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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천재의 유전자, 광인의 유전자

 

RNA 바이러스는 1918년 독성 감기를 일으켜 미국에서만 60만 명,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이러스다. (중략) 1918년에 그토록 많은 인명을 앗아간 바이러스의 온전한 복사판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지구상에 별로 없었다. 그런 희귀한 장소 중 하나가 노르웨이의 롱이어비엔 탄광촌 계곡이 있는 공동묘지였다.

 

1918년 겨울, 건강하고 젊은 광부 일곱 명이 이 탄광에서 일하다가 독감에 감염되어 며칠 만에 사망했다. (중략) 독감바이러스의 온전한 복사판을 추적하던 국제과학팀은 이 묘지에서 시체 한두 구를 파내어 조직 샘플을 추적하면 잠자는 바이러스를 얻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과학팀은 노르웨이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여 승낙을 받았다. (중략) 그 백신을 개발한다면 인류는 두 번 다시 그런 독감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편 노르웨이 공중 보건 당국은 잠자는 바이러스를 일부러 깨워서 맹독성 독감이 다시 퍼지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학자들이 그렇게 되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수의 학자들은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런 위험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런 연구로부터 인류가 얻게 될 혜택에 비추어 볼 때 아주 사소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p72~73

 

상당히 무시무시한 호기심이다. 잠자던 바이러스를 깨워서 다시 독감이 창궐할 가능성이 있어도, 그건 인류가 얻게 될 혜택에 비춰 볼 때 사소한 것이란다. 그 바이러스로 제약회사는 대중을 인질로, 백신을 먹이 삼아 큰 돈을 벌 것이다. 특허 기간이 끝나는 5년 동안 돈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빈곤층은 무수히 숨을 거둘 것이다. 영화 같은 일이다. 잠든 바이러스를 깨우는 건, 인류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 아닐까. 그 맹독성 독감이 다시 퍼져 다른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결합하거나 내성을 지니게 된다면 이는 더 걷잡을 수 없지 않을까. 왜 인류는 조금 더 오래 살려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반대급부를 따져가며 개발하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