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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_잡지기자 클리닉

[잡지기자 클리닉] 잡지/사보기자, 효과적인 이직을 위한 팁 몇 가지

아마 기자를 하기 위해 어느 매체에 입사하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이직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효과적인 이직이야 말로 자신의 몸값(포트폴리오와 연봉)을 올려주는 또 하나의 기회일 수 있다. 문제는 이직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효과적으로 할 수 있냐는 것.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이 무분별한 이직은 곧 자신에게 좋지 않은 낙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개월, 혹은 6개월, 아니면 1년도 채 되지 않은 경력으로 이력서 칸칸을 메운다면 누가 이 이력서를 눈여겨 볼 수 있을까. 적어도 성실성과 책임감에서 플러스는 받기 어렵다.


우선 기자로서 첫 발을 떼는 순간부터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자신의 앞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옆에 앉은 동료부터 나를 끌어주는 편집장까지 당장 나와 함께 일하는 이들이야 말로 내 앞길에 크든 작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크게는 좋은 일자리가 났을 때 소개받는 것부터.


내 경우는 처음 기자생활했던 신문사만 공채였을 뿐, 나머지는 모두 소개나 스카우트였다. 인터뷰를 잘 해서 눈짐작을 받기도 했고(자랑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사투였다), 윗 선배가 이직을 하면서 나와 함께 동행하도록 권유를 받거나(물론 한 직장에서 기자 두 명이 동시에 퇴직한다는 건 특별한 이유가 없이 절대 있어서도 안 되지만 인생은 자신의 것), 혹은 예전에 상사로 있던 한 매체의 편집장이 마침 좋은 매체의 기자채용 정보를 내게 일러주고 채용담당자를 소개했던 일, 그리고 우연히 프리랜서 면접을 보려 갔다가 정직원 제의를 받고 입사를 결정하는 사례 등 무궁무진하다.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잡지의 종류와 급여, 업무환경 등이 천차만별이듯, 기자의 실력도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내가 늘 후배기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포트폴리오 관리를 잘하라, 웬만하면 첫 직장에서 1년 이상 있어라, 기자생활하는 동안 다른 매체기자와 잘 어울리고 소통하라, 선후배와 잘 지내라" 등이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믿지 못 해서라 아니라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실력 가늠을 하기도 전에 희망연봉도 맞지 않다. 막상 함께 일해보니 실력도 기대 이하였던 때가 많았다. 사실 구인구직 사이트를 이용해 좋은 일자리를 찾아 이직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 그 정도의 성실함과 경력, 기사소화력, 인맥이 있다면 굳이 프리랜서를 찾지 않는 이상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이직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든다. 내가 경험하고, 또 알기로는 실력있고 평판 좋은 기자는 웬만한 좋은 자리는 서로 내부직원을 통해 소개 받는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편집장 급이 이직을 할 경우도 새로 입사를 제안받은 곳에서 "혹시 일 잘하고 믿을 만한 후배기자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조, 중, 동 같은 메이저 신문사는 물론이고, 중앙M&B, 두산매거진, 일부 스포츠나 IT 전문지, 사보/출판대행사 등 수 많은 라이선스 잡지를 발행하는 곳도 공채일정도 일정치 않을 뿐더러, 공채가 있다고 해도 그 수가 많지 않다. 어떤 곳은 내부 규정상 형식적으로 자사 홈페이지나 구인구직 사이트에 공채인력 공고를 띄울 뿐 100% 그 경로를 통해 모두 채용하는 곳은 드물다.기자 업무 특성상 인사담당자보다 함께 일하는 기자들과의 호흡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편집국 데스크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사실 공채를 통해 접수되는 이력서를 다 훑어볼 만큼 신경쓸 여유도 없다. 이래저래 믿을 만한 기자를 통해서, 혹은 내가 믿고 있고 있는 지인이나 후배를 소개받는 것이 더 편하다.


신규인력 채용을 희망하는 매체의 경우 이런 내부직원 소개를 더 반기기도 한다. 일만 잘 할 수 있고, 기왕이면 이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면 굳이 공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 이 때문에 평소 수시로 눈여겨 보는 기자가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어떤 파워블로거나 모 매체의 기자, 혹은 사보기자까지도 물망에 오르기도 한다. 요즘에는 잡지기자, 사보기자, 신문기자에 선을 긋지 않고 다양한 접근경로를 통해 스카우트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마침 해외에서도 이와 관련한 기사가 떴다. 한 연구소에 따르면 정확한 구인구직의 정확한 일자리 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아마도 존재하는 일자리의 약 절반 정도를 내부직원 소개 건으로 짐작하고 있다. (출처)

 

건실한 일자리가 드문 요즘, 이렇게 비공식 루트로 채용하는 방식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일반적인 룰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채용공고 자체를 아예 내지 않거나 (사내 지원자나 채용 담당자와 연줄이 있는) 후보를 내정해놓고 형식적으로만 공고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팅엄 회장의 경우처럼 인사 담당자가 선호하는 후보를 ‘모셔오기위해’ 원래 채용일정보다 일찍 새로운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구직자들은 이런 물밑 채용 과정에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아예 채용공고를 내지않거나 내부 인사를 해당 직종에 내정해놓고 형식적으로만 채용공고를 내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부 인사를 채용하는 것보다 내부 인사를 채용하면 적어도 초반에는 더 뛰어난 업무 성과를 낸다고 한다.

2009년 ‘숨겨진 일자리의 문을 열어라(Unlock the Hidden Job Market)’를 공동 집필한 재취업알선 전문가인 던컨 매티슨은 ‘숨은 일자리’를 정확히 집계하는 것은 어려우나, 노동 관련 통계자료와 구인구직 설문조사를 분석해보면 비공식 루트로 채용되는 일자리가 절반 가량된다고 추산했다. 

 

위와 같은 사례는 현재 엄연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은 물론 더 좋은 곳으로 점프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다시 정리해보면,


1. 첫발을 잘 떼라. 매체는 정말 전문분야가 갈수록 요구되는 분야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많이 수요 가능성이 큰 매체를 선택하되, 한번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가기는 힘들다. 꼭 메이저가 아니라도 한국와 일본 프로야구처럼 다른 분야에서도 특출나게 잘 하면 좋은 곳으로 이직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자. 바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성적과 승부욕으로 얼마 전 미국 LA 다저스로 이적한 류현진 선수 사례처럼 말이다. 절대 취업이 급하다고 아무 곳이나 가게 되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 채용공고가 자주 있는 곳, 홈페이지 관리가 잘 안되는 곳,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회자되지 않는 곳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2.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기업홍보팀이나 전문지로 점프를 원한다면 사보기자를 추천한다. 사보라 하더라도 사단법인 협회지가 아닌, 대기업 사보, 예를 들어 교보생명, 새마을금고, 한국야쿠르트, 한화/한화인 처럼 그림과 글빨이 설 수 있는 곳 말이다. 사보기자는 기본적으로 PM역할을 병행하며 기획, 청탁, 취재, 사진, 납품까지 진행하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나도 사보기자로 4년여 있었는데 많은 경험을 했다. 두 번의 스카우트 제의가 왔는데, 하나는 한국표준협회, 또 하나는 배상면주가였다. 장담컨대 사보기자 1년 경력이 잡지기자 2년 경력자와 엇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취재 외적으로 챙기고 진행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다.


3. 인터뷰 인물 섭외할 때 포트폴리오가 될 것을 염두에 두자. 물론 매체에 맞게 섭외하고 취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명 대중이 관심갖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이런 인터뷰는 채용담당자 역시 관심있어 한다. 대제도 제목도 맛깔나게 뽑아서 기사를 쓰고, 디자인도 멋스러워야 한다. 잡지기자가 디자인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는 이것 뿐만이 아니라 무수히 많다.


4. 사진이나 인디자인, 카카오페이지, 단행본 출간 등 자신을 업그레이드한 흔적을 남겨야 한다. 같은 몸값에 같은 이력서라면 누구를 뽑겠는가. 요즘 한참 이슈인 카카오페이지를 할 줄 안다거나(혹은 이곳에 콘텐츠를 판매할 정도로 전문가라든지), 인디자인을 통해 디자인 감각이 살아 있는 기자라든지, 혹은 자신의 분야의 단행본 출간 등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5. 성실성이다. 무엇보다 근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지각은 금물이다. 아무리 일을 잘 해도 조직 안에서 일하는 동안은 철저히 이 부분에 대해 지켜야 한다. 하늘이 두쪽나도 출근하고 보고에 철저해야 한다. 차라리 출근도장 찍고 취재나가서 농땡이를 치더라도 근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나를 보는 눈이 많음을 기억하자. 이것이 내 이직에 필요한 평판에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by 허니문 차일드