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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ng Man

★ 학문의 즐거움, 히로나카 헤이스케 저



학문의 즐거움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3-04-1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인내와 끈기로 하버드의 박사학위,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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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안철수의 '영혼이 있는 승부'를 읽으면서다. 그 속에 그가 이 책을 인용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는 책에서 "나는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남보다 두세 배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이것은 평범한 뇌를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이 책에서 밝힌 내용을 언급했다.


난 어떠한 책을 읽을 때 저자가 특정 책이나 저자의 말을 인용하면 나도 이를 저자의 추천으로 생각하고 되도록 책을 사서 읽는 편이다.

특히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남보다 두세 곱절 노력해 그 못지 않는 결과를 얻는다는 발상은 앞전에 서평으로 썼던 일본전산 회장인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경영지침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로 '배와 절반의 법칙' 중 배의 법칙이다. 이는 시간을 단축(납기일)하는 한 방법으로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것이다.

말마따나 정말 평범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데,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의 주된 메시지는 수학의 노벨상인 필드상 수상자인 저자가 학문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것이다. 학문을 왜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게 한다.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그 이유로 '지혜를 찾는 즐거움'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람은 살아가는 데 온갖 어려움과 맞딱뜨리기 나름이고, 때론 혼자 해결해야 할 일도 많이 만나는 법이다. 이때 저자는 평소 학문을 통한 지혜의 넓이를 만들고 학문의 깊이를 통해 결단력 있는 힘을 길러야 이러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깊이 생각하는 훈련을 키우라고 덧붙인다. 반드시 공부해서 의사나 판사가 되거나, 대기업 취업만을 목표로 공부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좌절하는 이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것이 근본적인 목표가 될 수 없는 만큼 그렇게 쌓은 지혜는 얼마든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깨우침이기도 하다.


한예로 저자는 자신의 첫 논문 사건을 고백한다. 그는 사실 논문에 대해 크게 욕심도 없었고, 별 생각도 없었다. 자신의 한 선배도 논문을, 1년 이상 지나면 별 효용도 없고, 도서관 자리만 차지할 뿐 낭비라고 여겼다. 히로나카도 그렇게 동의했지만 우연히 첫 논문을 우여곡절 끝에 쓰게 된다. 하지만 그가 인용한 참고문헌에서 문제가 빚어진다. 이를 심사한 교수조차 "당신의 논문내용은 당신이 인용한 참고문헌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폄훼했다. 참고문헌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적당히 목록으로만 써넣은 자신의 실수였지만 변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여기서도 배웠다


첫째,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을 소상히 알게 된 점, 둘째, 이 논문을 바탕으로 두 번째부터는 더욱 꼼꼼하게 챙길 수 있게 된 점, 셋째, 이 논문을 쓰면서 자기착상을 키우려는 창조의 자세를 실제 실험을 통해 배웠다는 점이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것은 그가 때론 '체념'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밝힌 점이다. 여기서 체념은 모든 걸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경쟁자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가졌을 때 이를 인정하고 감정에너지를 아껴서 다른 창조에 쏟으라는 점을 전제했다. 경쟁에는 '좋은 경쟁의식'과 '나쁜 경쟁의식'이 있는데, 흔히 갖기 쉬운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 상대를 질투하게 되고 이것이 자신의 정신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해 상대를 낭떠러지로 밀어넣으려는 안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체념한다고 해서 포기는 아니다. 올바른 경쟁의식으로 모든 에너지를 창조에만 쏟기 위한 히로나카만의 또 다른 방법이었던 셈이다.


히로나카는 자신있게 말한다. "나는 노력하는 데 있어서 그 누구보다 자신있다. 바꿔말하면 끝까지 해내는 끈기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천재도 20살이 넘으면 보통사람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천재와 평범한 사람의 차이는 역시 끝까지 해내려는 노력과 공부에 달린 것이 아닐까. 그가 책에서 "여러가지 지식은 생각하기 위한 자료이며, 독서는 생각하기 위한 계기를 준다"고 말한 것처럼. 덧붙여 꾸준히 공부하며 얻은 자기판단력만 갖춘다면 적어도 인생에서 든든한 '빽'하나 얻는 건 아닐는지.


추신. 히로나케 헤이스케 어머니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 부모님도, 그들이 어렸을 때 그 어떤 질문을 해도 '몰라' '가서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 '나중에 얘기해 줄게' '그런 것 알필요 없어'하고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작 부모조차 모르는 것이라도 '같이 찾아볼까?' '그것은 왜 그럴까?' '나도 고민되는 걸? 만약 그랬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하고 함께 고민하며 생각의 크기를 맞췄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교육아닐까. 부모 욕심을 지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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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7 - [Booking Man] - <일본전산 이야기> 김성호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