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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는 왜, 무엇때문에 하는 것일까요?

취재의 기본은 인터뷰다. 인터뷰를 함으로써 기사는 좀더 현실세계와 가까워진다. 인터뷰이와 함께 있는 듯한 즐거움은 오묘한 느낌을 자아내고 새로움을 경험하는 즐거움인 셈이다. 그래서 독자는 인터뷰이와 나누는 대화 외에도, 인터뷰 전, 후의 에피소드와 섭외과정, 중간중간 인터뷰이의 제스처에 더 환호를 보낸다. 이는 독자가 비단 필요한 정보뿐 아니라 생생한 현장감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이처럼 인터뷰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씨줄과 날줄을 엮어가는 하나의 과정을 녹여내는 일이다.


인터뷰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두루 쓰인다. 교사와 학생, 의사와 환자, 기자와 취재원, 면접관과 면접자, 스타와 팬 등 인터뷰는 우리 생활 전반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회사의 세일즈맨의 경우, 물건을 팔기 위한 방법으로 우편판매, 전화판매, 방문판매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방문판매를 우선으로 한다. 고객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와 취향, 관심사를 더 깊이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기에 맞춰 유연하게 세운 고객 판매전략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인터뷰는 하나의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도구를 떠나 그 자체로써 관계형성을 도모하고 상대의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 '경청'에 대한 중요성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이는 뒤에 다시 열거하겠다.)


사람들은(기자들은) 왜 인터뷰를 할까? 정해진 꼭지라서? 시간이 많아서? 사진촬영을 위해서? 이 물음에는 스튜어트(Stewart)와 캐시(Cash)가 정의한 아홉 가지 이유가 있다.


1. 인터뷰 대상의 동기를 자극해 좀더 자유롭게 개방적이며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함.


2. 얻은 답변의 후속질문으로 사전에 예상 못한 정보 취득을 위해서.


3. 인터뷰 대상에 따라 질문과 답변의 수준차이를 조정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4. 질문내용을 설명하거나 정당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5. (전화나 질문지를 통해서가 아닌) 긴 답변을 원할 때.


6. 질문과 답변, 인터뷰이를 포함한 인터뷰 상황을 조절하고자 할 때.


7. 특정연령, 성, 인종, 교육수준, 소득수준, 정치성향 등을 지닌 상대를 가려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 할 때.


8. 인터뷰 대상의 비언어적 사인에 주목하거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평가하고자 할 때.


9. 감정이나 신념, 느낌, 태도 등의 미묘한 변화를 직접 관찰하고 싶을 때.


위 아홉 가지는 전화나 이메일 인터뷰로는 얻을 수 없는 고급정보들이다. 이것만으로도 왜 굳이 직접 찾아가서 얼굴을 마주하고 인터뷰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인터뷰는 결국 인간을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욕구를 기반하고 있으며, 그것은 결국 인간적인 정보추구인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뷰를 보면 단순히 인터뷰이와의 대담 자체뿐만 아니라 현장감과 다양한 시선, 표정, 인터뷰 장소의 특징까지도 문학적 저널리즘으로 표현하는 추세다.


대화, 즉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두 인터뷰는 아니다. 인터뷰는 반드시 어떤 목적을 갖고 전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매우 구조적으로 짜여진 만남인 셈이다. 


A. 야, 오늘 날씨 정말 좋다.

B. 그렇지? 오늘 같은 가을 날엔 놀러가기 딱인데, 누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 거야?

A. 그러게. 아. 어디로 갈까?

B. 우리 한강 유람선이나 타러 갈까?


위 대화는 두 사람 간의 정겨운 대화이지만, 인터뷰가 아니다. 이 대화의 주제는 일관성이 없고, 방향성도 없다. 인터뷰의 성립목적인 정보의 주고받음이 없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취재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뷰처럼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나 의사가 자신의 환자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스튜어트와 캐시는 인터뷰에 대해 "질문과 답을 포함한 행위의 상호교환을 위해 사전에 정해진 목적으로 이뤄지는 양자 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인터뷰는 반드시 정보의 발견과 측량이 있어야 한다. 즉 인터뷰이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고, 그 정보에 대한 질적 중요성과 공익성을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터뷰는 뉴스를 모으기 전에 반드시 새로움을 '발견'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취재'와 '발견'의 차이로 이어진다.


성공적인 인터뷰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인터뷰이부터 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인터뷰이에게 마음을 먼저 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잘 들어야 상대의 질문에서 의문나는 점을 내가 이어서 질문할 수 있다(후속질문). 그 과정에서 새로움이 또 발견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전에 준비해 간 질문목록이 눈에 차지 않게 된다면, 그 인터뷰는 성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