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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낭만 IT 김국현의 ‘스마트’한 제안

김국현 씨는 현재 큐레이션 서비스인 '에디토이(http://editoy.com)' 운영자로서 제 2의 삶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모두 MS를 사직할 때만 해도 "왜?"라는 질문을 했죠. 하지만 그는 큐레이션 서비스에 사회적 필요성과 요구를 알아채고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것입니다. 그 만큼 계량적인 수치로 잴 수없는 큰 한 걸음을 내딛은 것입니다.

아래는 김국현 씨가 MS에 몸담고 있을 당시(2011년 5월)에 인터뷰했고, 그해 6월호에 게재한 기사 전문입니다. 그 때 기사를 왜 블로그에 싣느냐고 묻는 다면 전 이렇게 답변드리고 싶네요. 와이어드 공동창간자인 케빈 켈리는 '기술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했죠(

2012/11/21 - [Human Storytelling] - 공존에 ‘도움’이 되는 기술, ‘위험’이 되는 기술)

.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며 수동적인 행태를 비판한 것입니다. 반면 김국현 씨는 이를 자신의 것으로 녹여 스마트한 일상을 리드합니다. 어떤 때는 '저렇게 꽉 짜인 글쓰기와 얼리어답터 기질은 기자도 쉽지 않은데...'하고 혀를 내두를 경우도 많지만, 그는 리더입니다. 스마트한 일상과 IT를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그의 일상을 담아보는 것도 좋다는 판단에서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낭만 IT 김국현의 ‘스마트’한 제안
“여유로운 옵션을 갖추는 삶, 그리고 인생”

 

김국현 부장(한국마이크로소프트 플랫폼 조언가)은 자신을 ‘색’으로 정의해달라는 기자의 짓궂은 질문에 한참 골몰하더니 ‘초록’이라고 답했다. 녹색도 아니고, 파랑도 아닌 초록이라니. 도심 어디에든 존재하며 어울리는 색, 동시에 회색빌딩 사이에서 낭만을 주는 색. 그래서 바쁜 디지털 일상 속에서도 그는 여유롭게 보였다.

 

 

 

 

 

굳이 현학적인 분위기로 몰아갈 생각은 없지만 ‘날마다 우리는 노래를 듣고, 좋은 시를 읽으며, 멋진 그림을 보고, 느낌이 있는 몇 마디를 나누며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괴테는 말했다. 벤담의 공리주의처럼 행복을 수치화, 계량화하긴 힘들어도 인간의 그 근본에 내재된 행복의 갈망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 같은 것 아닐까. 그리고 더 깊이 젖어들 수 있다면 바로 ‘낭만’이라는 두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웹 전문가를 섭외할 때마다 그들의 자질, 혹은 특성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는다. 하나의 팩트를 찾기 위해서다. 테이블 위에서 쏟아내는 그 수많은 정보가 그들에게 어떠한 지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철학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곧 맡게 될 그들의 향에 대해 기대하곤 한다. 그런 면에서 이날 만나 얘기를 나눴던 김국현 부장은 웹 전문가라면 가질 수 있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버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 분야의 웹 전문가들이 갖는 일종의 평준화된 외형과 성격에서 적당히 벗어나면서도, 거슬리게 튀지 않는다. 인터뷰 질문에 진지하게 답변하다가도, 필요한 대목에서는 호탕한 웃음을 내뱉는다. 그리고 예상을 벗어난 질문에는 과감히 “이 질문은 없던 것으로 해달라. 오해할 수 있다”며 굳이 포장하지도 않았다.

 

21세기적 야성,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제언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도 기기와 글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이미 업계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세 권의 관련 저서(『코드 한 줄 없는 IT이야기』『웹 2.0 경제학』『웹 이후의 세계』 등)를 통해 IT가 아닌, IT를 이용한 기업의 발전방안을 고민해 왔다. 이후 줄곧 기업의 비즈니스와 IT를 접목해 최대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다각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오랫동안 해오던 숙제가 있었으니, 바로 ‘스마트’와 ‘워크’의 교집합을 찾는 것. 이 문제는 현대를 살아내고 있는 모든 직장인이라면 꿈같은 얘기가 아닐까? 하지만 그가 제시한 꿈의 정의와 범위, 그리고 현실 속에서 찾아낸 그의 해답을 검산하면 결코 꿈같은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격 탓인지, 열정 탓인지 그 해답을 찾고자 하는 그의 열정은 오랜 시간 진지하게 이어졌고, 마침내 그는 올 초 ‘스마트워크(한빛미디어)’라는 책을 통해 자신이 찾은 해답을 공유하기에 이르렀다.


“저성장시대에 워커홀릭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오히려 스마트하게 일하는 노하우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스마트워크는 재택근무가 아닌, 나의 일을 스마트하게 하는 자기선언인 셈입니다.”


그는 21세기적 야성,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제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젠 누구나 갖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인해 사무실 밖에서도 얼마든지 생산성 있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나만의 유목도구인 디지털 적토마를 찾기 위한 경험어린 조언도 녹아 있다. 디지털 유목의 필수환경인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지적생활술을 위한 키워드를 제시하며 근태와 생산성의 허상을 요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3C.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업무수행이 가능한 스마트워크 시대를 살고 있지만, 컨베이어벨트식 근무가 의도여부를 떠나 일의 효율성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하는 것이 아닐까. 성취감을 느끼기도 전에, 사명감을 떠나 부담감으로 인한 공기를 한층 더 무겁게 느낄 수 있는 이 때, 책을 통한 그의 반란은 뜨겁다. 정시에 출퇴근하며 늘 지정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래서 그는 말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고. ‘나를 통한 사회개혁의 메시지’였던 셈이다.


“저는 책상에서 멀뚱히 앉아 있는 걸 제일 싫어합니다. 저는 업무를 마친 후 자진해서 외근을 나갑니다. 밖에서 업무에 관한 갖은 생각도 하고, 낮에 일이 안 되면 밤 시간을 활용하기도 하죠.”


“시간을 쪼개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다”는 물음에도 그는 손사래 치며 “결코 시간을 잘 활용하는 케이스가 아니다”라며 “다만 어떻게 허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하고 고민 했던 것이 모여 좋은 습관이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의 일상이 스마트워크로 하나씩 연결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 1999년 한 PC 관련 매체의 권두칼럼을 쓰면서부터.


“어렸을 때부터 필기구에 대한 관심과 집착이 컸어요. 제가 책에서도 말했지만 필요한 기기는 꼭 여벌로 한 대 더 구입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노트북처럼 고가의, 굳이 두 대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기기를 더 사는 건 아니고요, 뭔가를 적고 쓰는 데 필요한 기기를 예비품목으로 한 대 더 구입하고 있어요. 흐름이 끊기면 안 되잖아요.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세랄까. 아무튼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필기감 좋은 펜을 두 개씩 갖고 있는 것과 같아요.”

 

 

 

‘Xperia X1’으로 바삐 타자를 치고 있는 김국현 부장. 그래도 웬만한 타수는 나온다고. 중요한 것은 의지란다.

 


김국현 부장의 경우 그 시간을 습작으로 메우듯이, 취미, 공부 등 각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 또 그러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을 뒷받침 한다.


“우리는 흔히 B라는 일을 하기 위해 A를 접겠다고 결심하는데, 그 전에 A 속에서 B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정녕 없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어요. 제가 봤을 땐 그렇지 않아도 되는 사례가 많았거든요. 다가올 시대에는 분명 여유로운 옵션을 갖출 수 있는 삶을 살게 될 겁니다. 그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놔야죠(웃음).”

 

디지털 해안선을 따라 그리는 낭만 IT 여행
직장인 중심으로 골수팬을 거느린 ‘김국현의 낭만 IT(goodhyun.com)’ 블로그를 통해 네티즌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는다. 습작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갈수록 메말라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그의 카툰 ‘낭만 오피스’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뜨겁다. 요즘 조금 연재시기가 주춤한 것 같아 “소재가 다 떨어졌냐”고 농을 던졌다. 그 말을 듣자마자 휴대폰을 열어 보여준 것은 낭만오피스의 소재들. 화면을 손가락으로 몇 번이나 휙휙 날렸을까.


“제가 이 소재들을 하루도 쉬지 않고 연재했을 때 거의 두 달에 가까운 분량이에요. 지금은 시간에 좇겨 자주 못 그리는데 또 여유를 틈타 다시 펜을 들 생각입니다.”


직장인으로서 그는 회사의 자산과 시간으로는 책은 물론 블로그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긴 통근시간. 그 속에서 칼럼을 쓰게 됐고, 이후 그의 문방구는 항시 휴대가 가능한 단말이 됐다. ‘90년대 중반 어느 봄날 시청지하상가에서 HP200LX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칼럼을 쓸 용기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그의 현재 주력기종은 ‘Xperia X1’. 그 애정 탓에 요즘도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 스마트폰은 그를 쉽사리 흥분시키지 못 한다. 쿼티(QWERTY)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HTC HD2의 화면에 HTC Touch Pro2 모양인 단말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늘 바빠 보인다. 그런데 그는 켤코 아니란다. 몇 번을 물어도 마찬가지의 대답이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이 시간을 살고 있는 특유의 ‘스마트’한 여유에 기인하는 것 아닐는지. 그 와중에도 그의 낭만 IT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어진다. 누구나 그의 낭만적인 스마트워크 제안을 통해 성공적인 채무자가 돼도 그는 행복한 채권자가 되지 않을까.


“누구나 뻔한 일을 하고 있다. 그 안에는 작고 소소한 행복이 많아요. 그 행복을 찾아(Capture) 함께 나누고(Connect), 기뻐할 때(Celebrate) 행복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재미있는 업무 속에서 ‘꺼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스마트워크의 시작이니까요.”


 


그의 블로그에 업데이트된 5월 13일자 ‘낭만 오피스’. 스마트워크를 소재로 한 질문이 재미있지만 많은 것을 회자시킨다.

 

본 기사는 허니문 차일드가 작성한 월간 웹 2011년 6월호 <flash back>을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