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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 효율성 위해서 개방형, 폐쇄형 질문을 섞어라

"뭐라고?"

이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고작 한 마디 듣겠다고 난방도 안 된 썰렁한 복도를 네 시간이나 혼자지키고 있었다니. 1진에게 보고하니 좋아라 한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할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뭐라고?"라도 들었으니 그만하면 됐다는 것이다. (중략)

질문은 이랬다. "돈 받은 거 인정하세요?" 이랬으니 그런 답변이 나올 만도 했다.

-<한겨레21> 2011년 6월호-


개방성 질문이 다양한 그림을 확보하고, 생각하지 못 했던 답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특정 응답에 대한 특정구조를 제시하지 않고 인터뷰이의 발언구조를 최대한 보장하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고 다채로운 견해와 생각, 감정 등을 담아낼 수 있다.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 대한 제한된 지식으로 보다 광범위한 답변을 듣고 싶을 때, 혹은 인터뷰이의 동기를 좀 더 깊이있게 파헤치고 싶을 때 개방형 질문을 많이 한다. 보통 인터뷰 기사를 보더라도 개방형과 폐쇄형 질문이 약 8:2 구조를 보인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자칫 답변내용이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기자가 취재현장을 맞딱뜨리다보면 별의 별 일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긴박한 취재현장 속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인터뷰가 힘들 경우도 흔하다. 이럴 때는 폐쇄헝 질문으로 팩트의 유무만이라도 얻어야 할 때가 많다.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객관적인 발언을 통한 팩트를 인터뷰이로부터 들어야 하는데, 이때 종종 쓰이는 질문기법이기도 하다. 보통 사회생활이나 상사의 리더십, 자기계발을 통한 인간관게 유지를 위해서는 대부분 개방형 질문을 선도하지만 취재현장은 다르다.



에전에 클린턴 대통령이 타임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때 기자가 그에게 "당신은 매순간 그것을(대통령으로 당선된 것) 생각하시나요?"라고 묻자, 클린턴은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이를 개방형으로 바꾼다면 "당신은 당신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얼마나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이 된다.



폐쇄성 질문은 인터뷰이로 하여금 자각의 여유를 단절한다. 냉정한 현실이나 사실 자체의 대답만을 요구한다. 그 만큼 인터뷰이에게 양질의 답변을 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인 질문을 일일이 컨트롤해야 한다.


인터뷰어가 건질만한 정보의 양은 한계가 있다는 점도 숙지해야 한다. 물론 흔히 말하는 '대화의 법칙 2:8 법칙', 즉 파레토 법칙을 보면 최대한 상대로 하여금 인터뷰어가 20% 질문을 하고, 인터뷰이가 80%를 답변할 수 있다면 최고의 인터뷰다. 다만, 취재현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사실확인이 필요한 사안에 대한 단도직입적인 질문이나 중요한 내용의 필요한 부분을 끌어낼 때 효과적인 질문방법이다. 간혹 기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인터뷰이를 자극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KTN 앵커: 마감뉴스를 꽤 오랫동안 진행해 오셨는데, 정확하게 몇 년 하셨습니까?

임영화: 5년 했습니다.

KTN 앵커: 정확히는 5년 2개월이죠. 그러다 갑자기 마감뉴스 앵커에서 강제 하차하셨더라고요. 지금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시고요.

임영화: 그 부분은 사실과 다릅니다. 방송은 제가 스스로 그만 두었고요.

KTN 앵커: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윤영화 씨가 마감뉴스 앵커를 진행하던 당시 2008년 8월부터 올 5월까지 57개월 간 윤영화 씨가 후원금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맞습니까?

임영화: 무슨 기록이요? 출처가 어디죠?

KTN 앵커: 시간관계상 예, 아니요로만 답해 주십시오.

임영화: 제가 먼저 질문했습니다. 보고 있는 그 서류, 누가 줬습니까?

KTN 앵커: 그런 부분은 저희가 확인해드릴 수 없습니다. 작년 10월 윤영화 씨가 언론인 특종상을 수상한 이후에 마감뉴스 앵커를 조금 더 오래 하시게 됐는데, 문제는 언론인 특종을 받게 했던 그 기사가 윤영화 씨 본인이 취재한 것이 아닌, 당시 부부관계였던 SNC 이지숙 기자의 기사였단 것이 사실로 들어났...

임영화: (말을 가로채며) 그 근거도 없는 얘기는 다신 듣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중에서


앞전에 올렸던 글 '인터뷰 시간은 짧은데 묻고 싶은 건 많을 때'를 보더라도 폐쇄형 질문은 의외로 생각하지 못했던 큰 수확을 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 등장하는 미 저널리스트인 크로프트는 폐쇄형 질문에도 의도적으로 '만족스러운'이라는 단어를 넣음으로써 인터뷰이가 답변에서 이 단어를 구사하게끔 유도하는 치밀함도 보인다.


위 예시로 보인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중 테러범의 의도로 진행된 KTN 앵커와 SNC 라디오 진행자인 임영화 간의 긴박한 상황에서의 인터뷰에서도 폐쇄형 질문이 이어지는 장면이 있다.


크로프트: 대통령님, (이번주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는데) 이번주가 재임기간 중 가장 만족스러운 주였습니까?

오바마: 그렇습니다. 사실 재임 중 가장 만족스러운 주일뿐 아니라 제가 재임한 이래 모든 미국 국민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주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폐쇄형 질문은 우리 일상에서도 많이 쓴다. 흔히 "식사하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등은 우리도 모르게 쓰는 폐쇄형 질문법이다. 개방형 질문이라면 "오늘 식사 어떠셨어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점심에 무엇을 드실 거에요?"하고 질문한다.


인터뷰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질문을 위해서는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을 번갈아 가며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는 인터뷰이의 대상과 성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정작 실제 인터뷰에서는 폐쇄형 질문이라도 단답형으로 대답한 후에 자신의 생각에 대해 부연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질문1. 이 일이 있은 후에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보셨습니까?

답변1. 전 그저 그 아이들이 '그러다 말겠지'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전 충분히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니까요.

질문2. 그 아이는 어떤 행위를 했던가요?

답변2. 그 또래 아이들이 편의점에 들어와 담배를 하나 달라고 했는데, 제가 거절하자 순간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저도 정당방위를 한 것 뿐입니다.


... 잠시 침묵 ...


질문3. 사건 당시 그 아이들이 몇 살로 보셨나요?

답변3. 고등학생 또래처럼 봤습니다.

질문4. 과잉방어라는 여론이 있는데 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답변4. 네. 부당하고 말고요. 하필 그날도 새벽이었으니 저도 얼마나 긴장했겠습니까.

질문5. 본인이 아직도 무죄라고 보십니까?

답변5. 네. 확신합니다. 저는 무죄입니다.


어떤가. 개방형 질문(질문 1, 2)과 폐쇄형 질문(질문4, 5)을 함께 섞으니 좀 더 리얼하고 사실확인을 위한 기사형성이 가능하다. 폐쇄형 질문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 아니오로 끝날 수 있는 질문보다 짧막한 단답형의 답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뷰이가 스스로 설명하도록 운을 띄우며 내용을 인지하게끔 하는 액션도 좋다.


또한 중간에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혹은 팽팽한 긴장을 연출하는 침묵도 필요하다.  기자가 침묵을 잘 활용한다면 그 정적 역시도 그 어떤 질문보다 강렬함을 남길 수 있다. 침묵이 곧 타이밍이 되기도 한다. 그 타이밍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