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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교정지, 과연 뭘 어떻게 봐야 하지?

잡지기자가 편집디자인 알아야 하는 이유
우리 잡지사는 마감일정이 친절하지 않다. 원고마감일은 대략 월 중순 경이고, 디자인 작업은 1주일 정도 소요된다. 이후 이틀에 걸쳐 1교를, 그중 하루를 2교를 동시에 본다. 마지막 날에는 화면교정으로 최종작업은 마무리 된다.

최종작업이 끝났다고 모든 것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 나는 교정지를 수거해 1교와 2교를 다시 맞춰본다. 기자들이 새롭게 실수하는 부분이나 놓쳤던 부분, 오탈자는 물론 디자인 교정, 중제와 대제다는 법, 캡션, 도비라 사진 등 꼼꼼히 살핀다. 하루 세끼 찾아 먹듯 매월 접하는 교정지다. 이 둘의 공통점을 들자면 단연 먹고 사는 것과 직결돼 있다.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교정지 한장은 기자의 모든 것을 말 해준다. 과연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해 얼마나 깊이가 있는지, 팩트를 리얼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디자인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오탈자와 윤문을 통해 기사전달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디자인에 대한 군더더기와 사진은 올바르게 배치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어떤 기자는 그냥 흘려버리는 것을, 뒤이은 기자는 잡아내기도 한다. 앞서 교정지를 본 기자가 맞게 교정본 것을 뒤이어 본 기자는 틀리게 수정한다. 이런 일은 어느 매체든 늘 빈번하게 일어난다. 정신 똑바르게 차려야 하고, 한 번 실수한 것은 반드시 메모해 다음에는 똑같은 이유로 실수해서는 안 된다. 그럼 과연 교정지를 볼 때 어떻게, 무엇을 봐야 하는 것일까. 오탈자만 보면 되는 걸까?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맡기면 되는 걸까?

기본적으로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원고 초벌에 멋지게 옷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기자가 자동차를 설계해 내구성을 완벽히 갖추고 나면, 디자이너는 차의 외관을 디자인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기자와 디자이너의 관계가 바로 이렇다. 자동차를 설계할 때 디자인의 미적감각을 적용하면 더욱 실용적인 설계가 가능한 것. 때문에 기자도 디자인 안목을 갖추면 그 설계는 최고의 명품차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성을 끈 디자인이야 말로 독자로부터 시각적인 무시를 당하지 않는 지름길이다. 차별화, 적절한 긴장감, 변화, 재미, 시각적 놀라움 등을 통해 독자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잡지기자라면 편집디자인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교정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자는 기사의 전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에 신경쓰는 것이 좋다. 이것이 가독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교정을 보며 사진이 흐리거나 잘린 경우, 글자의 폰트를 조정해야 하거나 볼드처리해야 할 때, 이미지를 키우거나 줄일 때, 색상을 2도에서 4도로 조정이 필요할 때가 있다. 디자인을 모르면 디자이너에게 요청할 수 없는 부분이다.

표지와 책등, 년월호와 권호 살필 것
먼저 가장 중요한 표지를 보자. 표지(표1)는 책의 얼굴이다. 표2, 3, 4는 대부분 광고와 직결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긴장감은 덜하다.

표지는 에서 중요하게 살펴야 할 것은 단연 년월호와 권호 표시가 맞게 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주간지는 월일로 표시되고, 계간지는 계절표시로, 간행차례대로 표시하는 '제 O호'하고 권호를 표시하는 매체도 있다. 발행일도 매월 바뀌는 만큼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표지차례(기사제목)도 오탈자가 없는지, 편집순 혹은 특종순으로 잘 정리됐는지 살펴야 한다. 서체 역시 동일하게 적용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책등(‘세네카’라고도 한다) 역시 앞서 말한 대로 당월호 년도와 권호 표시가 제대로 돼있는지 보고, 특히 영문으로 달을 표시할 경우 철자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표준화된 디자인과 꼭지에 책등을 크게 손볼 일은 없지만, 특정한 사유로 인한 책 쪽수나 지질변화로 책등을 줄이거나 늘려야 하는 경우 반드시 제호 글자 크기의 변화도 이에 맞춰 살피는 것이 좋다. 보통 특집기사를 책등에 구성하는데 이에 대한 오탈자는 기본이다. 색깔도 화면과 다를 수 있으니 반드시 표지는 출력해서 보는 것이 좋고, 더 실감나게 보려면, A4용지에 출력한 표지를 상하좌우 2cm씩 접어 마치 한 권의 책 느낌을 살린다면 더욱 실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접지선, 여유선, 이미지 글 간격 꼼꼼히 체크

<그림1> 펼침면 레이아웃의 예(CEO&. 2012년 7월호)


예전 한 잡지사에 있을 때 기자들이 먼저 1교를 보고 내게 교정지가 넘어왔다. 나름 사진도 신경써서 찍었고, 더군다나 펼침면으로 디자인해 레이아웃이 시원했다. 문제는 기자들이 오탈자 위주로 교정을 본 데서 끝났다는 데 있었다. 당시 취재원은 한 기업의 팀 전원이었다. 당연히 메인 사진은 단체 컷.

교정지를 반을 접었다. 접지선에 3명의 얼굴이 접혔다. 이 얘기는 무선인쇄된 책을 펼쳤을 때 접지면에 절묘하게 배치된 이는 운이 없게도 코와 입이 없이 눈만 보인다는 사실. 큰 실수다. 기자들을 불러 다시는 이러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재단선을 기준으로 이미지를 약간 키우고, 최대한 인물에 겹치지 않도록 사진을 약간 조정했다.

교정지에는 기본적으로 접지선과 재단선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본문 사진을 양쪽 페이지에 걸쳐 디자인하는 경우 접지선(가늠선이라고도 한다)에 주의해야 한다. 인물사진의 경우 이목구비가 접지선에 걸쳐지면 기사의 주제가 훼손된다. 큰 제목 역시 접지선에 걸쳤을 때도 이 선으로부터 5~10mm 정도 빗겨 있는지 봐야 한다. 작은 글씨 또한 이것을 이유로 글이 잘려나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여유선(인쇄 또는 재단의 여유선이라고 함) 역시 체크해야 한다. 보통 사진을 지면 끝까지 흘려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이미지를 재단선 너머 2~3mm 정도 여유를 두고 앉히면 재단면이 깔끔해진다.

글과 그림, 글과 테두리 간격도 본문 행간 값 정도로 일정한지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그 사이사이를 3~5mm정도 띄우는데, 상하좌우 같은 간격으로 띄우는 것이 가독성에도 좋다.

쫑표시와 자간조정, 표와 그림 구분
본문 교정지를 받으면 이밖에도 세세하게 챙겨야 할 부분이 많다. 흔하게는 쫑표시 확인부터 자간조정, 표와 그림의 구분, 한 글자 반올림, 밑단 맞추기 등이다.

1. 쫑표시와 자간조정


 
<그림2> 쫑표시와 자간조정
쫑표시는 해당 원고의 끝을 알리는 심볼이다. 쫑표시가 없다면 글자가 뒷장으로 넘어간 것은 아닌지, 글자가 잘린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자간의 경우는 한영 혼용일 경우 흔히 발생한는데, 이때 글자와 글자의 자간이 크다면 '자간조정'이라고 구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2. 따옴표 등 기호 올바르게 사용
 


<그림3> 따옴표 기호 옯바르게 표기
서체에 따라, 기호도 약간 차이가 있다. 굴림체의 경우 어떤 때는 둥근 따옴표가 잘 찍히다가도, 간혹 볼펜을 일자로 찍은 듯한 기호로 변화할 때가 있다. 교정지에서 이를 놓칠 때가 간혹 있는데, 반드시 둥근 따옴표가 맞게 찍혔는지 봐야 한다.

3. 글자 반올림과 밑단 맞추기
 



 
<그림4, 5> 글자 반올림과 밑단 맞추기
레이아웃에 따라 한 글자가 뒷장으로 넘칠 경우도 있고, 때로는 이 때문에 뒤이은 또 다른 단락의 구성이 애매할 때가 있다. 한두 글자 정도는 윗문장에서 윤문을 통해 끌어올리는 센스가 필요하다. 밑단 역시 한두 줄 정도 모자랄 때는 과감히 강제내림(엔터키 사용)이나 윤문으로 줄을 맞추는 것이 보기에도 매끄러운 디자인이 될 수 있다.

4. 표와 그림
 


<그림6> 표의 예



 
 <그림7, 8> 그림의 예

원고에 따라 표와 그림을 많이 첨부하는 경우가 있다. 첨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표와 그림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할 때다. <표1>, <표2>… 나가던 것을 <표1>, <그림1>로 지정하면 이후 배치가 흩으러지게 된다.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5. 영어 및 전문용어는 가능한 한 한글로 순화
전문지의 경우 영어와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굳이 영문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있다. 그 용어를 굳이 사용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한글로 순화하는 것이 좋다.

6. 대제 및 중제는 조사사용 금지
대제 및 중제는 조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의'라는 조사는 보통 명사에 많이 붙여 쓰는데, 이는 일본어에서 비롯된 오류다. 한글은 굳이 명사에 조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대제나 중제의 경우는 조사를 배제해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이룰 수 있다.(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의 특징 ->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특징)

7. 직함 및 신분의 시의성
한번은 취재팀에서 슈퍼스타K4를 취재하고 온 적이 있다. 기사는 시의성과 PPL의 경각심을 울리려는 메시지를 잘 담고 있었다. 다만 옥의 티가 있었다. 1차 예선에서 강용석 전 의원이 참가한 적이 있는데, 문장의 리드는 그렇게 사용하다가 이후 ‘강용석 의원’, ‘강 의원’이라고 썼던 것이다. ‘강씨’ 혹은 ‘강 전 의원’이라고 해야 옳다.

8. 최종 페이지 체크
 


<그림9> 최종 페이지 체크

최종 배열표를 교정 전에 받은 경우 이를 교정지에 명확히 체크해야 한다. 1페이지 원고일 경우 우수엔 페이지를 우측에, 좌수인 경우 좌측 상단에 올바르게 표기됐는지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이 교정지를 살피는 데 모든 것이 아니다. 매체에 따라, 방향에 따라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은 더 많다. 이러한 과정을 습득하지 않으면 기사전략력이 떨어질 뿐더러, 가독성과 레이아웃에도 문제가 생긴다. 한번 손에 익히는 것이 어렵겠지만, 익히게 되면 자연스레 몸이 반응한다. 편집디자인은 정답이 없다. 다만, 최상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편집장과 선배들이 빨간펜으로 수정한 부분을 다시 한 번 공부하고, 궁금하거나 의심나는 부분은 재차 먼저 찾아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문무를 모두 겸비한 멋진 기자, 눈부신 편집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