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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속의 고깃덩이_이규태 저

 

 

지난 번 태백산맥을 완독한 뒤에 연이어 아리랑(전 12권)을 읽기 시작한 터에, 잠시 외도(?)하며 머리를 식히기 위해 오랜 책장 속에서 꺼낸 <된장 속의 고깃덩이>. 헌책방에서 사놓고 오래도록 손에 쥐지 않다가 언제고 읽어야지 하던 터에 마침내 이번 휴일 동안 완독.

 

이규태 선생님은, 그의 칼럼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념이나 사상없이 한국학에 평생을 받쳐온 인물로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많은 이에게 세월을 넘나드는 깨우침과 해박한 지식, 우리네 정서와 살림살이를 철저히 고증과 순도높은 해석을 통해 풀어낸 글이 강점이다.

 

 

 

이번 책은 그런 그가 쓴 에세이로 초판이 1988년이다. 무려 30년 가까이 된 책이다. 웬만한 전문 서적이나 자기계발서는 세월의 흐름에서 잠시 주춤하지만, 이 책은 오래도록 묵은지 접하듯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감칠맛이 난다. 혹시 이런 기분이 아닐까? 자동차만 타고 다니다가 문뜩 뛰거나 걷고 싶었던 기억, 오래도록 스테이크와 우유, 빵으로 식사다하다 얼큰한 된장찌개나 김치볶음밥, 고추장에 밥을 곁들여 먹고 싶을 때,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책이다.

 

이래저래 뛰고 걸어도 서로와 다를 뿐, 뛰느라 지치고 빨리 받아들이느라 힘들 때 이 책은 한 번쯤 멈춰 서서 내가 걸어갈 앞 길을 다시금 살펴보고, 가끔씩 뒤를 돌아보게 해준다.

 

책 표지에는 에세이로 나와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가 조선일보에 오래도록 써내려갔던 '이규태 칼럼'과 맥이 닿아있다.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꺼내 현상을 진단한 뒤, 그 사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해체하듯 하나하나 분석한다. 그러곤 다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한다. 배울 것도 많고, 느끼는 점도 많고, 깨닫고 알리고 싶은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매번 글을 쓰거나 강의가 주업인 나는 이 책에서 많은 인용사례를 스크랩하고 있다. 도움이 크다. 특히 이규태 칼럼을 책으로 엮은 시리즈는 두고두고 주위에 권할 정도다. 사유할 거리가 많아서 책장이 잘 넘겨지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법정스님이 말씀하셨는데, 이 책이 딱 그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 많은 사례를 스크랩했는데, 챕터에서 내 나름주의(33p), 쿼터리즘(43p), 변명(66p), 평등반발현상(82p), 된장살이(103p), 고려취(高麗臭, 111p), 구두쇠연구(138p), 한국인의 외국인관(169p), 산촌의 피아노(186p), 옥과 사(203p), 질적인 삶을 위하여(216p), 해원 떡(223p), 갈로족의 훈장(231p) 등은 다시 곱씹어보고 인용할 만한 내용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