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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 지승호 저



PD수첩: 진실의 목격자들(1990-2010)

저자
PD수첩 제작진 지음
출판사
북폴리오 | 2010-06-2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PD수첩' 20년, 방송에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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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펼치며 주목한 사람은 둘이었다. 한학수 PD와 김보슬 PD였다. 한 사람은 '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 '황우석 신화, 어떻게 만들어졌나?'로, 또 한 사람은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연속취재로 법정에 구속되고 갖은 고초를 겪었던 터였다.


이 책은 지난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방영 20주년을 기념한 책으로 , 부록으로 맨 마지막에 게재한 프로그램 목록만 봐도 그간 PD수첩이 우리사회의 곳곳을 얼마나 누비며 목숨걸고 취재했는지 적나라한 그 뒷담화를 들려준다.

유독 이 책에 게재한 PD(김보슬, 김상옥, 김윤영, 김환균, 송일준, 윤길용, 최승호, 최진용, 한학수)들은 서로 프로그램 한편 한편에 엮여있다. 어느 선배가 국장으로, CP로, 연출과 조연출로 이야기는 엮이고 엮인다. 그 한 소재로 인해 사회에 내비친 반향도 컸지만 얼마나 큰 벽에 맞서 싸워왔는가.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이들도 앞서 얘기했던 황우석 신화에 대해 방영했을 때. 그들은 진실을 보도하면 적어도 사실(팩트)를 보도했기에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건 성역이었던가. 그 믿음이 반대가 돼 거친 국민적 저항을 불러왔다. 그래도 그들은 감내했다. 언론마저 이들에게 등을 돌렸다. 전혀 없던 줄기세포를 보도한 것 밖에 없는데.


한 박사가 낸 보도자료를 정부부처에서는 논문확인 없이 실적처럼 언론에 배포한다. 언론사는 그 보도자료를 다시 기사화한다. 그는 유명해진다. 갈수록 것잡을 수 없이 그는 신화가 되고, 종교가 된다. 그리고 괴물이 된다. 그러곤 PD수첩에 내미는 검은 타협의 손길.


만약 이들의 말처럼 우리나라 언론이 아닌 해외언론에서 잡아냈으면 어땠을까. 존재하지 않던 줄기세포라면 언제고 밝혀져도 발혀질 것. 그들은 그렇게 외로운 길을 자쳐했고, 가족을 피신시키거나 경호원이 필요한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 관해 취재했을 때는 오히려 정부와 언론에 맞써 싸웠다. 조작, 증거인멸, 왜곡보도, 체포, 협박, 위조된 증인 등 과연 누가 이들의 편을 들어줄지도 읽는 내내 막막했다. 진실은 밝혀지고, 밝혀야만 했다고 하기엔 이들은 그 끝을 모를 외로운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사이비 종교와 싸웠고, 노리개감이 된 황우석 신화와도 싸웠고, 언론과도 싸웠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와도 싸웠고, 검찰과도 싸웠다. 삼성과도 싸웠다. 다만, 국민에게는 맞고 있었다. 모두 우리의 자화상이고, 치부다.


책을 읽다보니 한 구절이 눈에 띈다.


"한국 언론 상황이라는 것이 너무 퇴보돼 있다. 기본적으로는 언론 자체가 광고의 힘 때문에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것,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많아진 것에 기인하는 것 같다"


"이제는 거의 삼성이 국가기관으로 느껴질 정도다. 삼성 임원 일부는 국가의 녹을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더라. 한국사회를 경영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진정한 언론은 무엇일까. 왜 PD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언론은 이를 두고두고 되새겨보며 반성하고, 진정한 역할에 대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을 보도하며 억울한 이의 손을 잡아주는 언론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는 언론이 있다는 건 분명 슬픈일이다.


PD수첩은 이 책의 부제처럼 '진실의 목격자들'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진실은 전혀 과장되지 않은 영상을 통한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모습이다. 적어도 이 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힘 없는 우리로서는 이런 진실된 언론 앞에서 이들을 옥죄는 미필적 고의를 방관해서는 안 될 일이다.


PD수첩의 승승장구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