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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자신의 스케줄을 지배하라

 

한달을 주기로 돌아가는 기자의 숙명. 이 달력은 내가 2012년에 썼던 달력을 찍은 사진

 


흔히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인생을 지배한다고 한다. 한달을 주기로 생사를 넘나드는 잡지기자도 마찬가지다. 한달 스케줄을 지배하는 자가 업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시콜콜한 업무부터 외고 정리 및 윤뮨, 취재기사 등을 마감에 맞춰 진행하다보면 한달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각자 느끼는 업무 강도도 다르다. 어떤 기자는 마감이 코앞으로 닥쳐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가 있는 반면, 취재는 전월에 미리 섭외해서 진행하고, 외고는 마감 하루 전에 정리하는 기자도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스케줄을 잘 조정하면 억지로 남아있는 않는 이상 굳이 이틀 밤 새울 일을 하루로 끝낼 수 있다. 조급함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감일을 지나 마감 시간은 어찌 그리 빨리 오는지. 편집장은 자신의 원고를 보고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주지 않는 원망. 시간은 없는데, 또 틀린 것이 있나 없나 들여다본다. 물론 한 번에 오케이 되는 꼭지는 없다. 그렇게 한두 꼭지 수정하다보면 자연스레 시간은 퇴근시간을 지나게 되고, 자연스레 밤을 맞이 한다.

 

그럼 먼저 한달 스케줄을 어떻게 짜는지에 필자의 매체에 빗대 먼저 알아보자. 아무래도 매체마다 마감 스케줄과 진행방향이 다르고, 기자 각자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참고 정도로만 해두면 좋을 것 같다.

 

월별 스케줄로 전체적인 진행상황을 파악하라
날짜
체크사항
전월 마지막주
다음호 기획회의, 취재원 섭외 및 특집확정 Start!
1~5일
외고필자 섭외 청탁 및 취재꼭지 섭외
6~10일
인터뷰 진행 및 기사작성
11~15일
외고마감
16~20일
다음호 기획안 준비 및 원고 추가작업
21일
1교
22일
1교 및 2교 동시진행
23일
2교 및 화면교정 동시진행
마지막주
다음호 기획회의, 취재원 섭외 및 특집확정 Start!
  
잡지기사의 한달 스케줄은 전월호 마지막주 기획회의 후 바로 시작한다. 기획안에서 확정한 사안을 토대로 외고필자 원고청탁에 들어가고, 인터뷰 꼭지는 취재원 섭외에 나선다. 외고든 취재원이든 확정하면 즉시 편집장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그래야만 편집장이 진행하는 꼭지에 대해 바로 체크해 진행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외고 필자와 취재원을 섭외하는 일은 보통 1~5일경 진행한다. 이때 외고의 경우 필자에게 시간을 넉넉히 줘야 한다. 흔히 2주의 시간을 줄 수 있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2주의 시간을 준다고 해도 그 시간 동안 쓰는 필자는 사실 전무했다. 다만, 원고를 청탁했을 시 어떤 주제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구상이 하루 이틀 정도 걸린다고 보고, 쓰는 데는 2~3일 정도 할애했다.

  

그렇다고 일주일 딱 잘라 원고를 부탁하는 일은 필자에게 심적으로 부담을 느낄 시간이다. 필자 대부분 다른 직업이 있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10일 정도의 시간 정도면 틈틈이 외고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원고를 작성하는 시간에 적합할 듯 하다.

 

고정으로 진행되는 필자의 경우에는 매월 말일 마다 습관적으로 마감일자를 통보하는 것이 좋다. 이것마저 때론 잊어버리는 필자도 흔하다. 특히 습관적으로 마감 막바지에 송고하거나, 마감일이 늦어지는 필자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원고가 늦어져서 마감이 늦어지면 담당기자 책임이다. 필자관리에 그 만큼 소홀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난 그 때마다 눈 꼭 감고 이렇게 말한다.

 

"가서 필자 집앞에서 드러눕든, 줄 때까지 전화하든, 회사로 찾아가든 해. 그리고 이번처럼 막판에 원고 구멍난 것 얘기하지마. 필자를 믿고 있어? 마감 때는 자신만 믿어. 아무도 믿지마. 대안 없이 보고하면 나 보고 어쩌라고? 대안을 가져와."

 

삭막하고 막막한 말투지만, 이런 말 듣고 이를 꽉 다물지 않을 기자가 없다. 물론 상황은 수시로 변하기 마련이다. 받아도 원고 함량이 떨어질 수 있다. 이미지가 없거나, 분량이 적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외고를 마감직전에 받는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최종마감 이틀 전, 늦어도 하루 전에는 받아야 한다.

인터뷰 기사는 취재 후 바로 쓰는 것이 좋아
인터뷰 진행을 위한 취재원 섭외도 마찬가지다. 취재 2~3일 전까지 섭외를 마친다. 사전질의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면 하루 전에 보내도록 한다. 넉넉히 시간을 확보해야 취재원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고 깊이 찾아보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재가 끝나면 하루 내 녹취록을 풀고 바로 쓰는 것이 좋다. 인터뷰했던 감이 살아 있을 때 가장 싱싱한 현장감과 입체감을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다. 당장 바빠서, 혹은 다른 이유로 녹취가 늦어지고 기사작성이 늦어지면 마감에 부담을 갖게 되고, 양질의 기사작성이 어렵다. 절대 2일을 넘겨서는 안 된다. 마감일에 가깝게 인터뷰를 잡는 것도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

 

인터뷰 작성에는 녹취푸는 데 보통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기사작성에는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 그 틈틈이 외고관리도 해야 한다. 작성이 끝났다고 해도 추가로 필요한 자료나 이미지를 찾거나 요청해 탈고해야 한다. 마감일 가깝게 인터뷰를 잡는 건 야근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인터뷰 기사에 힘을 다 쏟고 나면 다른 업무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그 만큼 늦어진다.

  

인터뷰 기사는 빨리 다녀오고 빨리 쓰는 것이 다른 스케줄 안배에도 좋다. 내 하루 에너지가 100이라고 할 때, 인터뷰 기사는 특히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식사시간도 거르기 일쑤다. 거의 80~90을 쏟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마감기일에 가까울수록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각자 생체리듬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 그렇다면 빨리 마감해야 할 것과 나중에 마감해도 좋을 것을 미리 구분해도 좋다.

 

모든 원고마감이 끝나면 첫 교정지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있다. 편집장도 마감이 끝난 후 하루 이틀 정도는 기자들을 풀어준다. 하지만 무조건 쉬기보다 부담없이 다음 기획회의 때 언급할 기획기사 소재나 취재원을 미리 찾아보는 것도 좋다. 혹은 이미 마감한 원고의 완성도를 위해 추가작업을 진행한다.

 

15일을 최종마감이라고 했을 때 3일 전까지는 크게 밤을 새진 않는다. 13, 14일, 15일부터 야근이 잦아진다. 마감이 15일이지만, 먼저 탈고한 원고의 경우 디자이너가 미리 작업을 시작할 때도 있다.

 

최종 원고마감이 끝난 5일 후, 첫 교정지가 나오면 디자이너와 편집국 기자들은 하루 24시간을 동고동락한다. 수시로 원고를 보며 디자인 수정이나 오탈자, 윤문, 사진 화소, 캡션, 쫑표시 등을 꼼꼼히 살핀다. 메이저 잡지사 외 교정교열은 흔히 담당기자들이 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잡지사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더 꼼꼼히 보는 편이다. 원고를 돌려보고, 민감한 사안이나 용어는 담당기자에게 한 번 더 확인을 거치기도 한다. 그런 후에 편집장에게 1교를 넘긴다.

 

그 1교를 갖고 디자이너들이 밤새워 수정을 마친다. 다음날 편집장 책상에 수정된 2교가 놓인다. 이를 다시 기자들이 대지교정(1교 때 수정했던 부분이 옳게 옮겨졌는지 대면으로 파악하는 것)을 먼저 본 후 다시 전체적으로 읽어본다. 대제와 중제, 캡션도 더 강한 것으로 수정하기도 한다. 편집장이 이를 모아 쭉 살펴본 후 디자인팀에 다시 넘긴다. 대략 이렇게 2교 마무리가 진행된 후 작업 3일 째가 되는 날 화면교정을 보고, 필름교정을 끝으로 모든 작업을 마치게 된다.

 

이렇게 마감하다보면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식사도 불규칙하고, 눈은 절로 감긴다. 마감이 끝나면 하루나 이틀을 쉬거나, 출근조정을 하게 된다. 쉰다고 부러울 것이 아니다. 온종일 잠만 자기 때문이다. 
 

하루는 어떻게 진행하는가
앞서 한달을 중심으로 스케줄에 대해 설명했다면, 다시 이를 쪼개서 하루 스케줄도 잘 짜야 한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출근해서 한두 시간을 그냥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독자 중에 경험한 이도 있겠지만, 출근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취재원과 통화하고, 회의하다보면 황금같은 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적어도 출근 10분 전까지 사무실에 도착해서 업무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는 보통 출근시간 15분 내외로 회사에 도착하는 편이다. 전화해야 할 곳이나 챙겨야 할 것 있다면 미리 컴퓨터 바탕화면 메모장에 'To Do List'를 적어 놓는다. 커피 한잔하며 오전에 전화해야 할 곳, 오후에 미팅할 곳, 섭외할 곳 등을 짜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섭외여부와 통화여부도 그때그때 색으로 지정한다.  그렇게 하루 시작해야 할 업무가 운 좋게 빨리 끝났을 경우는 나머지 시간을 번 것이 된다. 더 깊은 자료를 찾거나 기자들 업무상황도 체크한다. 관련 도서도 보고, 내달 기획거리나 기자들에게 전할 정보 등도 에버노트를 통해 스크랩한다.

 

업무를 맡다 보면 중요한 업무와 급한 업무로 나눠질 때가 있다. 하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굳이 중요한 업무와 급한 업무로 나누는 것도 별 의미가 없을 때가 있다. 중요한 업무나 급한 업무나 대부분 마감관련한 일, 아니면 선배가 편집장이 시킨 업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기획거리를 찾거나 섭외하거나, 혹은 관련 이미지를 찾거나, 그런 업무들은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반면 바로 전화로 확인해야 할 때나, 미팅에 함께 나서야 할 때는 후자가 우선이 된다. 다만, 본인 업무가 급할 경우는 "예. 알겠습니다. 제가 OO를 하던 중이었는데, 조금 늦어질 것 같습니다"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 선배나 편집장은 습관처럼 조급증이 있다. 늦어지면 "혹시 깜빡한 것 아냐?"하고 체크하기 마련이다. 기다리지 않게 하는 것도 요령이다. 회신도 바로바로 주도록 한다. 이런 것이 종합적으로 잘 진행될 때 자신의 하루 스케줄도 유기적으로 잘 맞춰 돌아갈 수 있다.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