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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전산 이야기, 김성호 저



일본전산 이야기

저자
김성호 지음
출판사
쌤앤파커스 | 2009-01-0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위기를 뛰어넘으려면 기본기부터 생각, 실행의 패턴까지…, 모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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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모 잡지사 있었을 때 디지털 광고대행사인 엘에이치(LH) 정철웅 대표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사업을 매년 확장하며, 사업 비즈니스를 소셜 미디어 마케팅과 웹 에이전시, 호스팅, 온라인 캠페인, 커머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사업 분야가 모두 연관성을 띄는 데 중점을 뒀고, 이에 꾸준한 시너지를 내던 터였다. 이 때 그에게 인상깊게 읽었던 책을 슬쩍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일본전산 이야기>는 그렇게 나와 인연이 시작됐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괴짜다. 지금도 샐러리맨들의 천국으로 회자되는 '미라이 공업'의 연극인 출신 야마다 사장하고는 정반대의 경영노선을 지향한다. 전 직원 종신고용, 70세 정년, 정리해고/잔업 없음, 일일 근로시간 7시간 15분, 연간 140일 휴가, 육아휴직 3년 보장, 5년마다 해외여행, 그러면서도 급여는 대기업 수준. 나가모리 회장이 알면 뒤로 까무러칠 일이다.

 

일본전산은 창업직후 일본에 '오일쇼크'가 강타했을 때도 올곧게 살아남은 기업이다. 이때 허약체질로 적자에 허덕이던 경쟁업체 30여곳을 업계 손가락질 받으며 인수했지만, 그는 보란듯이 1년여만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팬용모터, 초정밀 모터, 하드 디스크용 모터, 자동차용 모터는 모두 세계 1위를 석권한다. 저자는 말한다. "세계를 들썩이게 한 IBM의 노트북, 애플의 아이팟 등은 일본전산이 없었다면 탄생조차 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이러한 그의 경영노하우는 특유의 뚝심과 영업력, 지조, 노력, 열정, 강철체력, 괴짜인 성격 등이 조화를 이룬 결정체다. 1973년 그를 포함한 허름한 창고에서 네 명의 직원이 일본전산의 시작이다. 페이스북도, 구글도, 애플처럼 일본전산도 허름한 창고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밤낮으로 일한 덕에 일감이 몰려오자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우습게도 한 명도 지원하지 않자, 다시 공고를 붙인다. "점심제공"

 

배고픈 지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그는 점심식사를 통해 자신의 인재상을 찾았다. 점심 빨리먹는 사람을 우선 채용했던 것. 이유는 간단하다. 밥 빨리 먹는 사람이 일하는 것도 빠르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의 골때리는 입사시험은 또 있다. 1976년에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아예 이력서를 보지 않고 목소리 큰 사람을 채용했다. 책상 앞에 놓인 수화기를 들고 회사 내 다른 부서에 전화를 걸어 말하게 하는 것. 대신 제대로 전달하고, 명료하면서도 예의바른 태도가 중심이었다.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감 뿐 아니라 실수했을 때 반성도 빠르다. 그것은 진보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표출된다."

 

이밖에 그는 변소청소시험, 오래달리기 시험을 통해 신입직원을 뽑았다. 중요한 건 그들이 모두 일본전산에 핵심인재가 되고, 간부급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어려을 때일수록 '사람'이 뛴다.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끈질긴 놈이 마지막에 웃게 돼 있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 관념을 버려라. ▲조금이라도 '안 될 것 같다'는 뉘앙스를 비치는 직원이 있다면 "그렇게 안 된다고 설명할 시간에 차라리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하고 호통을 친다. ▲초창기에는 '전원 영업, 전원 개발'이라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정신으로 밤에는 개발하고, 낮에는 거래처를 만나러 뛰어다니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일을 능숙하게 만들어 결국엔 적은 시간이 들도록 하는 것이다. ▲납기일은 무조건 다른 회사이 절반으로 한다. ▲쉬운 것만 찾는 놈은 성공할 수 없다. ▲고객은 남들이 안 하는 일, 어려운 일을 척척해내는 '실행'에 감동한다. ▲휴일도 반납하고 일하라. ▲그는 창업 첫해부터 해외시장을 밀어부쳤고, 안 되는 일만 골라 추진했다. 남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고, 해외시장이 바로 블루오션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수하는 직원이 있다면 눈물이 쏙 빠지게 호통을 친다. 대신 다시는 그 일을 입에 담지 않는다. 반면 직원들의 가족을 회사 행사에 반드시 초대하고 챙긴다. 직원들에게 연말이 되면 직접 손으로 편지를 전달할 줄 아는 감성적인 면이 있는 남자가 바로 나가모리 시게노부다.

 

나가모리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 30인에 선정됐다. 현재 일본전산은 140개 계열사에 직원 13만 명을 거느린 매출 8조 원의 막강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문어발식 확장이나 인프라로 사업을 늘린 것이 아니라, 끈질긴 고객감동과 설득, 성과로 회사를 일으킨 것이다.

 

일본전산과 야마다 공업, 나가모리 회장과 야마다 사장. 두 사람의 취향과 일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일본 경제와 젊은이가 입사하고 싶어하는 상위기업이다. 두 사람 모두 직원이 열정을 쏟아낼 수 있도록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고, 비전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직원이 리더를 떠날 때는 그가 무너져 가거나 회사가 망했을 때가 아니다. 비전을 공유하지 못할 때다.

 

나가모리 회장은 '메기이론'의 대가다. 메기이론은 적당한 천적이 있어야 적절히 긴장도 하며 동기를 유발하고 조직이 생기가 돈다는 내용이다. 연못이 잉어가 잘 살기 위해서는 메기를 몇 마리 풀어놓는다. 그러면 천적을 피하기 위해 궁리도 하고, 방어선도 구축하고, 은신처나 대항할 방법을 찾는다. 또 금세 배가 고파 먹이를 정신 없이 먹고, 병에 걸리거나 아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장이나 상사는 이처럼 '조직에 활력을 주는 메기'가 돼야 한다. 혼자 생각하고, 소통하지 않고, 트집잡고, 작은 약속 지키지 않고, 임원과의 불화를 조장하면 그 회사는 망한다.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같은 목표와 목적을 이뤄갈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직원들에게 '존재감과 동기부여'를 줬기 때문 아닐까. 그런 리더 만나는 것도 복(福)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