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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Zine

디지털 매거진, 대체 가격을 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

얼마 전 우연히 페친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올린 이미지를 봤다. 그 이미지는 아이패드에서 한 영화잡지의 다음 기사예고를 캡처한 것이었는데 난 여기서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콘텐츠 예고의 도발성(?) 멘트(보고 싶게 만드는), 다른 하나는 바로 "디지털 매거진도 되겠네?" 하는 것이었다. 그 깐깐하고 종이책 찬양에 여념었던 내가 말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포털 검색 창에서 디지털 매거진 관련 검색 중 다소 실망적인 기사를 봤다. 국내 전자책 서비스 기업인 리디북스에서 지난 12월, 새롭게 잡지 카테고리를 오픈하며 Ceci, TopGear, 이코노믹리뷰 등 인기 잡지 콘텐츠 73종의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것이었다. 단, 종이책 판매가의 최대 95% 할인가로 말이다. (출처) 가격의 합당한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지만, 95% 할인가라니, 소비자는 이 가격에 만족해 할까? 왜 가격을 에이전시 모델(단가를 에이전시가 정함)보다, 콜세일즈 모델(단가를 유통사가 정함)을 따라가야 하는 것일까.

 

400만 건의 누적다운로드, 110만 회원을 자랑하는 국내 전자책 서비스 기업인 리디북스(www.ridibooks.com, 대표 배기식)는 스마트폰/태블릿PC에서 잡지를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일반 단행본, 장르소설, 만화 등의 서비스에 주력했던 리디북스는 금번 서비스 개편을 통해 '잡지' 카테고리를 추가하며 Ceci, TopGear, 이코노믹리뷰 등 인기 잡지 콘텐츠 73종의 서비스를 시작한다. 스마트폰/태블릿PC 사용자라면 누구나 리디북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종이책 판매가의 최대 95% 할인된 가격으로 잡지 콘텐츠를 다운로드 및 대여하여 즐길 수 있다.
리디북스는 지난 6개월 간 잡지 콘텐츠의 서비스 품질을 중요시하는 잡지사들의 요청을 수렴하여 PDF 방식의 잡지 콘텐츠 전용 뷰어를 개발했다. 또한 국내 전자책 업계 최초로 시도되는 잡지 대여 서비스는 디지털 잡지 시장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디북스 콘텐츠팀은 "리디북스가 일반 단행본 전자책 시장에 이어 잡지 시장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하여, 다양한 잡지 콘텐츠를 스마트 기기에서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또한 업계 최초로 런칭한 대여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잡지의 유료화 성공케이스를 만들어 나가며, 보다 다양한 잡지사들의 전자책 시장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이번 리디북스 잡지 서비스는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용 잡지 서비스는 추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리디북스 잡지 서비스 런칭 이벤트로 12월 3일 오후부터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선착순 1,000명에게 잡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리디포인트 2,000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유명 포털이 뉴스와 잡지콘텐츠, 심지어 웹툰과 소설 등 장르문학까지 집어 삼키는 과정에서 디지털 콘텐츠는 충분히 가치가 하락했고, 이들은 포털에게 마지 못해 콘텐츠를 갖다 바치는 형국까지 이르고 있다. 힘들게 생산한 콘텐츠를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하며, 여전히, 아니 대부분의 신문, 잡지사, 출판사들은 옛날보다 상황이 더욱 힘들어졌다. 그 만큼 소비자 역시도 굳이 모든 콘텐츠가 오픈된 상황에서 높은 값주고 콘텐츠를 사볼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 욕구를 느낄만한 상황이 주어지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미국 현지에서 잡지사가 앞으로 살기 위해서는 온라인 구독료가 관건이라는 기사가 떴다.

'코스모폴리탄'이라는 여성잡지가 인쇄판 첫해 구독료는 10달러, 아이패드용 디지털판을 함께 구독할 경우 무려 19달러 99센트를 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일반적으로 디지털판이 인쇄판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기존의 전략과 정반대으 전략을 채택한 것이었다. (출처)

 

여성잡지 ‘코스모폴리탄’ 인쇄판의 첫해 구독료는 10달러지만, 아이패드용 디지털판을 함께 구독려면 무려 19달러99센트를 내야 한다.

 

‘코스모폴리탄’ 기사에 익숙한 독자들마저 얼굴을 붉힐 정도로 과감한 가격정책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판이 인쇄판보다 저렴한 미디어업계에서 일부 잡지사가 정반대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매출의 약 75%를 담당해왔던 광고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잡지사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디지털판에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지난 수십년에 걸쳐 헐값으로 떨어진 구독료를 디지털판에서 다시 올려받고 있다.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연간 구독료는 8달러밖에 하지 않는다.

 

‘코스모폴리탄’ 등 유명잡지를 다수 발행하는 출판기업 허스트 매거진의 데이빗 캐리 사장은 WSJ과 인터뷰에서 “잡지사가 전체 매출에서 광고의존도를 줄이고 구독료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 회사 존 로우린 수석부사장은 “디지털판을 계기로 구독료가 6~9달러밖에 하지 않는 시대를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직설적으로 답했다.

 

현재까지는 소비자들이 디지털판의 높은 구독료에 개의치 않아 하는 듯 보인다. 이달 초 허스트 매거진은 디지털판 독자 약 80만 명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말 목표인 100만 명에는 못 미치지만,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독자층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디지털판 평균 구독료가 19달러99센트로, 인쇄판 평균 구독료인 10달러의 약 2배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디지털판 고가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은 허스트 매거진뿐만이 아니다. ‘파퓰러사이언스’와 ‘필드&스트림’ 등을 발행하는 보니어그룹은 아이패드용 콘텐트에 더 비싼 구독료를 적용하고 있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쇄판과 디지털판을 별도로 판매하면서 둘을 같이 구독하는 가격을 127달러에서 160달러로 대폭 인상했다.

 

‘보그’와 ‘뉴요커’ 등 저명한 잡지를 발행하는 콩데 나스트는 인쇄판과 디지털판 동시 구독료를 올리면서 인쇄판 구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디지털판을 사실상 유료화했다. ‘뉴요커’는 인쇄판과 디지털판을 현재 연 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인쇄판이나 디지털판을 단독으로 구독하면 69달러. 디지털판이 나오지 않았던 2년 전만 해도 인쇄판 가격은 39달러였다.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콩데 나스트 디지털판을 병행구독하는 인쇄판 구독자들의 재구독율이, 디지털판을 선택하지 않은 구독자보다 25% 높았다고 밥 소어버그 사장은 전한다. 현재 콩데 나스트는 태블릿 콘텐트를 병행구독하는 인쇄판 독자를 포함해, 디지털판 구독자로 총 15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소버그 사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보탰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그리고 우리 콘텐트에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접속하고 싶다는 소비자 수요에 기반해 구독료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잡지산업은 소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높이면서 전진하고 있다.”

 

기존에 매출 대부분을 광고수입에 의존해왔던 잡지사들이, 날로 치솟는 종이값과 제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지털로 눈을 돌렸고, 소비자 깊숙히 파고든 아이패드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시키며 과감히 값을 올린 것이다. 참고로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경우 지난 수년에 걸쳐 가격이 하락했고, 이제 연 구독료가 8달러밖에 되지 않는 벼랑 끝에 몰렸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 한국판)

 

국내 라이선스 잡지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남성잡지 GQ의 경우 보그걸과 합본호를 단돈 8,1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GQ도 아이패드용 시장을 열심히 공략한 결과여서 참담하기 그지 없다.

 

미국의 허스트 매거진과 ‘파퓰러사이언스’와 ‘필드&스트림’ 등을 발행하는 보니어그룹은  디지털 매거진의 고가정책을 수립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도 인쇄판과 디지털판을 별도로 판매하면서 이를 함께 구독할 때의 가격을 127달러에서 160달러로 대폭 인상했다.

 

위 기사의 말마따나 일부 잡지사의 고가 정책은 양질의 훌륭한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훈련 수단으로 아이패드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디지털판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당장 광고매출만큼의 수익이 나는 것도, 독자가 눈에 띄게 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아직 시험 중일 뿐이다.

 

이 상황에서 타임이 경쟁사처럼 무조건 할인전략을 쓰지 않은 덕에 현재 인쇄판과 구독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주목할만 하다.분명한 것은 아이패드 등 태블릿PC가 가져오는 콘텐츠 소비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것이 바로 단행본 출판보다 잡지분야다.

 

한 때 국내 소리바다와 함께 미국의 냅스터가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 애플의 아이튠즈에서 음원 서비스가 유료로 개시됐을 때 미국의 소비자가 냅스터가 아닌 앱스토어에서 굳이 돈을 주고 음원을 구입한 이유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 개인 의견이 전체를 반영할 수 없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무조건 싸다고 좋지 않다. 정말 필요하고 양질의 콘텐츠라면 그것이 다소 고가라도 산다. 내가 책을 빌려주지 않는 이유도 돈주고 사서 보는 것과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소프트웨어를 무단히도 공짜로 많이 즐겨왔다. 그 결과 개발자가 죽고 시장이 죽고, 연구개발 사업이 죽었다. 이것은 공멸을 뜻한다. 양질의 콘텐츠가 나올 수 없다. 난 그저 합당한 가격이길 바라고, 그에 맞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랄 뿐이다.

 


by 허니문 차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