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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디자인하라

[인터뷰를 디자인하라] 달콤한 악마의 유혹, 유도형 질문은 과연 바람직한가?

A. (1930년대 명동 거리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명동거리의 생활모습은 당시 우리나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278쪽)


B. 나경원 전 의원이 이곳에 다닌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오게 됐나.

나 의원이랑 우리가 친하다. 같이 사진도 찍고…. (페이스북 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예쁘시죠? 사실 저한테 다니신 지 한 4년 됐다. 사람들이 많이 보니까 꾸준히 관리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님뿐 아니라 배우들도 스킨 보톡스 되게 좋아한다. (스킨 보톡스란 보툴리눔 톡신을 근육이 아닌 피부에 소량 주사하는 기법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메드 보톡스’라고도 한다)(시사IN 232호)


C. 남편이 그렇게 말할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분노였나요?


D. 당신은 그 회사에 많은 열정과 젊음을 바쳤는데 안타깝게도 배신을 당한 거군요. 그러면 당신은 그 회사를 떠나실 건가요?


취재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기본)는 바로 인터뷰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몸부림에서 시작된다. 인터뷰는 그 차제로도 상대를 알아가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좁게는 기자가 특종을 취재하기 위한 미디어 인터뷰로부터 취업의 성공을 부르기 위한 인터뷰 방식까지 우리 실생활에서 인터뷰는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문제는 이 인터뷰가 상대방의 생각과 발언을 끌어내는 데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데 있다. 실상 인터뷰 자체는 사용하기 따라서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하고, 동전의 양면같은 존재가 된다. 미디어 인터뷰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인터뷰를 위한 질문을 할 때, 의도된 답변을 위한 것인지, 사생활 침해에 반하지 않은 것인지, 공익을 위한 것인지, 언론이 매체의 성향만을 중시한 타깃에 의도된 질문이 아닌지 여실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질문 하나에 따라 인터뷰이의 답변은 천차만별로 얼마든지 달라지고,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 활자화하는 그 과정까지도 인터뷰이의 진심은 얼마든지 왜곡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체에 보도된 후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말한 대로 나오지 않고 편집됐다" "기자의 유도질문에 당했다" "내가 의도한 방향이 아니다"


위 예시로 나열한 질문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어느 정도 인터뷰어가 정답(?)을 기정사실화해놓고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A의 질문 경우에는 처음부터 1930년대 당시 명동거리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명시한 후 학생들에게 그 시절 사회/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답변을 유도했다.


B의 경우는 인터뷰어의 생각이 아닌, 이미 객관적이며 실증적인 데이터를 먼저 제시한 후 인터뷰이의 답변을 유도했다. 상대방도 알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을 예로 들면서, 인터뷰이의 생각을 듣는 방식이다. 이는 토론의 대가인 손석희 교수의 전형적인 토론기법이기도 하다.


 "인도에서는 소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소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2001. 12. 3 <손석희의 시선집중>)


C의 경우는 순간적으로 인터뷰이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 폐쇄형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했다. 이런 질문이 이어질 경우 인터뷰이의 인터뷰어의 치우친 질문에 쇠뇌될 가능성이 높아 객관적인 답변을 듣기 어렵다.


D도 C와 마찬가지다. 그토록 젊은 시절과 열정을 회사에 바쳤는데 돌아온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도를 담음으로써 인터뷰이를 더욱 빈털털이로 만드는 질문수준이다.


*유도형 질문의 예: 인터뷰어가 특정한 답변을 미리 생각해두고 그 답을 인터뷰이로부터 듣기 위해 던지는 질문기법

1. "~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2.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떠신가요? 혹은 이렇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3. "(당신도) 아시다시피~"

 

4. 법에 따르면~, 한 연구에 따르면~, 요즘 분위기를 보면~, 한 전문가에 따르면~

 

5. "(질문 후) 그렇지요?" 


*압박형 질문의 예: 유도형 질문의 변형이다. 인터뷰이의 감정적인 반응을 직접 불러일으킴으로써 답변을 얻고자 할 때 사용하는 질문기법

 

 

1. "제가 듣기로는 그 내용이 아니던데요" "지금 거짓말을 하고 계시는군요"

 

2. "대체 그런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3. "당신의 말을 듣고 설득보다는 불쾌하게 여기는 이가 더 많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 어떠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느냐, 어떤 뉘앙스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중립적이고 가치판단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고, 흥미위주의 변질된 인터뷰가 될 수 있다. 답변의 공정을 해치는 유도질문은 미디어 인터뷰나 학술조사용 인터뷰에서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예외적인 사항이 있다. 진실이 은폐될 우려가 있거나 상대가 진실을 왜곡할 의도가 명백한 사안 등에 대해서는 진실추구라는 명목하에 유도형 질문 내지 압박형 질문이 더욱 효과적일 때도 있다. 직접 돌파가 어렵기 때문에 효과적인 질문방법으로 우회하는 경우다.


*유도형 질문의 또 다른 예

 

1. 당신이 다니는 그 호텔에서는 회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들에게 무료로 헬스클럽 회원권을 준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2. 지난 5월을 끝으로 책을 본 이후로는 지금까지 전혀 읽지 않은 것이지요?

 

3. 연기력보다는 미모 때문에 영화배우가 됐다는 혹평도 있더군요.


한 가지 더, 질문의 수위와 표현기법에 따라 답변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한 조사결과를 소개한다. 유도형 질문이나 폐쇄형 질문을 떠나 답변하는 이의 심리를 이용한 재미있는 실험결과다.


질문 1. 희귀병 발생. 한 가지만 쓸 수 있음. 어떤 것? (감염자는 총 600)

A : 200명의 목숨 확실히 구함 - 21

B : 600명의 생존율 33% - 4

 

질문 2. 희귀병 발생. 한 가지만 쓸 수 있음. 어떤 것? (감염자는 총 600)

A : 400명은 확실히 사망 - 9

B : 600명 사망률 67% - 16


사실 따지고 보면 위 질문과 예시는 모두 같다. 하지만 첫 번째 질문에서는 A라는 답을, 두 번째 질문에서는 B라는 답변을 선택한 응답자가 많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첫 번째 질문은 획득(생존자) 관점에서, 두 번째 질문은 손실(사망자) 관점에서 질문했다는 점이 차이였다. 첫 번째 질문에서 A를 선택했다면, 두 번째 질문에서도 A를 선택해야 맞다. 그러나 과반수의 응답자는 첫 번째 응답과는 달리 두 번째 응답에서는 B 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무래도 무엇을 얻을 때보다 손실을 막아야 할 때 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본능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1. 미국이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공공연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2. 미국이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공공연설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위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둘 다 같은 질문이다. 2번의 '금지'라는 단어에 대해 응답자는 부정적인 어감을 더 강하게 느끼며 위험을 감수하려는 본능이 작용했다.(<질문의 7가지 힘>, 도로시 리즈 저)


이처럼 인터뷰이의 질문의도에 따라, 방식에 따라 답변은 '하늘과 땅' 차이다. 매체는 공익을 우선으로 한다. 그 안에서 개인의 사생활침해나 윤리를 해치는 질문을 피해야 한다. 물론 유도질문의 예외적인 상황이 있지만, 그것은 앞서 나열한 대로 상대가 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을 때, 진실이 은폐될 확률이 높을 때 진실추구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다. 유도형 질문, 시도때도 없이 하면 매체의 신뢰도도 그 만큼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