 못 하고 그 자리에서 울거나, 상사를 빤하 쳐다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행동은 99% 본인에게 손해다.

 

상사나 선배가 자신을 혼을 낼 때는 모두 애정이 있어서다. 물론 개중에는 '내가 찍혀서' 혹은 '내가 시범케이스라서'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기자들을 혼을 낼 때는 오히려 작은 것, 작은 실수를 뼈에 사무치도록 익혀서 다시는 실수하지 말라는 의미가 크다. 반대로 큰 실수의 경우에는 본인이 더 잘 알기 때문에 내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충분히 깨닫고 반성할 수 있다.(이것조차도 느끼지 못 한다면 당신은 구제불능)

 

어쨌든 혼이 났을 경우나 원고의 지적을 받았을 경우에는 오히려 쿨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덧붙여 한 마디 하자. "제가 실수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또 한다면 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지켜봐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는데 어떤 편집장이 더 길게 얘기할까. 또 얘기해서 뭐하랴. 본인이 인정하는데. 나라면(물론 나라서 그렇겠지만) 쿨하게 원고를 넘기고 끝낸다. “다시 수정하고 잘 해봐.”

 

여기자의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눈물 흘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 역시 자신을 강하게 다잡을 필요가 있다. 데스크에 절대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바람직하지 않다. 대부분 그런 눈물에 정을 베풀 정도로 감성적인 편집장은 없다.

 

나는 이럴 때 절대 약해지지 않고 할 말은 다 한다. 그 기자가 자리에 돌아가서 이후 어떻게 행동하는지 굳이 쳐다보진 않지만 지켜본다. 그러곤 속으로 말한다. ‘이겨내고, 더 독해져라’. 나도 덩달아 독해져서 언제까지 나약함을 보일지 테스트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모 기자의 경우도 이런 경험이 있는데,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자 적응됐는지 이제 그 기자는 웬만해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더 독한 편집장을 만나도 방어기제가 잘 작동되리라.

 

선배들이 혼을 낼 때는 오히려 쿨하게 받아들이자. 그럼 모두 오케이다. 그것을 마음속에 담을 필요도 없고, 담아서도 안 된다.

 

속상해서 마음 아파할 시간 동안 차라리 수정원고를 하나라도 더 수정하고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자. 그것이 나중에 복리로 오는 상식이다. 그리고 그 선배를 뛰어넘으면 되는 것 아닌가?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