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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우침의 해우소

[No.23] 인류의 뇌가 여타 포유동물보다 컸던 이유

 

인류의 진화론과 관련해 반드시 언급되는 것이 바로 호모 에렉투스다. 호모 에렉투스는 문화적 기술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켰고, 이를 통해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해 나갔다. 호모 에렉투스는 인류문화를 발전시키기 시작한 진정한 선구자이자 180만년 전부터 아프리카에서 구대륙의 여러 지역으로 이주한 최초의 인간으로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호모 에렉투스의 특징을 꼭 집어보면, 60만년 전부터 호모 에렉투스는 점진적인 진화를 이루는데, 그중 머리의 특질을 주목할 만하다. 이 시기부터 호모 에렉투스의 머리는 현대인과 같은 머리의 특질을 보이고 있다. 에렉투스의 뇌는 하빌리스의 뇌부도 무려 33%나 더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더군다나 커다란 뇌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몸에서 그 만큼 많은 피를 공급해야 하는데,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 피의 20%는 뇌를 향하나. 그런 뇌가 에렉투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뇌가 생존과 종족 번식 성공에 기여를 한 것이 아니라면, 왜  에렉투스의 뇌는 어떤 이유로,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됐을까.

 

마빈 해리스는 자신의 저서 <작은 인간>에서 폴란드 과학 아카데미의 이론 생물학 위원회의 콘라드 피아코프스키의 연구결과를 예로 들며 바로 "다름 아닌 달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에렉투스의 뇌는 컸기 때문에 다른 맹수들이 거의 사냥을 멈추고 그늘이나 물가에서 쉬는 한 낮에도 뜨거운 태양 아래서 뛰어다닐 수 가 있다는 얘기다. 뇌에 필요 이상의 세포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쉬지 않고 달리면서 받게 되는 열 스트레스를 잘 견딜 수 있다는 가설이었다. 뇌세포 하나하나는 열 스트레스에 취약하지만,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요소와 이 사이의 연결고리 수가 증가하면 시스템의 신빙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치는 사냥감을 쫒아서 먼 거리를 달려갈 때 작동했다는 얘기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이 지구상에서 결코 빠른 동물이 아니다. 단거리에서 빨라야 겨우 30km 내외의 최고속도를 낼 수 있는데 반해, 말은 시속 70km, 치타는 110km의 속력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장거리에 돌입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장거리 뛰는 능력을 발휘해 사냥감을 잡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 예로 멕시코 북부 타라후마라 인디언은 사삼을 사냥하기 위해 무려 이틀 동안 쫒아가기도 했다. 그들은 하루 이상 사슴을 쫒아가 사슴이 쉬지 않고 달리도록 한 후, 발자국을 식별하는 능력을 총동원해 정확하게 쫒아간다. 그리고 막판에 갑자기 속력을 높일 수도 있다. 사슴이 마침내 지쳐 쉬고 있거나 발굽이 완전히 닳아 쓰러질 때 사람이 달려들어 목을 조르거나 개가 나서서 죽인다.

 

이는 시베리아 가나산족의 순록 사냥에서도 나타난다. 사냥꾼에게 쫒기는 순록은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살피지만 결국 잡히고 만다. 결국 인류의 뇌가 커짐은 사냥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열 스트레스를 방지할 수 있었던 데는 무려 500만 개 이상의 땀샘의 효과도 컸다.

 

 

*본 포스팅은 마빈 해리스의 <작은 인간>을 참고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