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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독자가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매체의 조건

오랜 기간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전체적인 책의 색깔과 콘셉트를 조율하고

매달 기획, 취재일정, 마감독촉, 연계부서와의 업무협조, 광고부서와의 콘텐츠 협조와

이해관계가 있는 취재원과 한달을 보내다보면 그 시간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훌쩍 지나기 마련이다.

한달 한달 마감을 업으로 삼는 월간지 기자에겐 마감 후 시간은 마치 16강에 오른 그 다음날 같은 기분이다.

(대체 뭔 느낌인지...ㅋㅋ)

 

기자 간담회라든지, 컨퍼런스, 창립총회, 세미나, 조찬회 등을 다니다보면

심심치 않게 타 매체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할 때가 있다.

전문지의 경우 매체 수가 일정하기 때문에 늘 마주치는 기자들로 눈에 익지만

조금 큰 자리다 싶으면 조중동, 연합뉴스, YTN, 혹은 전자신문, 매경/한경, 이데일리 등

그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일간지와 방송사 기자들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 본의 아니게 취재경쟁(?)도 불사하기도 한다.

 

어느 때는 어디 기자가 어떤 기사를 어떻게 썼나하고 검색하기도 한다.

매체 수도 다양하고, 기자 각자가 기사쓰는 노하우도 다르기 때문에

처음 리드문과, 인용방식, 끝맺음을 함께 비교하며 따로 메모하기도 한다.

 

나도 편집장 위치에 있지만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급적 좋은 글귀나 인터뷰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하려 신경 쓴다.

늘 모 일간지 토요 섹션은 좋은 기사와 다양한 문화/레저 콘텐츠가 게재되기 때문에 일부러 사서 읽거나, 아니면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메모하는 편이다.

단행본 중에도 메모해두면 분명 기사작성 시 멋지게 인용할 부분이 생긴다. 항상 기사가 막힐 때보면 처음 리드문이지, 중간에 쓰다가 막히는 경우는 드물다. 문제는 시작을 어떻게 푸느냐에 달려있다.

 

요즘은 예전처럼 신방과/국문과 출신이 주로 매체에 몸담던 때도 아니고

다양한 학과 출신들이 잡지사나 사보기획사, 인터넷 신문사, 월간지, 주간지 등 다양한 매체에 진출하기 때문에

이제 대학 전공은 큰 의미가 없다.

문제는 스스로 얼마나 자신에게 가치를 두고 기자로서의 업무를 진행하느냐다.

기자윤리, 그런 어려운 가치관을 묻기 전에 과연 기자로서의 자세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기자(특히 잡지사 부문)는 교정/교열은 기본이고 기획력이 더 요구된다.

보통 월간지는 광고로 먹고 살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광고주 기사를 작성할 경우

사명/대표자명/데이터 수치 등 제대로된 파악은 필수다. 

그런데 한 번씩 잡지를 보다보면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종종 눈에 띈다.

 

예전에 이런 경우도 봤다.

다른 매체에 있을 때, 한 기자가 막판 교정에서 큰 실수를 했다.

"김 대표는 지난 달부터 흡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금연'이겠죠.

 

대제도 사고친 경우를 봤다.

"하나된 팀워크를 지양하는 마케팅 사업부" -->'지향'이겠죠.

 

모두 막판 교정보면서 실수한 거란다. 마감 때 밤새고 힘든 것 알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기자 스스로 알고 있었겠지만, 단어 하나가 얼마나 반대된 큰 뜻을 내포하는지 당사자가 아니면 감당하긴 힘들다.

더더군다나 잡지는 회독률이 높은 매체이고, 웬만한 전문지의 경우는 사내서 정기구독하기 때문에

대표자, 회사명, 매출실적, 대제, URL 등 틀리면 이건 입을 닫아야 한다. 정정기사로 대체할 문제가 아니다.

 

요즘 기자들의 실수, 실수라긴 뭐해도 제대로 용어사용을 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이런 단어다.(물론 문장 상에서의 호응에 관한 부분을 우선으로 할 때다)

 

큰 경험 / 많은 경험

큰 음향효과 / 다양한 음향효과

연결 / 연계

가능한 한 / 가능한

첫째, 둘째 / 첫 번째, 두 번째

마침표 뒤 괄호 문제

 

~것이다의 남용, 겹말(고목나무/여러분들/많은 사람들 등), 수식어 호응, 늘어지는 문장

또 신문사들이 잘못 쓰는 문장을 그대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이번 주 주가가 큰 폭의 하락세로 치닫고 있습니다"

치닫고가 아니라 내닫다, 혹은 내리닫다가 맞다.

 

 용어 하나를 쓰더라도 고민하며 쓰고, 늘어진 문장, 겹말, 수식어 호응은

신입 때부터 가꾸지 않으면 본인이 고생한다. 경력이 밥먹여 주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물론 나도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고자 매번 스크랩하고 메모한다.

 

적확한 용어사용과 초등학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면 그 기사를 쓴 기자는 최고다.

마지막으로 어제 인터넷 보다가 이런 문구가 있어 남긴다. 자기 커리어는 자기가 키우는 수밖에 없다.

 

"기자는 모르는 게 죄가 아니다. 다만 모르고 쓰는 게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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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