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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공존에 ‘도움’이 되는 기술, ‘위험’이 되는 기술

*폴 폴락/윈드로스 인터내셔널 대표

*케빈 켈리 IT 전문잡지 <와이어드>지의 공동창간자

*팀 오라일리/오라일리 미디어그룹 CEO


공존에 ‘도움’이 되는 기술, ‘위험’이 되는 기술

 

개방과 협력, 신 생태계 조성이라는 공존을 강조하는 시대적 화두가 디지털 세상에도 도래했다. 이것이 곧 ‘생존 방정식’이 되고 있다. 다소 차가운 IT 기술일 수 있지만 사람들은 보다 따뜻한 기술,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세상, 편리한 사용성 등을 추구하고 있다. 한 마디로 더 인간적인 기술을 꿈꾸는 셈이다. 이에 지난 5월 22~24일, 사흘 동안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 2012’이 ‘공존, 기술, 사람, 그리고 큰 희망’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미래학자와 IT리더들은 과연 어떠한 견해를 쏟아냈을까.

 

 

 1. 빈곤의 근원에서 벗어나는 적정기술_폴 폴락/윈드로스 인터내셔널 대표

폴 폴락/윈드로스 인터내셔널 대표

 

“당신은 왜 가난한가?”
누군가 당신에게 대뜸 이렇게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 답할 것인가. 이 세상에서 이 질문에 명쾌히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또 이에 대한 답을 구한다고해서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도 과연 얼마나 될까.
한때 정신과 의사이자 부동산 투자 귀재로 거칠 것이 없었던 폴 폴락. 그가 갑자기 흰 가운을 벗어던지고. 부동산을 박차고 나서 전 세계 저개발 국가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생존과 가난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폴 폴락은 저개발국가의 저소득층을 위해 고안한 기술을 빈곤상황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이룰 수 있도록 대안적인 기술을 전수한다. 그는 이를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 칭한다. 쉽게 풀이하면 이렇다. 그가 한 저개발국가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이 어떻게 하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습니까?
“아무래도 건기 때 농사를 더 지을 수 있다면 지금의 수입보다 3배는 더 많이 벌 것입니다.”


그는 그들에게 건기 때도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페달펌프’를 고안했다. 하지만 그는 이 펌프를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았다. 철저히 가격을 매겼다. 페달펌프 1대에 8달러(한화 약 9,600원), 땅을 파고 우물을 만드는 작업비용으로 25달러(한화 약 3만 원)를 청구했다. 최소한의 대가였다. 폴 폴락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다시 또 다른 저개발국가 주민을 위해 썼다. 페달펌프 하나로 펌프를 제조하는 사람, 수로파이프 제조하는 사람까지도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줬다.


그가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 운명처럼 받아들여진 가난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대신 그 원인을 찾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그가 이렇게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힘쓰는 이유는 바로 ‘허전함’ 때문이었다. 의사로서 하는 치료행위만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을 영원히 치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근본을 파헤치자는 생각에서 나선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자립’이라는 판단이 서자마자, 폴 폴락은 22년간의 의사생활을 과감히 접고 1981년 비영리단체인 IDE(International Development Enterprises)를 세웠다.


그간 모아둔 돈은 고스란히 단체를 운영하는 종잣돈이 됐다. 무엇보다 그가 펼치는 구호활동이 1회성이 되기 보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는 데 초첨을 두고 있다. 국가가 하지 못 하는 것을, 일개 한 개인이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그것도 타국의 사람이. 어떻게 보면 ‘가난도 국가는 어찌 하지 못 한다’는 것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말에 맹점이 있긴 하겠지만.


방글라데시에 이어 케냐에서 개발한 머니메이커(발로 밟아서 농작물에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킥스타트(Kick Start))는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큰 희망을 가져왔다. 머니메이커 사용으로 농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110달러에서 1100달러로 무려 10배 이상 뛰어올랐다. 전 세계24만 명의 농민이 소액창업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났고, 지속가능한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집 방 한 칸에서 시작한 자원봉사활동은 이제 25년이 지난 현재 상근직원만 500명이 넘었다.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장수영 나눔과기술 공동대표는 폴 폴락의 적정기술에 대해 “절대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며, 실제 기술 본연의 모습”이라고 칭했다. 이에 폴 폴락은 “스티브 발머 회장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놀라운 기능을 많이 소개했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 의구심이 들었던 것은 그러한 멋진 기능이 자그마치 26억 명에 달하는 2달러 미만의 생계비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향후 25년간 기업들은 이들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전 인구 90%를 위한, 이들에게 적정한 기술이란 무엇이며, 디지털 혁명 속에서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폴 폴락은 기존 자선사업에 대해서도 충고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건을 주고 단순히 기부하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과 존엄성을 헤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을 살릴 수 있는 진정한 길은 자선이 아니라 독립할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 폴락은 무엇보다 “빈곤계층의 사람들을 고객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적정기술 모델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 대기업 비즈니스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엇보다 “빈곤계층을 자선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고객으로 볼 때 서로 지속가능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기업이 이들과 지속적으로 관계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사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것이야 말로 적정기술이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임을 달았다. 나아가 철저한 고객분석과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 뭔지 파악하는 즉시 상품을 개발했고, 수요는 갈수록 커져갔다. 더불어 마케팅 역시 중요한 부분임을 재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그가 개발한 적정기술은 이 뿐만이 아니다. 소말리아와 수단,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가에서 적정기술 사업을 벌였던 폴 폴락은 얼마 전 4,000달러짜리 의족용 인공 무릎관절을 재개발, 78달러에 제공해 선진국 내 빈곤계층을 위해서도 적정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또 몽골에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축열기를 공급하는 G-Saver 프로젝트를 비롯해 말라위에서는 버섯재배 사업, 차드에서는 수수대 숯 제작과 건조망고 생산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80세 노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에너지와 아이디어와 열정인 셈이다. 그는 부자들을 위한 첨단기술이 아닌, 일반인을 위한 적정기술이야 말로 삶을 부유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임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2. "기술에 노예가 되지 말아야" 케빈 켈리/IT 전문잡지 <와이어드>지의 공동창간자

 

케빈 켈리/IT 전문잡지 <와이어드>지의 공동창간자

 

현대인은 늘 신기술과 트렌드에 노출돼 있다 보니, 이에 발맞춰 나가지 않으면 혹시 도태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쉽다. 기자 역시도 인터뷰나 컨퍼런스, 세미나에 취재가거나 지인을 만나 연락처를 교환할 때도 늘 빼놓지 않는 것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주소다. 물론 명함에도 이 주소들이 기입돼 있다. 스트레스라고 토로하는 이도 흔하다.


세계적 IT잡지 ‘와이어드’ 공동 창간자인 케빈 켈리. 그가 이런 모습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코웃음을 칠까? 아니나 다를까. 그는 스마트폰과 트위터는 하지 않는다. 없어도 불편함 없이 용케 잘 살아가는 걸 보면, 없어도, 사용하지 않아도 생존에 큰 문제는 없는 듯 보인다. 케빈 켈리는 기술이야 말로 이미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필요한 것만 골라 쓰면 된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의미다. 함께 진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TV도 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케빈 켈리는 “사람들이 모든 신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에게 곡 필요한 신기술 몇 가지만 잘 골라 써도 IT의 빠른 변화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제가 트위터나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고, TV도 보지 않는데 신기술에 대해 논하는 것을 보면 매우 신기해하더라고요. 문제는 그들이 ‘신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기술은 인류를 편하게 할 뿐이고, 개인이 편하게 느끼면 그만이지 굳이 모두 다 사용해서 만족해야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죠.”


그는 또 신기술에 압도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기술은 우리가 태어난 다음에 발명된 것이 아니라 정수기, 의자, 책상, 연필꽂이처럼 도처에 널려 있는 모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 제조기술이나 클라우드 기술만 기술인가? 아니다”며 “인류가 소를 길러 우유를 마시고 그 우유로 유제품을 만들어 스스로 발달하는 것도 기술이다. 인간도 기술의 일부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저서 ‘기술의 충격’에서 언급했던 ‘기술이 생물처럼 진화하고 발전해 가는 테크늄’ 개념과 맞닿아 있다.


그는 ‘기술이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개념을 로스알머스연구소(원자폭탄을 처음 개발한 연구소)에서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처음 이 개념을 떠올렸다. 당시 A.I에 관한 주제의 행사였는데, 생명의 발전 프로세스가 시뮬레이션 가능한지에 관한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을 거쳤다. 그 결과 ‘컴퓨터를 통해 생명체의 모델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냈던 것이다. 그는 기술과 생명이야 말로 동전의 양면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또 기술 중 적절히 사용하지 않는 기술은 그대로 묻히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기술로 대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제가 있는 기술은 좀 더 나은 기술로 대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발명의 개념의 것이다. 사용량을 줄이고 늘리는 것에 대한 접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가 진단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기술은 어떨까. 그는 기술의 흐름을 분석하고 제시하는 사상가답게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단계라 아마존이나 구글 등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가 난립하고 있지만 10여년 후에는 하나의 거대한 서비스로 통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는 분명했다. 컴퓨터가 여러 대로 나뉘어 있을 때보다 한 대로 연결됐을 때 더 이것이 촘촘해져서 더 가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이 구현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빅데이터에 대해서는 ‘소유’의 문제가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갖 인터넷상에 정보기술이 쌓이면서 이 개개인의 사적인 정보가 과연 누구의 것인지 혼란이 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과학기술의 진화에는 종결점이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 진화에는 끝이 없습니다. 진화는 여러 차원에서 외곽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방향을 볼 때 종결점이 없는 것이죠. 각 기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경로가 많을 뿐입니다.
케빈 켈리는 “이제는 기술에 대한 정의를 새로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도끼와 마우스를 비교해 보면, 돌도끼는 우리가 시간만 있으면 스스로 만든다. 그러나 마우스는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못 만든다. 그 이유는 마우스에는 수백 개의 부품이 내장돼 있고, 칩이 있고, 회선도, 플라스틱 커버 등 수 십 만 개의 관련 기술이 들어가야 가능하다. 기술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수 십 만 개의 기술의 네트워크다. 기술은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테크늄(TECHNIUM)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기술은 전기를 원하고, 식물은 빛을 원합니다. 반복적 행동을 보이면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성을 보입니다. 기술은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긍정적 방향으로 향하려는 편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기술이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전에 진화가 원하는 것을 먼저 보면, 진화가 원하는 것은 더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특수화, 다양화를 함께 내포하는 것이죠.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도 복잡함, 다양화, 특수화 등을 원합니다.”


그렇다면 기술은 무엇을 원할까. 그는 “기술이야 말로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늘려주고 다양성을 제공하고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준다”며 “우리 모두는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다. 모차르트가 피아노 발명 전에 태어났다면 그의 재능은 발현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내재된 잠재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기술을 발명해야 함을 강조했다.
케빈 켈리는 마지막으로 창조경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큰 결과를 불러옵니다. 매일 고객들과 접촉하고 관찰하는 직원들에게 일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를 하나씩 내라고 해보세요. 물론 인센티브도 제시하고요. 그것이 곧 창조경영입니다.”

 

3. 개방성의 진수를 보여주다_팀 오라일리/오라일리 미디어그룹 CEO

 

 

팀 오라일리/오라일리 미디어그룹 CEO

 

처음엔 구글의 개방성에 대해 네티즌은 이해하지 못 했다. 각종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가 무료라니. 하지만 네티즌이 구글에서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구글은 진화했다. 단순히 콘텐츠를 개방해 사용성을 높이고 확장하는 개념을 벗어나,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구글의 개방성은 여타 콘텐츠 서비스 제공업체와 인터넷 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뭐든지 처음 획기적인 서비스가 등장했을 당시는 의혹의 눈길과 함께 환호도 교차하지만 그 밑단에는 제공자의 면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은 아니다.


팀 오라일리. 그는 1978년 설립, 기술서적을 전문으로 발간하고 있는 오라일리미디어 대표다. 현재는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을 e-Pub, Mobi, 사파리 웹브라우저용 등을 판매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괴리에서 오라일리는 전자책에 DRM을 씌우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출판사의 힘과 에너지의 원천은 콘텐츠에서 나오기 마련인데 이를 쉽게 개방하는 건 아닐는지. 혹시 독자를 너무 믿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터.
“우리 콘텐츠에 DRM를 씌우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우리 콘텐츠를 무상으로 쓰기만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인터넷 상에서 책 자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죠.”


그는 항간의 우려보다 한 발 더 내딛은 모양이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콘텐츠가 난무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 만권씩 쏟아지는 서적들과 인터넷에 도배되는 뉴스들. 그는 그 속에서 소비자가 최고의 콘텐츠를 고를 수 있는 대안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신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그러고선 되물었다.
“콘텐츠 불법공유도 문제지만, 사람들에게 잊혀지거나 알려지지 않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파일 불법공유에 대한 그의 생각도 놀랍지만 그가 지향하는 집단지성과 글로벌 브레인, 또 그 과정에서의 피드백과 인간-기계 간의 공생도 주목할 만하다. 그가 콘텐츠에 DRM을 씌우지 않은 것은 자신이 겪은 한 사례 때문이다.
“저는 ‘웹2.0은 무엇인가’라는 논문을 무료로 공개했는데 이 논문 파일이 자그마치 100만 회 이상 내려받기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무료였지만 오히려 저는 그 덕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논문의 유명세를 통해 웹2.0 엑스포와 웹2.0 서밋 등을 개최했지요. 이후 8년여 간 무려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공상과학 소설을 돈 한푼 내지 않고 집근처 도서관에서 즐겨 읽었다. 그는 당시 생각했다. 커서 돈을 많이 벌어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사서 읽겠다고.
그는 “내가 만약 어렸을 때 공상과학 소설을 접하지 않았다면, 돈이 있어도 책을 사서 읽겠는가”하고 반문하며 “콘텐츠 제공자나 저작자는 파일 자체를 복제하고 공유하는 것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또 다른 긍정적인 씨앗을 뿌린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팀 오라일리는 알려진 대로 웹2.0 주창자다. 그는 기술의 발달로 가능하게 된 ‘집단지성’이야 말로 인간이 갖게 된 새로운 도구라고 정의했다. 오라일리는 이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환경이나 자원 문제 등 인간이 직면한 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기존의 공존과는 다른 새로운 ‘공존2.0’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오라일리는 처음 웹2.0을 정의했을 때도 공유와 개방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집단지성을 더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집단지성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알렸다.
“집단지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일에만 쓰이지 않아요. 금융산업의 경우 집단지성을 이용해 과욕을 부리는 사례가 많습니다. 시장을 조작하고, 폭리를 취하는 예가 흔합니다.”


그렇다면 웹2.0 이후 버전인 웹3.0은 무엇일까. 그는 “웹2.0을 웹의 버전 숫자가 아닌, 웹의 부활”이라며 “웹의 다음 버전을 굳이 말하자면 사람들이 키보드로 타이핑하는 것이 아니라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 애플리케이션과 디바이스”라고 전망했다. 그는 공유와 개방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런 그가 이번엔 ‘글로벌 브레인’의 출현을 예고했다. 글로벌 브레인은 인간의 집단지성과 광대한 데이터가 하나로 결합한 새로운 인공지능이자 네트워크로 연결된 글로벌 마인드다. 한마디로 집단지성과 인간-기계의 공생의 산물인 것이다.


오라일리는 글로벌 브레인의 예로 구글 무인 자동차를 들었다. 도로와 이정표 같은 모든 데이터가 자동차 한 대에 집약돼 있다. 운전실력도 괜찮아서 미국 네바다주에서 면허까지 취득했다. 집단지성과 인간, 기계의 공생을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애플리케이션의 핵심이라고 환기시켰다. 뿐만 아니라 의사에게 환자 처방을 조언해주는 IBM 슈퍼컴퓨터 왓슨. 개개인의 정보가 집적된 지식 결정체 위키피디아도 글로벌 브레인이다. 이에 대해 제프 자비스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인터넷은 인쇄술 이후 공공성을 위한 최고의 도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방대한 데이터로 개인의 정체성을 지배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손화철 한동대 교수는 “우리가 받는 정보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선택한 것 같지만 내가 선택할 것 같은 것을 남이 선택해 준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제 인간의 지성과 인터넷 기술이 창조적으로 결합한 글로벌 브레인은 이제 막 태동한 어린아이와 같다. 오라일리는 이에 빗대 “어린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글로벌 브레인을 더 스마트하고, 더 도덕적으로 키울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허니문 차일드가 작성한 월간 웹 2012. 7월호 <trend maker>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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