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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조금 더 고민하면 더욱 멋진 제목 지을 수 있답니다

 

 

자~ 오랜 만에 연재네요.

제가 너무 게을러서 이제야 글을 하나 올립니다. 그것도 원고정리하다가 문뜩 '이것이 정말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제가 맡고 있는 사보입니다. 그중 한 꼭지는 외부 자유기고가 분께서 원고를 직접 취재해서 써주십니다. 작가 공부를 하셔서 인지 글도 비교적 매끄럽고 재미있게 잘 써주십니다.

 

이번 호에도 고생을 많이 해주셨고, 역시 기대했던대로 좋은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큰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다, 제가 담당 편집자이기에 원고의 사실파악과 수정, 교정/교열, 제목, 분량 등은 제 고유 권한입니다. 그래서 겨우 겨우 짜낸 원고 수정부분에 대해 공유하려 합니다.

 

자. 아래를 보세요.

 

화목(和睦), 스트라이크! 반목(反目), 아웃!

서울시 김OO 가족, 잠실야구장을 찾다

 

글. OOO

사진. OOO

 

<발문>

“와아아!” 타자가 호쾌한 안타를 치자 김OO 가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흥분으로 들썩이는 축제의 한가운데에서 가족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승패는 이미 이들 머릿속에서 떠난 지 오래. 가족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순수한 마음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원고 재미있습니다. 벌써 야구장에 가 있는 느낌이죠? 이 꼭지가 주말에 가족여행 가는 컨셉트인데, 마침 따뜻한 봄날 야구 붐을 타고, 취재원을 야구장으로 초청한 거죠.

 

자, 이제부터가 중요해요. 제가 조금 전에 이 기사의 컨셉트에 대해 말씀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평일 내내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휴일에 모처럼 멋진 아빠가 되어서, 가족과 웃고 얘기하고 그동안 못 했던 사랑표현을 아내에게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비교적 밝은 이야기와 한 번씩 엉뚱한 얘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도 필요하겠죠?

 

자, 제목을 봅시다. '화목, 스트라이크! 반목, 아웃'이라고 했습니다. 이 제목이 틀려서가 아니라 조금 더 다른 표현을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꼭지 기획의도에 맞게, 가급적이면 제목도 밝은 내용이면 더 좋을 거에요.

 

야구에는 여러가지 경기규칙과 용어가 있습니다. 이것들을 키워드에 잘 가져다 쓸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일단 제목의 처음을 보면, '화목'은 좋은 얘기가 되겠죠? 그렇다면 '스트라이크'보다 '세이프'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어서 생각해 봅시다. '반목'이라는 말도 부정적인 의미인 만큼, '행복, 홈런'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아니면 아예 '만루홈런'이라고 해도 좋아요.

 

그러면 이렇게 수정할 수 있어요.

 

화목(和睦), 세이프! 행복(幸福), 홈런!

 

이 꼭지는 무엇보다 가족의 행복을 위주로 하는 기사인 만큼 전체적으로 밝게 잡아주고, 내용에서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컨셉트로 나가도 좋아요.

 

참, 원고작성 중에 디자이너에게 넘기기 전, 원고구분을 위해 '꼭지명, 페이지수, 부제, 대제, 전문, 본문...'하고 구분하죠?

 

여기서 가장 혼돈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전문'과 '발문'이에요. 전문은 말 그대로 이 기사의 기획의도를 초간단하게 압축해 독자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부분입니다. 한 마디로 '이 기사에는 이런 취지로 이 부분에 대해 작성했으니까 읽어주세요'하는 뜻이 담겨있죠.

 

반면 '발문'의 경우는 내용 상 중요한 부분을 통째로 긁어와 서브 컷처럼 포인트를 주는 부분입니다. 내용이나 화자의 말을 더욱 강조할 때 많이 씁니다.

 

그럼 모두 멋진 글 쓰시길 바랍니다.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