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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Zine

개그맨 박성호가 보여준 프로, 그리고 자신의 업에 대한 열정과 만족

세간에 박성호는 개인주의에 후배들과 잘 어울리지 못 하는 그냥 선배로서의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사실 나 역시 그가 얼마 전 KBS 2TV '인간의 조건'에 출연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막연히 개콘에서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아이디어 좋은 개그맨 정도로 알고 있었다. 팝송을 한국어로 묘사한 아이디어도 좋았고, 로보캅 비트박스 흉내도 아주 재미있게 봤던 터였다. 물론 최근 멘붕스쿨에서 보여주는 갸루상과 앵그리버드 "화가 난다" 멘트까지.

지난 8일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한 박성호는 그 모습이 재연됐다. 자신을 존경하는 후배가 2%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고백부터, 27년 간 눈물을 흘리지 않았던 얘기까지 나름 개그맨 박성호는 희극의 분장을 지우고 나니, 철저히 인간 박성호의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에 출연한 동료 이수근이나 다른 메인 게스트처럼 구구절절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으며 눈물흘리는 모습도 시청자로서는 숙연해질 수 있는 장면이다. 조금 아쉬울지 모르는 인간 박성호는 이날 보여준 모습이 그의 본 모습이다. 분장을 하고 대중을 웃기던 자신이, 막산 17년만에 처음 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모처럼 깔린 멍석을 어렵고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 그것이 솔직하다. 오죽하면 아내도 그런 모습이 안타깝다고 할까.


'인간의 조건'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과 말, 생각 하나하나는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김준호와 '다중이' 캐릭터를 훔쳤다는 폭로부터 후배들의 아이디어에 빨대를 꽂는다거나 하는 인식이 당사자에게는 조금 억울할 정도로 인이 박힐 우려도 있던 터였다.

그래도 나름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후배 김준호와도 화해하고, 후배들에게 더 다가서겠다고 하고, 그들이 짖꿎은 농담에도 굳이 변명하지 않고 무언가 직시하는 표정으로 듣고만 있다. 자신의 답답하고 마음 뿐인 마음을 본인 역시 잘 알기에 그 모습을 표현하려니 어색하고 맞지 않는 옷 입은 것마냥 불편해했을 뿐 아닐까.

그래도 그는 프로다. 개콘에는 아아디어와 연습으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한 회라도 웃기지 못 하면 막을 내리는 개콘의 3분짜리 코너. 그 3분을 위해 일주일 고민하고 분장하는 것이 아닐까.
무대 위에 있을 때 진정 행복하다는 그는 천상 광대다. 그리고 희극인이다. 적어도 내겐 그런 박성호면 된다. 더 바라지 않는다. 그를 응원한다.(사진= KBS 2TV '승승장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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