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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기사작성 시 이름, 회사명, 시의성, 사실확인, 인용, 엠바고, 오프더레코드 등에 관한 몇 가지 사항

기사작성시 유의사항

신문기자든, 사보기자든, 잡지기자든 기사의 핵심은 팩트(사실)다. 팩트를 통해 주제를 잡고 독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다. 팩트가 없거나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기사를 썼다면 그 기사는 독자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매체가 신뢰를 잃는다는 건 사망선고와 같다. 어지간해선 회생이 불가능하다.

내가 기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팩트. 첫째도 팩트, 둘째도 팩트. 그리곤 묻는다. “

이 기사의 야마(핵심)가 뭐야?”

잡지기자는 한달을 주기로 1주는 기획, 2주는 취재 및 원고작성, 자료취합, 확인 및 보완, 1주는 디자인과 편집, 그리고 발간 순으로 이어진다. 소위 데드라인(마감) 일정에 좇기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 했던 일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미지가 누락됐거나, 외고가 미처 도착하지 않거나, 기고자가 마감을 잘못 알았거나, 혹은 잠수를 탔거나, 취재녹음 파일을 모르고 지웠다거나….

하지만 일정에 쫒긴다고 해서 기사의 기본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바쁘기 때문에, 귀찮기 때문에 사실확인과 기사의 오류를 검토하지 않는다? 직무유기인 셈이다.

마감 때는 기자들이 서로 기사를 써서 편집장에게 제출한다. 신입기자나 인턴기자 원고는 선임기자, 혹은 수석기자가 먼저 보고 원고의 오류를 잡아낸다. 그것을 기반으로 기자들은 다시 원고를 재수정해 최종으로 편집장에게 제출하면, 편집장은 전체적인 책의 트렌드에 크게 벗어난 것은 없는지, 핵심을 잘 짚었는지, 오타가 없는지, 기사 제목은 시선을 한눈에 사로 잡는지, 이미지는 캡션에 맞게 배치가 됐는지, 왜 도비라 사진을 이 컷을 넣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종수정한다.

이를 기자는 다시 수정해 원고를 .txt 파일로 저장 후 디자이너와 작업하는 해당 폴더에 이미지와 함께 저장하면 된다. 물론 그 과정이 긴 시간이 투여되고 가장 집중력이 요구되는 때다.

문제는 선임기자 이상 선배나 편집장이 원고를 지적하기 전에 기본적인 부분은 본인이 한 번 더 꼼꼼히 살펴보고 제출해야 한다는 것. 이미 선배들에게 원고를 검토받을 때는 “내가 볼 때는 이 원고 흠 잡을 데가 없어요~”라는 말과 같다.

이렇게 매월 강조하고, 수정하고, 지적하는 데도 역시 틀리는 기자는 또 틀린다. 선배들이 옳게 잡아놓은 것을 자기가 보기 쉽도록 메모해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 놓고 보고 또 보고 해서 다시는 실수가 없게끔 해야 한다. 선배 입장에서는 매월 같은 것을 잡아내면 정말 환장할 일이다. 해당 기자나 선배나 모두에게 스트레스다.

지금껏 마감하는 데 있어서 신입기자들이 자주 틀리거나, 자칫 소홀할 수 있는 부분을 소개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1. 이름, 회사명 등 기본적인 사항은 지겹게 확인하라

취재원이나 기고자 등의 이름은 절대로 틀려서는 안 되는 사항이다. 친근하게 인터뷰하고, 멋진 제목을 뽑았다. 촬영한 사진도 잘 나와서 취재원에게 사진 한 장 보내줄 때 큰소리 칠 수 있겠다 싶다. 글도 인터뷰한 내용과 각장 보도자료 등을 통해 맛깔나게 잘 썼다. 책의 입고와 함께 전국 서점에도 책이 배포된다. 취재원의 고맙다는 전화 한 통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드디어 책이 입고됐다. 설레는 마음에 해당 페이지를 펼쳤다. ‘홍길동’이 ‘홍길똥’이 돼버렸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그간 모든 주의와 집중을 기울려 탈고했던 기사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기자들의 이런 실수가 많다. 내가 최종에서 잡아내는 것만 해도 매월 한두 건은 된다. 그렇다면 원고에서만 그럴까? 교정지에서도 나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자들 간에 크로스 교정(교환교정. 서로 교정지를 바꿔서 보되 오탈자 등 사실확인을 중심으로 보며, 글의 뜻이 불분명하거나 더 나은 의견이 있을 시 담당기자에게 한 번 언질 후 수정한다.)을 본다.

그렇게 하는 데도 이런 실수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큰 문제다. 광고 요청 기사의 경우에는 광고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기명기사라는 것은 이러한 모든 것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도 있다. 이름에 먹칠을 하지 말자. 매체와 취재원에게도.


2. 책을 발간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 시의성

마감 직전에 뉴스기사를 교정보게 됐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봐도 이상하지 않는가. 책 발행일은 분명 8월호(매월 1일 기준)인데, 기사에는 ‘오는 7월 20, 21일 양일간 엘타워에서 스토리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라고 적혀있었다. 담당기자를 불렀다.

“이 기사에서 이상한 점 찾지 못 했어?”

“네”

“우리 책 발행일이 언제지?”

“다음달 1일이요.”

“그럼 독자는 언제 손에 쥘 수 있지?”

“8월 첫째 주 정도면 대부분 받아볼 것 같습니다.”

“그건 서점에도 8월초가 돼야 매대에 깔린다는 의미겠지?

“네.”

“그럼 이 기사를 다시 읽어봐”

담당기자는 금세 표정이 변했다. 바로 수정하겠노라고 했다. 기사는 이렇게 수정됐다. ‘지난 7월 20, 21일 양일간 엘타워에서 스토리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사를 쓰는 시점이 최종 마감일이었던 15일에 작성한지라 담당기자가 실수를 한 것이다. 이번 건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월간지는 아무래도 일간지와는 달리 한 달을 호흡주기로 삼아 원고를 작업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의성은 꼼꼼히 살펴야 할 사안이다.


3. 사실확인(취재원 주관적 사실을, 한 번 더 검색해 확인하는 과정. 타 단체나 달리 거론된 인물, 연대 등)

‘㉠엔젤협회에 가입을 했지요’ ‘㉡비피가 맞아야 해요’ ‘㉢96년도에 국회의원 2번째 낙선 후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 ‘핀란드의 노키아가 ㉣GDP 25%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세운상가하면 이미지가 옛날이지만, 생산적인 공간이다

이상은 녹취를 딕테이션(dictation. 받아쓰기)한 파일 원본이다. 반드시 기사작성이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사실확인(검증)해 팩트를 중심으로 살(윤문)을 붙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뀐다.

‘㉠엔젤투자협회’ ‘㉡손익분기점(BEP)’ ‘㉢민주당 공천으로 노원구에 출마한 그는 92, 96년 연이어 낙마한다. 이후 그는 미련을 툴툴 털었다.’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운상가. IT 집적단지로 손색없는 곳. 못 만들어 낼 것이 없는 신기술 파라다이스다.’


4. 탈고 후 인용법이나 따옴표 등 면밀히 살필 것

교정을 본다는 것은 글자 한자한자에 에너지를 내뿜는다는 것과 같다. 몸도 쉽게 지친다. 그렇지만 그럴 때일수록 디테일에서 꼼꼼히 챙겨야 한다. 인용할 때 한쪽 따옴표가 빠진다든지, 간접인용 시 어느 문장은 존칭으로, 다른 문장은 해라체로 정리하는 건 기사문장의 일관성도 없을뿐더러 무게가 떨어진다. 문장이 길 경우 쉼표를 통해 적절히 끊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독자는 숨가쁜 기사는 읽기를 싫어한다.


5. 하나의 이슈를 중심으로 취재했을 시, 한쪽 이야기만 게재한 것 아닌가 살필 것

하나의 이슈를 통해 시장의 찬반에 관한 기사를 썼다. 기자는 해당 이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들어 객관성을 확보하려 한다. 그렇다면 해당 이슈의 상반된 두 입장을 취재해 코멘트를 기사에 녹여야 한다. 더러 신입기자의 경우 해당 이슈를 취재하면서 본인이 그 이슈 중심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그 입장이 돼버린 채, 다른 한쪽 입장만 기사화하면 기사는 객관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취재기사는 기자의 주관이 주를 이루는 칼럼이 아니다. 반드시 상반된 두 입장을 섭외해 취재해야 한다. 기자가 한쪽 입장이 되는 우를 범하지 말자.


6. 사진의 쓰임새(도비라, 또는 서브 컷)

사진을 촬영할 때는 반드시 취재 전에 도비라 컷과 서브 컷에 대한 스케치를 마쳐야 한다. 아무래도 메인인 도비라 컷은 기사 내용과 관련 깊은 포즈나 표정, 상징성 있는 배경이 주를 이루게 된다. 그에 맞는 시선처리도 중요하다.

서브 컷은 기사 곳곳에 배치되는 만큼 소소한 포즈와 다양한 볼거리의 사진을 게재할 수 있다. 반드시 이 공식에 따를 필요는 없지만 도비라 컷이냐, 서브 컷이냐에 따라 사진 찍는 자세가 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사의 콘셉트도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7. 대제, 부제, 중제는 고민의 산물

대제는 해당 기사의 가장 상징적인 부분을 내포한다. 부제는 취재원이 누구인지, 혹은 대제를 받혀주는 작은 제목쯤으로 인식한다. 중제는 해당 단락에서 가장 임팩트 있고, 중심적인 부분을 차용해 달 수 있다.

이러한 제목들은 자리에 앉아서 뚝딱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때는 하루 종일 고민하고서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는 반면, 취재 중에 좋은 제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좋은 제목이나 중제는 반드시 스크랩하자. 두고두고 훌륭한 재산이 된다.


8. 엠바고, 오프더레코드 지킬 것

기자 초년병 시절 겪었던 일이다.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 한․러 어엽협상을 위해 러시아 대표가 입국했다는 정보를 접했다. 곧 해양수산부로 달려갔다. 기자 출입을 금했다. 나는 협상 테이블 뒤편에 몰래 자리했다. 1차 어엽협상이 마무리될 즈음 한국대표단이 언론홍보담당자에게 마이크로 말했다. 

“본 협상결과는 다음주까지 엠바고(embargo, 어떤 기사의 보도를 일정 시간까지 유보하는 일)를 명시해주세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특종 욕심 때문에 내가 먼저 엠바로를 깨고 보도했다. 해양수산부에서 항의전화를 받았다. 곧 기사를 내리고 보도유예를 두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국가적 민감한 사안이기도 했지만, 시민단체에게 정보가 사전에 흘러들어갈 경우 재차 협상테이블 자체를 존속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

엠바고에도 보충 취재용 엠바고와 조건부 엠바고, 공공이익을 위한 엠바고, 관례적 엠바고가 있다. 이 경우는 공공이익을 위한 엠바고일 경우도 있지만 나는 관례적 엠바고로 판단했던 것이다. 되도록 취재처에서 엠바고를 요청하면 이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오프더레코드도 마찬가지다. 취재원과 아주 친한 사이라 기자에게 이것저것 얘기하는 통에 기사화하기 어려운 것도 털어놓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취재원은 기자에게 ‘오프더레코드(off the record, 보도에서 제외해야 할 사항)를 요청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취재원이 요청하면 최대한 들어주되, “방금 말씀하신 부분 기사화해도 되겠습니까?”하고 한 번쯤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좋다.

한 편의 기사지만, 이처럼 확인하고 지켜야 할 윤리가 많다. 현장에 나가보면 이것 이상으로 챙겨야 할 부분도 생긴다. 기자가 이러한 부분을 사전에 숙지하지 않으면 추후 여러 가지로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 미국의 신문사를 배경으로 한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페이퍼(The Paper, 1994)>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오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거짓인 줄 알면서 보도하는 것은 죄악이다.”

기사를 쓸 때나, 교정볼 때 아무도 믿지 말라. 자신이 확인한 것만 믿고 쓰자. 또 지킬 것은 지키자. 이것이 기사작성이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