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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telling

책 세 권을 손에 들고 나오며

최근 한 달이 넘도록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서점을 찾아가지 못 했다. 마음이 무지 쓰리고 이렇게 내가 바빴나 싶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다. 말 그대로 핑계일 뿐.

어찌됐든, 어제 외부 미팅갔다가 사무실 들어오는 길에 '연극인 지원금 마련 도서 판매' 행사장이 있어서 무작정 들이댔다.

근간의 베스트셀러는 20%, 2012년 내외는 35%, 2011년 이하는 50% 할인하고 있었다. 주머니 사정 생각하지 않고(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지식은 평생 먹고 살 도구라서 아끼지 않으려 한다. 그곳에서 두 권의 책을, 또 오늘 퇴근할 때보니 아직 영업을 하고 있어서 추가로 한 권도 구매했다.


지적생활의 발견_2011년 9월 14일 출간(위즈덤 하우스)



내가 유독 <학문의 즐거움>을 쓴 히로나카 헤이스케(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를 좋아하는데 비슷한 성격의 책이다. 이 책은, 누군가 지적생활을 누리는 것에 대해 '먹고 살만한가 보군, 저런 여유가 있으니'하는 생각에 지극히 평범하고 보통사람들 논리로 접근해 지적생활은 보통사람이면 누구나 즐겨야 하는 본능이라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가령 중제를 보면 무리해서 책을 사야하는 이유, 나만의 지적공간을 확보하라, 서재를 꾸미는 것은 나를 닦는 과정이다, 정년 후 지식의 누적효과를 발휘하라, 기계적인 글쓰기가 걸작을 낳는다, 체질에 맞는 두뇌활동 시간은 따로 있다... 등의 글감으로 구성돼 있다.


이너프(불만족의 심리학)_2009년 4월 28일 출간(예담)




사람은 누구나 더 많이 갖고 싶어한다. 그것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왜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것일까. 더 많이 갖는다고 해서 그 욕구가 채워질까? 밑빠진 독에 물붓는 행위일까?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 왜 인간은 발버둥치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다양한 직군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즉 일중독, 폭식, 정보중독, 탐욕, 지나친 행복욕구, 과속성장 등 다양한 현상을 통해 이를 재조명하고 있다. 적어도 이 책을 보는 동안은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니, 이 책을 통해 할 걸음 뒤에서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길,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싶다.


크레이지 사이언스(발찍한 괴짜들의 미친 상상)_2010년 5월 20일(프로네시스)




부제에서 확 끌렸다. 마침 내가 요즘 모으고 있는 글감이기도 했다. 바로 '엉뚱 엽기적인 상상이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35가지 과학실험'이었다. 저자는 이그노벨상 주무기관인 <기발한 연구 연감>의 공동발행인이기도 하며, 범죄생물학자이자 과학수사 전문가로 FBI-아카데이에서 법의학을 전공했다. 목차를 보니 몇 가지 눈에 띈다. 감자칩의 비밀, 잘 생긴 교수가 더 잘 가르친다, 의사의 글씨는 모두 악필이다. 식탐을 부르는 수프, 왼쪽 귀로 들어야 잘 기억난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 재미있는 여러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세 권의 책은 모두 훌륭하다. 헌데, 위즈덤하우스 발행인 <지적생활의 즐거움>은 금일 현재 예스24 판매지수 2574, 예담 발행인 <이너프>는 판매지수 96, 프로네시스 발행인 크레이지 사이언스는 78을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유명출판사에, 마케팅 논리에 좋은 훌륭한 책들이 애독자의 손에 적절히 집히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아직도 그러한 훌륭한 멋진 책들이 서가에 꽂혀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으로 아까운 생각에 어쩔 줄 모르겠다.


요즘, 내 서가에 꽂힌 책들을 다시 한 번 읽는 중인데 빨리 읽고나서 이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회사서, 출퇴근 시, 잘 때 읽는 책이 모두 따로따로다. 옛날에는 한 권 읽으면 그것만 읽었어야 했는데 정해진 시간 내 다양하게 많은 책을 보려니 이렇게 됐다. 세상엔 훌륭하고 재미있고 신기하고 놀라운 책이 많은데, 모두 읽지 못 하고 죽으면 참으로 후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