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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Storytelling

나이들어서도 스마트폰 손에 쥐고 의자에 앉아 여생을 보낸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나는 매일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약 25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다시 지하철로 갈아 탄다. 그렇게 40여분을 또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내달리다 보면 회사에 도착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 때마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경우가 있다.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생산적이고 자기계발 차원에서 누릴 것이 많은 데도 그 출퇴근 시간 1분 1초를 그냥 허비하고 만다. 물론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되는 뉴스 정보나 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라는 디바이스에 의존한 나머지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얼마 전 뉴스에서 국내 내로라 하는 출판사 3사가 당장 매출고에 허덕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출처)

김영사, 문학동네, 민음사, 창비는 출판사 ‘빅4’로 불린다. 이들은 매출 규모가 200억∼400억 원대이며 각 출판사마다 5∼20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사무국장은 “계속된 출판 시장의 위기 속에서도 대형 출판사는 비교적 ‘탄탄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마지노선까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중략)
빅4 규모의 출판사는 ‘스테디셀러’, 즉 구간(舊刊)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김영사 출신의 한 출판인은 “30만 부 정도 팔리는 신간(新刊)이 연간 2, 3권은 나와야 회사가 유지된다”고 밝혔다. 반면 스마트폰 보급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갈수록 사람들이 책을 덜 읽는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1만8690원으로 전년(1만9026원)보다 1.8% 줄었다. 가구당 한 달에 구입한 책이 2권도 안 된다는 의미다.

 

이 기사의 끝에는 이런 말도 덧붙여 졌다.

 

"박익순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은 “국내 메이저 출판사들이 돈이 되는 해외 작품을 들여오는 데 열중할 뿐 정작 국내 작가는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며 “신인을 발굴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키워 출판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다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데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당장 출판시장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발등에 불황의 불이 떨어진 것이다. 구조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출판사가 쓰러지면, 온오프라인 서점도 쓰러질 것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손 놓아버리는 잠재적인 국가적 손실도 생길 것이다. 유통의 문제와 온오프라인 서점의 매절과 매입률에 관한 문제 등 산재해 있다. 나는 이런 문제가 산더미 같은데 늘 구조적인 정책의 문제를 지적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만을 탓하긴 싫다. 그들만의 문제가 아닐 뿐더러, 그들이 있으니 그나마 손내밀고 명맥을 이어가는 출판사가 얼마나 많은가. 솔직히 그렇다. 사람들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내 생각은, 그냥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이제 와서 콘텐츠 어쩌구, 저자발굴 어쩌구 탓할 필요가 없다. 그들도 더 나은 퀄리티와 보장으로 먹고 살아야 하니까.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상당히 많다. 게임, 영화(미드/일드), mp3, 만화(애니메이션), 포털 등만 하루에 유일한(?) 자유시간인 출퇴근 때만 접해도 하루는 훌쩍 간다. 사람들은 점차 짧고 굵은 정보에만 입맛을 길들이며 점차 자신을 얄팍하게 만든다.

 

외국의 전자책 정보와 아마존 뉴스(통계) 등은 그저 참고만 해야 할 사항이지 맹신하거나 그 시장이 마치 도래할 것처럼 설래발 피울 필요도 없다.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조스가 글로벌 승자인 것이다.

 

요즘에는 주위를 보면, 책 한 권 읽지 않는 기자나, 교수, 기업 대표가 많다. 온라인에서는 늘 비슷한 기사가 앞 뒤만 바뀌어서 넘쳐 흐르고, 논문은 제자들이 대필한다. 기업 대표는 당장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기 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그렇게 그들은 수면 위에 떠서 가쁜 숨을 내쉬느라 에너지를 소비한다. 앞으로는 책 한 권 읽는 것도 충분히 벅찰 시대가 오지 않을까. 또, 저자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브랜드를 위해 책을 쓰는 일이 더욱 잦아질 것이다.

 

책을 읽어야 한다. 책 한 권을 읽기 위함 숨 조절. 거기에서 파생하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 출처, 독후감 하나에 파생하는 내 주관적인 느낌. 책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배부름과 새로운 지식의 갈구. 우리의 삶을 더욱 살찌우지 않을까.

 

나이 50, 60 들어서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무서운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