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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Storytelling

“디지털 유품,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 급선무”

이 기사는 현재 CJ오쇼핑 모바일사업부로 이직하신 안진혁 전 SK컴즈 소셜네트워크실 실장님 인터뷰입니다. 故 최진실 씨부터 유니, 최진영 등 유명 연예인이나 일반인 사후 디지털 유산(미니홈피,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대한 관리부분이 늘 쟁점이 돼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딱부러지게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형국입니다. 독일에는 이를 관리하는 앱도 등장했고요. 지난 자료이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라 판단해 올려봅니다.

 

 “디지털 유품,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 급선무”

 

아무리 심각한들 당사자만 할까. ‘사자(死者) 디지털 유품 관리현황과 개선방안’ 발제를 맡은 안진혁 실장은 이날 인터뷰를 위해 고객서비스팀 박세영 팀장과 이강석 과장과 자리를 함께 했다.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제공을 위해서였다. 외국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우리나라에서는 천안함 사태와 유명 연예인 사례에서 보듯 대표적인 SNS로는 미니홈피로 대표되는 싸이월드, 그리고 블로그를 꼽을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제공하는 SK커뮤니케이션의 경우 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여타 포털사보다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진혁 전 SK컴즈 실장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서로 의사소통을 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어서 SNS만큼 유용한 건 없다. 이미 SNS서비스는 새로운 소통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매일 수백만 명의 사람이 일상적인 일과 중 하나로 SNS 웹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2,500만 개 정도로 파악되는 미니홈피 중 사자(死者)의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정확한 숫자는 집계가 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략적으로만 파악하고 있는 수준이며, 이들 대부분은 방치되거나 혹은 제3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단, 제3자가 운영하고 있는 경우는 고인을 추모하거나 추억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포털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원칙만을 고수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안진혁 실장은 “원칙을 준수하는 일반적인 사례로 故 이언처럼 제3자가 비밀번호를 문의할 경우 처리 불가하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하지만 故 최진실, 진영 남매와 유니 사례처럼 제3자의 암묵적인 허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최근 인터넷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0 신인터넷 메가트렌드’ 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 ‘가족이 사망했을 경우 디지털 유품을 받기를 원하냐’는 질문에 3명 중 2명꼴인 66.7%가 ‘전부 또는 일부를 받기를 원한다’고 응답하고, ‘본인이 사망했을 때 유품을 남기기 원한다’는 의견도 34.5%에 달해 디지털 유품 상속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안진혁 실장과의 일문일답.

 

-디지털 유산과 관련해 싸이월드에서도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오늘날 이 문제가 아무래도 오프라인상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 보니 현실의 법과 제도 간 불일치가 있었다. 사실 우리 회사에서는 제3자의 고인의 디지털 유품 관리를 국민정서가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일부 암묵적으로 묵인해 왔다. 개인적으로 이 방법이 가장 건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2,500만 명 미니홈피 회원 중에 사망자 홈피도 상당수가 존재하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는 상태다. 물론 우리가 허용하고 있는 암묵적 허용도 모두 불법이다.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다. 지금의 법대로라면 즉시 폐쇄해야 하지만 국민정서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를 무시할 수 없어 묻어둔다. 이런 여러 현상에 대해 법과 제도가 따라올 수 있도록 이를 한번 맞춰보자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위로부터) 故 최진실(좌)과 유니의 미니홈피. 현재 수 많은 디지털 유산들이 제3자 혹은 유가족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선진국이다 뭐다해서 마도 많았는데 반대로 디지털 유품 처리와 관련해서 대응이 늦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세계적으로 몇 가지 사례는 있지만 명확한 해답이나 대안은 없는 상태다. 페이스북도 이 논의를 한 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 대법원 판례도 최근의 일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했던 미국 장병의 야후 이메일 계정을 아버지가 열람청구를 했고, 미국 미시간주 대법원이 이도 유물로 봐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늦다고 보긴 어렵다. 현재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모두의 생각이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다.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고, 여러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너무 앞서가는 것도 법적으로는 좋지 않은 것 같다. 우리도 최근 정서로 봤을 때 지금 정도의 이슈가 대두되는 상황이라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참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역시 천안함 사태로 이 문제가 더 불거진 것 같은데.
내가 발표하고자 하는 내용도 이 문제가 촉발된 사항을 담고 있다. 천안함과 관련한 사건 관련자의 미니홈피 개설자는 22명이다. 그중 다른 이에 로그인 된 게 18명이다. 그중 13명은 최근까지도 게시물이 올라왔다. 유족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타인에 의해 도용된 사례로 간주해 삭제해야 하지만 국민정서나 유족을 봤을 때 무조건 그럴 수만은 없다. 유산상속이나 유물처리는 죽은 자보다 남은 자에 대한 배려 차원이 크다. 그분이 돌아가셨는데 제3자 도용이라며 다 삭제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이 된다. 마침 천안함 장병들로 인해 그런 논의가 앞당겨진 면은 있다. 원칙적으로 제3자가 운영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에 그 문제가 불거지면 즉시 폐쇄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회사의 프로세스에 따르면 우선 가족이 그것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을 막지 않고 있다.  유족이 명확한 해지를 요구할 경우는 당연히 이에 응하고 있다. 기타 해지 이외에 정상적인 서비스 활용을 위한 도움요청의 경우는 아무래도 요청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방치된 디지털 유품은 어느 정도로 파악하고 있나.
그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순 없다. 일단 이 문제에 관해 제도 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까지도 명쾌해야 한다. 고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식별자가 대한민국에 없다. 행자부에서 행정안전망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이것을 파악하기는 더 어렵다. 실명제 같은 경우도 민간 위탁기관들이 금융기록이나 휴대폰 이용기록을 통해 이 정도면 실명인 것 같다는 언질 정도만 하는 정도다. 실명도 그런 판에 사망여부까지 세세히 집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자료는 국가만이 알 수 있다. 이런 사례들로 봤을 때 정부원칙은 그런 부분들을 사업자가 직접 조회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관련 앱인 ‘데이터인헤리트’까지 등장했다. 사후 누구에게 이메일 계정을 허락할지, 심지어 금융자산까지 어떻게 처분할지도 위탁할 수 있는데.
우리로선 일단 지금 당장 그 앱이 나온다면 차단할 수밖에 없다. 약관상에서 제3자가 위탁운영이나 법으로도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누구에게 위탁할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권장하는 앱이 나온다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 앱이 나오기 전에 제도적으로나 약관적인 보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에 대한 포털사 입장은 확실하다.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에 최소한 서비스상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포털 입장에서도 이를 반영한 약관변경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방송통신위원회나 한국인터넷자율규제기구 등 말이다.

 

-포털사마다 입장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SK컴즈는 어떻게 가닥을 잡아가고 있나.
물론 유족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수는 없다. 다만 제공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현실을 정확히 읽어내고 암묵적인 동의 정도는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적극적일 수 없다. 고인의 홈페이지에 검은 리본 다는 것도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많다. 사람들의 정서가 반반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이용자 간의 합의가 사전에 어느 정도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신 우리는 최소한 이 디지털 유품들이 악용되거나 도용사례가 발견될 경우에 한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고인의 자료 백업문제도 있는데, 미니홈피의 전체공개 게시판은 백업 없이도 유족이 저장할 수 있지만 비공개 부분까지도 백업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우리는 민법의 일신전속권을 따르고 있다. 그 부분은 상속여부의 논쟁과 맞물려 있다. 마침 김기중 변호사가 발표하는 내용이 바로 그 부분이다. 디지털 유품의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는데 이는 아직 법률적으로도 명확한 선이 그어지지 않은 상태다. 대신 금전적인 부분은 명확하다. 생전 고인이 쓰고 남은 도토리 등 사이버머니가 있을 경우 가족관계만 증명하면 전액 환불하고 있다. 5년 내 관련 서류만 증빙하면 된다.

 

-일부에서는 인류적 유물로 판단해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전에 고인의 본래 개설취지를 알아야하지 않나 싶다. 사적인 면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리고 고인들의 유품을 강제하는 건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도 고인의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바로 폐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연예인들의 미니홈피와 블로그다.

 

-고객민원센터에 접수되는 민원 중 과반이 비밀번호 문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유족들이 고인을 기리는 의미가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갈수록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아무래도 고인의 미니홈피 관리와 접근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3개월 동안 미니홈피를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도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비밀번호를 강제 변경하고 있다. 현재 이용자의 경우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해 다시 접근할 수 있지만, 고인의 경우는 확실한 접근 방법이 없다. 천안함 장병들의 경우도 22명 중 18명의 유족이 미니홈피를 유지한다는 건 일정부분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기억될 때까지 추모하고자 하는 정서 때문이다. 유족도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그 때까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서상으로도 자연스럽다.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르지만 누가 사망하면 해당 홈페이지 찾아가서 추모하는 건 이제 자연스런 온라인 문화가 됐다. 누구나 고인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추모하고자 하는 정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도 어려운 부분이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만 있다면 갈수록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50세 이상의 이용자들이 SNS 활용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 있다면.
먼저 자산의 개념이 명쾌해야 한다. 자산의 범위와 형식 규정이 필요하다. 그 다음 정보공개 범위의 이해다. 사람마다 정보공개 사유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게만 돼도 포털사 입장에서는 디지털 유품 관련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관련 약관 개정과 관련 툴 제공 등 여러 보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법으로도 너무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비용과 시간도 따져야 한다.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단계별로 대안을 마련하고 해결해야 한다.

 

 

 

*본 기사는 허니문 차일드가 작성한 월간 웹 2010년 11월호 <스포트라이트2> 기사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추가

월스트리트저널(한국판. 2013년 1월 7일자)에서 '사후 온라인 유산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제하의 기사가 보도돼 주소를 링크합니다. 미국 현지에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소셜미디어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리거시 로커, 시큐어 세이프 등 모든 계좌정보를 한곳에 저장하는 서비스도 등장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법적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요. 사후디지털유산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kr.wsj.com/posts/2013/01/07/%ec%82%ac%ed%9b%84-%ec%98%a8%eb%9d%bc%ec%9d%b8-%ec%9c%a0%ec%82%b0-%ec%96%b4%eb%96%bb%ea%b2%8c-%ec%b2%98%eb%a6%ac%ed%95%a0%ea%b9%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